‘껍데기만 남은’ 파파존스의 속살

돈줄 마르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처남 회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파파존스서 심각한 ‘자본 고갈’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자본잠식이 계속되면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수익을 끌어올려 빚을 메꾸기에는 한계가 명백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2002년 출범한 한국파파존스는 미국 3대 피자 프랜차이즈인 파파존스피자의 명성을 앞세워 국내서 입지를 넓혀왔다.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은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과 처남 관계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한국파파존스 설립 초 투자를 단행했고, 지금도 지분 7.83%를 보유하고 있다.

자본잠식 수렁

지난해 한국파파존스는 수익성 향상에 성공했다. 최근 2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8년 36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84억원으로 올랐고, 같은 기간 순이익 역시 8174만원서 3억193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영업이익 상승폭은 한층 두드러진다. 한국파파존스는 전년대비 10억원 이상 광고선전비가 증가했음에도 지난해 영업이익 8억7000만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회사의 수익과 가맹점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파파존스 관계자는 “직영점의 가맹점 전환, 가맹점 오픈 증가, 점포당 매출 상승 등이 수익성 향상의 원동력”이라며 “가맹점에 대한 지원책으로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활용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성 향상과 별개로 한국파파존스의 재무상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과도한 부채가 자칫 회사를 수렁에 빠뜨릴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파파존스의 총자산(총 자본+총부채)은 165억원으로, 전년(160억원)대비 3.55% 늘어났다. 이는 총 자본과 총부채가 전년 대비 각각 3억1930만원, 2억6864만원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총 자본과 총부채의 비율에선 심각한 불균형이 눈에 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파파존스의 부채비율(총부채/총 자본)은 1243.51%에 달했다. 총자산 가운데 총 자본은 12억3134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53억1179만원이 총부채로 잡힌다.  

이마저도 전년(1749.40%)과 비교해 개선된 수준이다. 2018년 총부채와 총 자본은 각각 150억4315만원, 9억1204만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역시 적정치를 한참 하회한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파파존스의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52억3083만원, 101억6550만원이고, 유동비율은 51.46%에 그친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서 통상 200%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한국파파존스는 유동성 위험은 없으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짧은 답변만 전한 상황이다.

답 안 나오는 부채의 늪
빚 쌓이는데…수익은 찔끔


한국파파존스가 불안정한 재무구조서 탈피하려면 총 자본을 늘려 부채와 자본의 비율을 적정수준으로 맞추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이를 단시일에 바로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납입자본금을 늘리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이는 자본잠식을 가중시키는 꼴이다.

한국파파존스의 재무제표는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07회계연도부터 확인 가능하다. 이 무렵 한국파파존스의 자본 항목을 보면 납입자본금 70억5600만원, 자본잉여금 4억9012만원, 결손금 59억3217만원, 총 자본 16억1394만원으로 나온다. 재무제표가 첫 공개된 시점부터 총 자본이 납입자본금을 하회하는 이른바 ‘부분자본잠식’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2008년에는 총 자본이 4613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완전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했다. 이후에도 한국파파존스는 결손금 처리에 애를 먹었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자본잠식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한국파파존스는 결손금을 줄여 자본 증대를 꾀해야 하는 입장이다. 최선은 배당을 통한 현금유출이 없다는 가정 하에 순이익을 최대한 많이 발생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한국파파존스는 이익잉여금은 커녕 결손금만 지난해 말 기준 61억5799만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최근 5년 중에서 1억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한 건 지난해(3억1930만원)가 유일했다. 결손금을 모두 메꾸려면 지난해 수준의 순이익이 20년간 발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7년까지만 해도 57억9000만원이던 한국파파존스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106억8000만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111억9500만원으로 치솟았다. 불과 2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여기에는 관계기업으로 분류되는 융기산업(10억원),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서병식씨(20억원), 서원상씨(3억원)로부터 사채 형식으로 빌린 33억원이 포함된다.

총차입금이 늘어난 가운데 차임금의존도(차입금/자산총계) 역시 껑충 뛰었다. 2017년 54.2%였던 차임금의존도는 2018년 66.9%, 지난해 67.7%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차임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차입금의 특성상 자금 운영에 일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파파존스의 단기차임금은 2018년 19억9000만원서 지난해 41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으로 인한 이자비용만 1년 기준 약 1억4000만원으로 지난해 순이익의 약 40% 수준이다. 여기에 유동성 장기부채로 기재된 7억6700만원까지 포함시키면 단기상환금액은 한층 커진다.

빚만 잔뜩

이와 관련해 한국파파이스 측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파파이스 관계자는 “차입금은 공장 신축에 95억원이 투입된 점을 감안해야 하고 기타 차입금은 상환 완료한 상태”라며 “다양한 대안을 확보한 만큼 유동성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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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그다음은 통상 국회의장으로 분류된다. 의전 서열 2위를 차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거물급 잠룡들의 몸풀기가 시작됐다. ‘친명(친 이재명계 일색’ 민주당에 국회의장까지 ‘찐명’ 몫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차기 국회의장(이하 의장)에 누가 오를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4파전으로 예고됐던 선거가 지난 주말 사이 우원식·추미애 당선인의 양자구도로 정리되는 등 물밑 경쟁도 치열한 양상이다. 그동안 의장직은 다수당의 5선 이상인 중진급 의원이 맡는 게 관례였다. 원내 정당의 의견을 교섭하고 조율하는 역할인 만큼 계파색이 옅은 인사가 적임자로 여겨졌다. 이는 국회의장에게 주어지는 ‘직권상정’이라는 특권 때문이다. 의장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시킬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가운데서… 외로운 싸움 현재 국회를 이끄는 수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김 의장의 임기는 오는 29일 종료되며 차기 의장은 오는 16일 선출된다. 김 의장은 국민의정부서 중용돼 부총리를 비롯한 장·차관 등을 역임했다. 2002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에는 수원서 내리 5선에 성공하면서 당내 우직한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선수가 높았던 탓에 21대 전반기 국회의 의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당시 6선이었던 박병석 의원과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불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 의장은 이로부터 2년 뒤인 2022년 21대 후반기에 의사봉을 쥔 후로 지금까지 국회를 이끌고 있다. 당선 당시 김 의장은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며 “당적을 졸업할 때까지 선당후사의 자세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의장이 당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김 의장이 무조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일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오히려 임기 막바지엔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법안 상정 시 여야 합의를 지나치게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본회의에 (법안을)올릴 때 무조건 우리 편을 들어달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민심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봐야 할 것 아닌가”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21대 후반기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온갖 특검법이 쏟아지면서 강대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평소 온화하기로 소문난 김 의장조차 본회의 진행 중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처음으로 “국민이 보고 있습니다!”라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4·10 총선 이후 본격적인 수난 시대가 열렸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정부 심판론’이 힘을 받자 정부·여당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 수위가 단숨에 높아진 탓이다.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는 과정서 김 의장의 고초가 그대로 드러났다. 당시 김 의장은 멕시코·인도네시아·대한민국·튀르키예·호주 의회로 구성된 협의체인 ‘믹타(MIKTA)’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야당 내에서 “해당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출장길을 막겠다”며 의장을 압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는 여야 21대 국회 끝도 진흙탕 싸움 본회의 직전까지도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의장실서 나온 김 의장 옆으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끈질기게 쫓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강 의원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붙자 김 의장은 “알아들었다” “본회의장서 한다니까”라며 결국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채 상병 특검은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돼 통과하면서 김 의장을 향한 공세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전세 사기 특별법 등 예민한 현안이 산적한 만큼 21대 국회 폐원 전까지 김 의장의 책임은 여전히 막중하다.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김 의장은 언제나 여야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 21대 국회가 이견 조율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불만이 나오자 차기 의장을 노리는 후보들은 저마다 ‘탈중립’을 강조하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쏴 올린 인사는 경기 하남갑에 당선돼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추 당선인은 지난달 헌정사상 최초로 여성 국회의장이 될 가능성과 관련해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혁신 의장에 대한 기대라면 얼마든지 자신감 있게 그 과제를 떠안을 수 있다”고 말해 출마를 암시했다. 추 당선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립도 아니다”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후 강성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그를 차기 의장으로 밀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다른 후보 역시 앞다퉈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5선인 민주당 우원식 당선인은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 의장이 되겠다”며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우 당선인은 자신을 이 대표의 ‘사회개혁 가치의 동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윤정부에 맞서기를 주저한 적이 없다. 국회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말로만이 아닌 온몸을 던져 싸워왔다. 윤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 제대로 싸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6선 민주당 조정식 당선인도 같은 날 출마를 선언했다. 조 당선인은 입장문을 통해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과 예결위 간사, 당 정책위의장 및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실력을 검증 받았다”며 “특히 지난 1년 8개월 간 당 사무총장으로서 이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를 이끄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확 바뀐 패러다임 조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를 ‘민생회복과 윤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2대 국회는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실현해야 한다”며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들고 개혁국회의 성과를 낼 국회의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마감일인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민의를 따르는 ‘개혁국회’를 만들어 민생을 되살리고 평화를 수호하며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첫 번째 민생 입법으로 이 대표가 제안한 신용사면 등 처분적 법률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5선의 민주당 정성호 당선인도 같은 날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빛나게 하는 ‘뒷바라지 국회의장’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 당선인은 “이번 총선의 민의는 소극적 국회를 넘어서는 적극적이고 강한 국회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이를 받들어 국회의 권위를 회복하고 민생과 민주주의의 효능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던 5선 민주당 박지원 당선인은 “지금은 제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22대 국회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우리 당의 좋은 국회의장 후보가 선출되기를 기대한다”며 “이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나라를 살리고 민주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듯 4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었던 의장 선거는 주말 사이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 12일, 조 당선인과 정 당선인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추 당선인과 우 당선인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 조 의원은 이날 추 당선인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민주당이 대동단결해서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제가 마중물이 되고자 의장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추 후보가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정 당선인도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당선인과 달리 추 당선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친명계 핵심부가 의장 선거를 앞두고 추 당선인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추 당선인은 후보 중 가장 선수가 높고 연장자인 만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관례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추 당선인의 선명성을 높이 샀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선명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데에는 김 의장의 과도한 중립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풀어지는 중립 기어 추 당선인은 “옳은 방향으로 갈 듯 폼은 다 재다가 갑자기 기어를 중립으로 넣어버리고 멈춰버려 죽도 밥도 아닌,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선명성 경쟁에 대해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진표 학습 효과’라고 해석했다. 최 평론가는 “김 의장은 ‘일단 여야가 합의를 해오지 않으면 상정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데 대다수의 민주당 당원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22대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기계적 중립이 필요 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의장 선거를 약 일주일 앞두고 “기계적으로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기류가 점차 굳어지는 분위기다. “의장이 아닌 정부·여당과 맞서 싸우기 위한 당 대표를 뽑는 것 같다”는 여권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 3일 친명계 박찬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임된 가운데 의장까지 친명 체제로 꾸려진다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22대 국회처럼 여소야대 국면서 야당이 강경 입법 드라이브를 예고한 상황이라면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9개의 법안을 21대 국회서 마무리하겠단 방침이다. 폐원 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그동안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간호법 ▲노란봉투법(노조법) ▲방송 3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이다. 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발의할 수 있다”면서도 “필요 시에는 이들 법안을 묶어 ‘패키지’ 형태로 재발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등 중요 상임위를 모두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여당은 협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면 야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대통령 재의요구권인 거부권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여당의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한쪽으로 기운 의장은 꼭두각시” 우려에도 ‘찐명’ 내세운 이유?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입법 폭주’라며 “타협과 절충으로 이뤄낸 협치의 싹이 또다시 거대 야당의 폭주로 꺾였다”고 비판해 왔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 개인의 목소리를 억제하고 이 대표의 엄명을 따르라 강요하는 것은 국민 기만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이자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민주당 후보들조차 이 대표의 눈에 들어보겠다며 위헌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대표 연임 추대론까지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은 전체주의 집단으로 전락한 것인가”라고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단일 체제에 우려를 표하는 건 여권뿐만이 아니다. 김 의장도 “한쪽 당적을 계속 가지고 편파된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MBN과의 인터뷰서 중립의무를 비판한 후보를 겨냥한 듯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한 사람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의장의 중립적인 태도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적 현안을 여야 간에 협의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기관 아니냐”며 “끝까지 협의해야 제대로 된 선진 민주정치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력이나 국민의 의식은 다 높은 수준에 가 있는데 정치인들만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의 정치를 한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싹쓸이 한다면… 정치권에서는 의장 후보들이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의장의 국회 운영 방식에 갈증을 느꼈다는 평이 대부분이지만 거대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실행력 있는 의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점차 무게가 쏠린다. 민주당 내에서는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과 ‘민심’은 다르다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당과 협치보다는 총선서 승리를 이끈 이 대표와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이 의장직에 어울리지 않겠냐”는 설이 나오면서 민주당이 22대 국회 고삐를 꽉 죄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주당은 민심을 빠르게 좇지 못한 김 의장이 비판받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며 “(민주당이)국회를 쥐더라도 민심을 잘 파악한다면 지금과 같은 비판은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부의장도 친명전 차기 국회부의장(이하 부의장)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도 막을 올렸다. 야당 몫의 부의장 후보로 4선의 남인순·민홍철·이학영 의원이 물망에 오르면서 해당 선거 역시 최소 3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후보들은 이번 총선 승리의 의미를 강조하며 국회의장(이하 의장)과 합을 맞춰 22대 국회를 ‘개혁 국회’로 이끄는 데 방점을 찍었다. 부의장은 의장과 달리 당적 보유가 가능하다. 이들 중 대다수가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만큼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