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⑦파란의 당선자

생각지도 못한 대반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번 21대 총선에서 한 편의 영화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국회에 입성한 화제의 당선자들이 있다. 초선이 다선 의원을 꺾으며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며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도 탄생했다. <일요시사>에서는 파란을 일으킨 화제의 당선자들에 대해 살펴봤다.
 

▲ 배현진 미래통합당 당선자

‘초선 파란’의 중심엔 ‘문재인 키즈’가 있었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양 당선자는 6선의 민생당 천정배 후보를 4년 만의 리턴매치 끝에 누르고 금배지를 달았다.

신인들의 반란
세대교체 바람

문재인대통령의 영입인사, 이른바 ‘문재인 키즈’로 불린 양 당선자는 ‘고졸신화’에 이어 이번에는 호남 유일의 지역구 출신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새로운 정치사를 썼다.

지난 2016년 문재인 당 대표의 인재영입 7호로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20대 총선서 ‘국민의당 돌풍’에 5선 중진 천정배 후보에게 석패했으나 4년간의 ‘와신상담’ 인고의 시간 끝에 정치적 설욕을 이루고 화려하게 여의도에 입성하게 됐다.

‘홍준표 키즈’도 이변을 일으켰다. 서울 송파을에 출마해 당선된 미래통합당 배현진 당선자다. 배 당선자는 4선의 최재성 민주당 후보를 따돌렸다. 


최 후보의 낙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 당선자는 지난 2018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최 후보에 패배한 바 있다. 이후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기반을 다진 것이 이번 승리에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전남 목포에서는 정치 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당선자가 ‘정치 9단’ 민생당 박지원 후보를 물리치는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김 당선자는 선거 출마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지 5개월여 만에 금배지의 주인공이 됐다.

목포는 5선 도전에 나선 박지원 후보와 정치 신인 간 대결로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높은 민주당 지지율을 등에 업은 김 당선자는 선거 기간 9차례 여론 조사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양당 ‘키즈들’ 선방… 4·6선 꺾어
탈북·소방관 출신 최초 국회 입성

그러나 선거 막판 민주당이 순천대에 의대를 설치하는 동남권 의대 유치 협약 등이 불거지면서 한때 고전했다. 선거 기간 내내 김 당선자는 새로운 목포의 획기적 도약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목포서부터 이끌어내자고 외쳤다.

미래통합당 태구민 당선자가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탈북자 중 최초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태 당선자는 득표율 58.4%를 기록해, 39.6%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를 18.8%포인트 차로 이겼다. 김 후보는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해당 지역서 낙선 후 ‘재도전’을 위해 일찌감치 지역 표밭을 닦아온 상태였다.


그럼에도 북한 출신 태 당선자는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어 승리했다.  

태 당선자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영사를 지냈으며 2016년 남한으로 탈북했다. 강남갑은 지난 16대 총선 이후 내리 보수정당이 차지할 정도로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태 당선자가 탈북자 출신인 탓에 자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처음으로 소방관 출신 당선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당선자다. 정치 신인으로 텃세가 강한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 미래통합당 강세창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2010년 서울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으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사상 최초 당선
출신 성향 다양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그를 ‘영입인재 5호’로 발탁했다.

전무했던 소방직군을 영입해 국민 생명·안전 분야 정책 기조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의정부갑에 전략적으로 공천했다. 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시의원 3명이 동반 탈당하는 바람에 선거 운동이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꿋꿋하게 선거 운동을 펼치면서 지역구민에게 다가갔다. 지역구민들은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열었고 결국 그를 선택했다.

부산 해운대을 선거구서 현역 의원을 꺾은 정치 신예 미래통합당 김미애 당선자는 역경을 이겨낸 인생 스토리로 주목받고 있는 그는 남다른 성장 과정을 겪었다.

어부와 해녀의 딸로 태어난 김 당선인은 14세 때 모친의 여읜 후 가난으로 인해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 양향자 당선자

그가 사회에 첫발을 디딘 곳은 해운대구 반여동 태광산업 방직공장이었다. 선거 사무실이 있는 곳이 바로 그가 여공으로 일했던 방직공장 터 인근이다. 이후 봉제공장과 잡화점 판매원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식당을 차려 운영하기도 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던 김 당선인은 29세 때 동아대 법대 야간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김 당선인은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도서관을 지켰고 34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4개 지역구서 1000표도 되지 않는 차이로 승패가 엇갈렸다. 심지어 100여표 차이로 당선되는 등 개표 막판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53개 지역구 중 가장 적은 표로 승패가 엇갈린 곳은 인천 동구미추홀을이다.

인천 동구미추홀을은 미래통합당서 컷오프(공천배제)된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상대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인 곳이다. 윤 후보는 4만6493표(40.5%)를 얻어 4만6322표(40.4%)를 얻은 남 후보를 겨우 171표(0.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최다선은 6선
최고령은 72세

충남 아산갑에 출마한 이명수 통합당 후보도 564표 차로 가까스로 승기를 잡았다. 이 후보 득표율은 49.8%로 상대 복기왕 민주당 후보(49.0%)와 단 0.2%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사하갑서 최인호 민주당 후보가 김척수 통합당 후보를 697표 차이로 이겼다. 최 후보의 득표율은 50.0%로 김 후보(49.1%)를 0.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서울에서는 용산서 역전 승부가 펼쳐졌다. 앞서 출구조사서 2위로 뒤졌던 권영세 통합당 후보(47.8%)가 정작 투표 결과에선 상대인 강태웅 민주당 후보(47.1%)를 겨우 890표(0.7%포인트)로 뒤집고 당선됐다.

득표 차를 최대로 벌려 압승한 후보도 있다. 이번 총선서 1위를 기록한 후보는 광주 북구을에 출마한 이형석 민주당 후보로 10만8229표를 얻었다. 상대인 최경환 민생당 후보와 9만2948표 차이가 난다. 이 후보가 득표율 78.8%로 싹쓸이를 한 결과 윤민호 민중당, 황순영 정의당, 노남수 무소속 후보는 각각 3.3%, 3.0%, 2.0%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대전 서구갑 당선자가 6선 고지에 올랐다. 박 당선자는 미래통합당 이영규 후보를 누르고 충청권 최초로 낙선 없이 내리 6선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박 당선자는 개표 초반 이 후보에 뒤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으나 개표 중반 이후 줄 곧 앞서면서 이날 자정께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는 당선 소감을 통해 “오늘 선거결과는 대전 서구갑 주민 여러분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쓰신 결과”라며 “충청권 최초 낙선 없는 6선을 만들어 주셨다”고 밝혔다.

세 자리수 승부…9만표 차이도
아버지 따라…대 이은 당선자

박 당선자는 <중앙일보> 편집부국장 겸 경제부장, 서울시정무부시장, 국회정무위원장, 민주당정책위의장, 국회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만 72세로 경기도 내 최고령 지역구 당선자가 된 수원무 김진표 당선자는 이번 선거 승리로 5선 도전에 성공했다.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그는 지난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총선서 4선에 성공하면서 중진 반열에 올랐다.

2017년 대선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정부의 청사진을 그렸고, 지난해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뒤를 잇는 총리 후보로 거론됐었다.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경기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의 경기도 승리를 견인했다. 5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하게 된 만큼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유력 후보군이 됐다. 수원 군 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을 실현하는 데도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태구민 당선자

서울 마포갑 국회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당선자가 미래통합당 강승규 후보를 제치고 4선에 성공했다. 노 당선자는 민주당서 5선을 지낸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서울 서대문을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당선자가 미래통합당 송주범 후보를 꺽고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1967년 서울 출생으로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아버지는 동교동계 출신 김상현 전 의원이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충남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서 미래통합당 정진석 당선자가 당선되면서 충남지역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올랐다.

정치인 가족
지역 대물림

정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정 당선자는 충남 공주시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2000년 제16대 총선서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충남 공주·연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6선 의원을 지낸 고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의 아들이기도 하다.

부상 사상구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 장제원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 장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장 당선자는 대표적인 문재인정부 저격수로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사상구서 당선됐다.

장 당선자는 19대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20대 총선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배 후보를 불과 1869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는 경쟁력을 과시했다. 장 후보와 사상구는 인연이 깊다. 장 후보의 부친인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은 과거 사상구(북구)서 국회의원을 두 차례 지냈다. 당시는 사상구가 북구에 속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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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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