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⑦파란의 당선자

생각지도 못한 대반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번 21대 총선에서 한 편의 영화 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국회에 입성한 화제의 당선자들이 있다. 초선이 다선 의원을 꺾으며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며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도 탄생했다. <일요시사>에서는 파란을 일으킨 화제의 당선자들에 대해 살펴봤다.
 

▲ 배현진 미래통합당 당선자

‘초선 파란’의 중심엔 ‘문재인 키즈’가 있었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양 당선자는 6선의 민생당 천정배 후보를 4년 만의 리턴매치 끝에 누르고 금배지를 달았다.

신인들의 반란
세대교체 바람

문재인대통령의 영입인사, 이른바 ‘문재인 키즈’로 불린 양 당선자는 ‘고졸신화’에 이어 이번에는 호남 유일의 지역구 출신 여성 국회의원이라는 새로운 정치사를 썼다.

지난 2016년 문재인 당 대표의 인재영입 7호로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20대 총선서 ‘국민의당 돌풍’에 5선 중진 천정배 후보에게 석패했으나 4년간의 ‘와신상담’ 인고의 시간 끝에 정치적 설욕을 이루고 화려하게 여의도에 입성하게 됐다.

‘홍준표 키즈’도 이변을 일으켰다. 서울 송파을에 출마해 당선된 미래통합당 배현진 당선자다. 배 당선자는 4선의 최재성 민주당 후보를 따돌렸다. 


최 후보의 낙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 당선자는 지난 2018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최 후보에 패배한 바 있다. 이후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역기반을 다진 것이 이번 승리에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전남 목포에서는 정치 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당선자가 ‘정치 9단’ 민생당 박지원 후보를 물리치는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김 당선자는 선거 출마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지 5개월여 만에 금배지의 주인공이 됐다.

목포는 5선 도전에 나선 박지원 후보와 정치 신인 간 대결로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높은 민주당 지지율을 등에 업은 김 당선자는 선거 기간 9차례 여론 조사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순항했다.

양당 ‘키즈들’ 선방… 4·6선 꺾어
탈북·소방관 출신 최초 국회 입성

그러나 선거 막판 민주당이 순천대에 의대를 설치하는 동남권 의대 유치 협약 등이 불거지면서 한때 고전했다. 선거 기간 내내 김 당선자는 새로운 목포의 획기적 도약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목포서부터 이끌어내자고 외쳤다.

미래통합당 태구민 당선자가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탈북자 중 최초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이다. 

태 당선자는 득표율 58.4%를 기록해, 39.6%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를 18.8%포인트 차로 이겼다. 김 후보는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해당 지역서 낙선 후 ‘재도전’을 위해 일찌감치 지역 표밭을 닦아온 상태였다.


그럼에도 북한 출신 태 당선자는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어 승리했다.  

태 당선자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영사를 지냈으며 2016년 남한으로 탈북했다. 강남갑은 지난 16대 총선 이후 내리 보수정당이 차지할 정도로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태 당선자가 탈북자 출신인 탓에 자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처음으로 소방관 출신 당선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당선자다. 정치 신인으로 텃세가 강한 경기 의정부갑에 출마, 미래통합당 강세창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2010년 서울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으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사상 최초 당선
출신 성향 다양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그를 ‘영입인재 5호’로 발탁했다.

전무했던 소방직군을 영입해 국민 생명·안전 분야 정책 기조를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의정부갑에 전략적으로 공천했다. 당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하고 시의원 3명이 동반 탈당하는 바람에 선거 운동이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꿋꿋하게 선거 운동을 펼치면서 지역구민에게 다가갔다. 지역구민들은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열었고 결국 그를 선택했다.

부산 해운대을 선거구서 현역 의원을 꺾은 정치 신예 미래통합당 김미애 당선자는 역경을 이겨낸 인생 스토리로 주목받고 있는 그는 남다른 성장 과정을 겪었다.

어부와 해녀의 딸로 태어난 김 당선인은 14세 때 모친의 여읜 후 가난으로 인해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 양향자 당선자

그가 사회에 첫발을 디딘 곳은 해운대구 반여동 태광산업 방직공장이었다. 선거 사무실이 있는 곳이 바로 그가 여공으로 일했던 방직공장 터 인근이다. 이후 봉제공장과 잡화점 판매원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식당을 차려 운영하기도 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있던 김 당선인은 29세 때 동아대 법대 야간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김 당선인은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도서관을 지켰고 34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4개 지역구서 1000표도 되지 않는 차이로 승패가 엇갈렸다. 심지어 100여표 차이로 당선되는 등 개표 막판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53개 지역구 중 가장 적은 표로 승패가 엇갈린 곳은 인천 동구미추홀을이다.

인천 동구미추홀을은 미래통합당서 컷오프(공천배제)된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상대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막판까지 초접전을 벌인 곳이다. 윤 후보는 4만6493표(40.5%)를 얻어 4만6322표(40.4%)를 얻은 남 후보를 겨우 171표(0.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최다선은 6선
최고령은 72세

충남 아산갑에 출마한 이명수 통합당 후보도 564표 차로 가까스로 승기를 잡았다. 이 후보 득표율은 49.8%로 상대 복기왕 민주당 후보(49.0%)와 단 0.2%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사하갑서 최인호 민주당 후보가 김척수 통합당 후보를 697표 차이로 이겼다. 최 후보의 득표율은 50.0%로 김 후보(49.1%)를 0.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서울에서는 용산서 역전 승부가 펼쳐졌다. 앞서 출구조사서 2위로 뒤졌던 권영세 통합당 후보(47.8%)가 정작 투표 결과에선 상대인 강태웅 민주당 후보(47.1%)를 겨우 890표(0.7%포인트)로 뒤집고 당선됐다.

득표 차를 최대로 벌려 압승한 후보도 있다. 이번 총선서 1위를 기록한 후보는 광주 북구을에 출마한 이형석 민주당 후보로 10만8229표를 얻었다. 상대인 최경환 민생당 후보와 9만2948표 차이가 난다. 이 후보가 득표율 78.8%로 싹쓸이를 한 결과 윤민호 민중당, 황순영 정의당, 노남수 무소속 후보는 각각 3.3%, 3.0%, 2.0%의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대전 서구갑 당선자가 6선 고지에 올랐다. 박 당선자는 미래통합당 이영규 후보를 누르고 충청권 최초로 낙선 없이 내리 6선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박 당선자는 개표 초반 이 후보에 뒤지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으나 개표 중반 이후 줄 곧 앞서면서 이날 자정께 당선을 확정지었다.

그는 당선 소감을 통해 “오늘 선거결과는 대전 서구갑 주민 여러분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쓰신 결과”라며 “충청권 최초 낙선 없는 6선을 만들어 주셨다”고 밝혔다.

세 자리수 승부…9만표 차이도
아버지 따라…대 이은 당선자

박 당선자는 <중앙일보> 편집부국장 겸 경제부장, 서울시정무부시장, 국회정무위원장, 민주당정책위의장, 국회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만 72세로 경기도 내 최고령 지역구 당선자가 된 수원무 김진표 당선자는 이번 선거 승리로 5선 도전에 성공했다.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그는 지난 2014년 경기도지사 선거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총선서 4선에 성공하면서 중진 반열에 올랐다.

2017년 대선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정부의 청사진을 그렸고, 지난해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뒤를 잇는 총리 후보로 거론됐었다.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경기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의 경기도 승리를 견인했다. 5선으로 국회에 재입성하게 된 만큼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유력 후보군이 됐다. 수원 군 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을 실현하는 데도 한층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태구민 당선자

서울 마포갑 국회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당선자가 미래통합당 강승규 후보를 제치고 4선에 성공했다. 노 당선자는 민주당서 5선을 지낸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서울 서대문을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당선자가 미래통합당 송주범 후보를 꺽고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1967년 서울 출생으로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아버지는 동교동계 출신 김상현 전 의원이다.

최대 격전지로 꼽힌 충남 공주·부여·청양 선거구서 미래통합당 정진석 당선자가 당선되면서 충남지역 최다선인 5선 고지에 올랐다.

정치인 가족
지역 대물림

정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정 당선자는 충남 공주시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를 거쳐, 2000년 제16대 총선서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충남 공주·연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6선 의원을 지낸 고 정석모 전 내무부장관의 아들이기도 하다.

부상 사상구 유권자들은 미래통합당 장제원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 장 당선자는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장 당선자는 대표적인 문재인정부 저격수로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사상구서 당선됐다.

장 당선자는 19대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20대 총선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배 후보를 불과 1869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는 경쟁력을 과시했다. 장 후보와 사상구는 인연이 깊다. 장 후보의 부친인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은 과거 사상구(북구)서 국회의원을 두 차례 지냈다. 당시는 사상구가 북구에 속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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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