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짐 싼 의원님들 속사정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23 10:40:31
  • 호수 12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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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차고 오지로…등 떠밀려 백의종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짐을 쌌다. 이사를 가기 위함이다.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현역 국회의원 중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는 의원들이 있다. 이들이 정들었던 지역구를 떠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뒤를 쫓았다.
 

▲ (사진 왼쪽부터)이종구(미래통합당)·김두관(더불어민주당)·김용태·이혜훈(미래통합당) 의원

21대 총선에는 다양한 관전 포인트가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이동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3선 이상의 중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맹주’서 ‘신인’으로의 신분 변경이다.

자객공천

지역구 이동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서 많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제1당 탈환을 노리는 통합당은 자신들의 표밭서 다선을 한 현역 의원을 차출해 격전지로 내보냈다. 이른바 ‘자객공천’이다.

주호영 의원은 대구 수성을 지역서만 내리 4선을 한 거물이다. 이번 21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주 의원을 대구 수성갑에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을 잡기 위함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서 수성갑에 출마,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은 파란의 주인공이다. 대구서 민주당 국회의원이 탄생한 일은 31년 만이다.


‘잠룡’으로 불리는 김 의원이 만약 21대 총선을 통해 수성갑서 재선에 성공한다면, 통합당 입장에서는 정권교체에 적신호가 켜진다.

18대 총선부터 20대 총선까지 서울 양천을서만 내리 3선을 한 통합당 김용태 의원이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서울 구로을로 나선다. 앞서 김 의원은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 이후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구로을은 통합당 입장서 대표적인 험지다. 이 지역 현역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다. 박 장관은 이 지역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겸직 장관인 그는 지난 1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무주공산이 된 구로을 지역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전략공천했다. 

통합당 이혜훈 의원은 서울 서초갑서 서울 동대문을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통합당 공관위는 이 의원을 서초갑에서 컷오프(공천배제)했다. 이 의원은 17·18·20대 총선서 이 지역에 당선된 바 있다.

컷오프된 이 의원은 지역구를 옮겨 동대문을 지역 경선에 합류했다. 경선서 이 의원은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을 꺾고 경선서 승리, 공천을 확정지었다.

동대문을은 통합당 입장서 ‘서울 험지’로 해당 지역의 현역은 민병두 의원이다. 앞서 그는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이 지역 총선 구도는 민 의원의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격랑에 휩싸였다. 앞서 민주당 공관위는 민 의원을 컷오프, 동대문을을 청년우선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주민추천후보 출마선언문’을 올리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맹주서 신인으로…지역구 이동 강행
3선 이상 중진 다수 ‘험지서 생환?’

통합당 이종구 의원은 서울 강남갑서 경기 광주을로 옮겼다. 앞서 이 의원은 강남갑 불출마를 선언하고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통합당 공관위는 지난 5일 이 의원을 광주을 지역에 단수공천했다. 그는 17·18·20대 총선서 당선된 강남갑 지역 현역 의원이다.

광주을의 현역은 민주당 임종성 의원이다. 앞서 20대 총선 당시 임 의원은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의 노철래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광주을은 광주갑보다 민주당 지지세가 더 강한 지역으로 알려진다.

4선의 통합당 정우택 의원은 충북 청주 상당서 청주 흥덕으로 변경했다. 정 의원은 지난 15대 총선 당시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충북 진천·음성서 당선돼 재선에 성공, 지난 2006년에 열린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충북도지사를 역임했다가 19·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소속으로 청주 상당서 당선된 충청권 맹주다.

청주 흥덕의 현역은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다. 19대 때 비례대표였던 그는 20대 총선 때 이 지역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로써 현역 대 현역의 대결의 성사됐다. 이 곳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17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한 지역이다. 20대 총선 때 당선된 도 의원을 포함하면 민주당 소속 후보가 무려 16년 동안 당선됐다. 

통합당에 합류한 이언주 의원은 부산 남을 지역에 전략공천됐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 광명을이다. 그는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경기 광명을 지역서 당선,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이 지역 재선에 성공했다. 
 

▲ 이언주·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 ⓒ나경식 기자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은 당초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에 공천을 신청했었다. 그러나 통합당 공관위의 결정은 부산 남을이었다. 이달 초 김형오 당시 공관위원장은 “이 의원이 가장 험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 현역은 민주당 박재호 의원이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서 남을에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남을은 통합당 입장서 부산의 대표적 험지다. 해당 지역서 민주당 조직의 세가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통합당 안상수 의원은 인천 중·동·강화·옹진서 인천 미추홀을 지역으로 이동 배치됐다. 지난 9일 안 의원은 국회 정론관서 이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정들었던 중·동·강화·옹진 지역구를 떠나, 당의 명령에 따라 미추홀을 지역구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갈등이 첨예하다. 이 지역 현역은 윤상현 의원이다. 그는 통합당 공관위로부터 컷오프 당하자 이 지역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공천을 받은 안 의원은 윤 의원을 향해 연일 ‘출마 철회’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윤 의원은 “미추홀을 공천은 원칙과 전략이 없는 무개념 공천을 넘어서 자해공천”이라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공천을 철회하고 원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갈등 잠재

민주당에서는 김두관 의원이 대표적인 지역구 이동 사례다. 김 의원은 경기 김포갑서 경남 양산을로 이동했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김 의원에게 양산을로의 지역구 이동을 요청, 김 의원이 이를 수락했다. 지난 2월 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김 의원은 현 지역구가 김포갑임에도 불구하고 당과 지도부의 간곡한 출마 요청 제안을 수용해 경남지역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역할까지 같이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현역인 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앞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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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