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30)무덤

서로의 길로…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러이, 사필귀정이지. 그것이 사필귀정이야.”

매창이 가만히 사필귀정을 되뇌었다. 한눈에도 허균이 그 말에 무슨 깊은 사연이 맺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던 때문이었다.

“자세히…”

“매창이!”

무슨 사연이?


매창을 부르는 허균의 말에 격정이 일고 있었다.

“나는 그 두 분으로 인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의 기초를 달성할 수 있었다오.”

“그런데요?”

허균이 다시 잔을 들어 깨끗이 비워냈고 매창이 급히 안주를 집어 들었다.

그 손을 허균이 정중하게 거부했다.

“매창이, 나는 그 일이, 나에게는 마냥 좋은 그 일이, 형님에게 무덤이 될 줄은 추호도 알지 못했으이.”

“네, 무덤이라니오!”


“암, 무덤이었지. 무덤이었고말고.”

“무덤이라 하시면.”

허균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매창의 눈가에도 이슬이 어리기 시작했다.

“나리…….”

“나의 형님도 결국 그 일로 노중 객사하고 말았다오.”

“노중 객사라니요!”

“그것이 집안 내력인지 모르겠으나 나의 형님도 아버지처럼 결국 집이 아닌 곳에서 운명을 달리하셨다오.” 

매창은 허균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형님은 결국 속세의 모든 벼슬을 거부하고 산속으로 들어가셨고 그리고 결국 금강산 부근에서 병을 얻어 사망하고 말았다오.”

“형님과 백운산에서 헤어지고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왔소.”

“형님을 놔두고요?”

“놔두기는. 형님의 선택을 존중한 결과지.” 


“형님의 선택이요?”

“함께 집으로 가자고 매달렸건만 형님은 사명당 스님과 함께하겠다고 그분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갔다오.”

“왜요?”

“그러니까 백운산에서 형님은 형님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의 길을 향했던 게요. 내 경우는 어머니도 계시고 또 아내와 갓 태어난 딸아이가 있었으니 돌아갈 수밖에.”

”그러면 형님과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던가요?”

허균이 대답 대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달로부터 형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허균이 급히 팔봉을 대동하고 온갖 약재를 마련하여 허봉을 찾았다.

금강산 부근의 한 암자에서 사명당과 함께 기거하는 형님을 만났다.

이전에 보았던 형의 모습이 아니었다.

뼈에 살을 살짝 붙인 듯 앙상했고 게다가 얼굴에는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저절로 눈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곁에서 사명당이 청아한 목소리로 불경을 낭송하고 있었다.

“형님!”

“뭐하자고 이리도 헛걸음하는 게냐.”

“이번에는 반드시 형님을 모시고 가려고 작정하고 왔습니다.”

허균이 제 딴에는 힘주어 이야기했다.

그러나 말끝이 슬며시 기어들어갔다.

그를 감지했는지 허봉이 슬그머니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는 늦은 듯하구나.”

“형님, 늦었다니요.”

“이미 나라는 인간은 속세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이 말이다.”

속세라는 이야기에 허균이 사명당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치 그에게 자문을 구하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허균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사명당의 낭송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균아.”

“네, 스승님.”

“세상은 여러 곳이 있는 법이다.”

“여러 곳이라 하심은.”

“네가 거하는 곳도 인간들 세상이고 또 네 형이 거하고자 하는 곳 역시 인간들의 세상이라 이 말이다.”

사명당이 잠시 사이를 두었다.

속세를 버리고 산속으로…금강산에서 사망
부질없는 세상 일…순리 원해도 역리 강요

“모든 인간은 자신이 거할 때를 제대로 찾아서 거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거늘.”

허균이 그 말을 가만히 되새겼다.

결국 자신이 거할 곳은 인간들의 오만가지 추악함이 묻어있는 세상이고, 형은 그런 부류들과는 함께 할 수 없음이니 바로 사명당의 곁을 일컬음이라 생각했다.

“너의 형은 이미 속세의 일들이 모두 부질없음을 알아버렸어. 그래서 그들과 떨어져서 남은 세상 보내겠다는 이야기니라.”

허균의 시선이 다시 허봉에게 옮겨졌다.

그 시선에 허봉의 따뜻한 미소가 전달되어졌다.

“균아.”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형의 얼굴을 주시했다.

“세상일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알겠니.”

역시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세상일이란 순리를 앞세우는 나에게 역리만을 강요하더구나. 그러니 내가 어찌 속세에 거할 수 있겠느냐.”

“역리라고 하심은.”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누구더냐. 바로 손곡 아니냐.”

“그런데요.”

허봉이 가느다란 미소를 흘렸다.

“그런데 세상은 나와 손곡을 원수로 만들어버렸지.”

이달의 스승이신 박순을 일컬음이었다.

형이 박순을 집요하게 공격하고는 했었던 일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그런 내가 이달에게는 어떻게 비쳤겠느냐. 그런데 그 무던한 친구는 제 스승을 그리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나에게 한마디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

형의 가느다란 미소가 한숨으로 변하고 있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었지.”

“형님, 그런 경우가 형님을 힘들게 만든다면 하지 않으면 될 일이 아닌지요.”

“흐 흐, 어디 지금 세상이 그렇더냐.”

세상일이란

이번에는 자조 섞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허망하다는 듯이 내뱉은 형의 그 말을 곰곰이 새겨보았다. 사실 현상태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균아.”

사명당의 목소리였다.

“형에게는 형이 거할 곳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함이 어떻겠느냐.”

무참하게도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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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약상으로 몰린 소금상 풀스토리

[단독] 마약상으로 몰린 소금상 풀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섣부른 선의가 한순간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사업을 도와줬던 지인의 짐을 맡아주겠다고 했다가 마약 밀수업자로 몰려 감옥에 가게 된 것이다. 마약 대금을 결제한 정황도, 마약인 점을 인지하지 못한 정황도 있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평범하게 살던 A씨가 한순간에 마약 밀수업자가 됐다. 호형호제하던 지인들은 A씨의 진술을 모두 부인하거나 위증했고 수사기관과 재판부도 A씨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일요시사>는 A씨의 재판 과정서 이상한 점을 짚어봤다. 파키스탄 다녀온 후 지난 2023년 7월 인천지방검찰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향정이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19일 멕시코서 미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던 중 필로폰 2827.34㎏을 몰래 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 그는 풍선 속에 숨긴 필로폰을 국제 특송 화물로 인천공항에 들여오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검거 당시부터 지금까지 지인의 물건을 맡아줬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은 A씨가 소금 사업을 위해 파키스탄에 간 일부터 시작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2월경 지인인 B씨로부터 암염(핑크솔트) 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B씨와 그의 지인인 C씨와 함께 파키스탄을 방문하게 된다. A씨는 파키스탄서 싸쿠라는 가이드를 만나게 된다. 싸쿠는 A씨 일행에게 암염 사업지를 비롯한 현지 사정 등을 친절하게 안내했으며 A씨는 이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와 별개로 암염 사업은 실패했다. 이후 한국으로 귀국한 뒤 한 무역업체 취업 후 평범하게 살던 A씨는 B씨로부터 수원서 만나자는 제안을 받고 지난 2022년 9월3일 B씨와 C씨와 만났다. 이 자리서 C씨는 갑자기 “싸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싸쿠가 10월에 한국에 가려고 하는데 짐이 많아 받아줄 수 있냐고 물으며 아이들이 먹을 사탕과 초콜릿을 주겠다고 했지만 자신(C씨)은 그때 한국에 있지 않고 아이들도 없어서 거절했다. 이틀 후 A씨는 한 통의 영어로된 이메일을 받게 된다. 해당 이메일을 번역한 결과 싸쿠가 짐을 미리 보내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만남서 C씨가 말한 바와 일치한 것이다. A씨는 싸쿠의 친절에 보답하는 차원서, 이틀 전 수원 회동 때 전해 들은 내용과 일치했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안부와 함께 주소를 알려 주는 답신을 보냈다. 집으로 온 사탕과 초콜릿 그 안에 필로폰 넣어 발송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A씨가 받은 이메일은 싸쿠로부터 온 것이 아닌 신원 불명자로부터 온 것인데, B씨가 번역해준 대로 싸쿠가 보낸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원 불명자가 A씨 주소를 수신처로 사탕과 초콜릿과 함께 풍선 안에 필로폰을 넣어 발송했다. 멕시코서 출발한 화물은 미국을 경유하는 과정서 발각돼 압수됐으며, 이 사실이 한국 당국에 통보됐다. 한국 당국은 함정수사를 위해 압수 물품을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해외 탁송업체를 통해 수신인인 A씨에게 화물이 온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지난 2023년 1월10일 해외 탁송업체는 A씨에게 물품 설명과 용도를 기재해 개인통관 고유부호와 운송장 번호를 제목으로 회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같은 날 A씨는 물품이 초코릿과 사탕이라고 회신했다. 이틀 후인 2023년 1월12일 A씨는 앞서의 신원 불명자로부터 두 번째 이메일을 받아 B씨에게 번역을 의뢰했다. B씨는 “자기(싸쿠)의 한국행이 연기되니 물품만 수령해 보관해달라”는 내용이라고 번역해 주면서 “그냥 내버려 둬”라고 해서 답신은 하지 않았다. 그후 A씨는 해외 탁송업체 직원과 관세에 관한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A씨는 이에 이메일로 싸쿠에게 세금을 대납하고 나중에 청구해야 하므로 금액부터 알려달라고 했다. 이후 A씨는 14일 동안 물건이 배달되지 않았고, B씨를 통해 싸쿠에게 물건 도착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상황을 공유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3년 2월6일 A씨는 배송 기사로 위장한 인천지검 수사관으로부터 화물을 전달받다가 긴급 체포된 후 구속 기소됐다. “이용만 당했는데…” 1심 재판부는 A씨가 계획적으로 마약을 수입하려 했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수입 범행은 마약의 확산 및 그로 인한 추가 범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서 엄정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A씨가 수입하려고 했던 필로폰은 그 무게가 약 2.8kg에 달하는 대량으로서, 이는 1회 투약분 약 0.05g 기준 5만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에 해당하므로 만약 위 필로폰이 계획대로 국내에 반입돼 유통됐다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은 대단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편 A씨는 이 사건 필로폰 수입 범행을 계획하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할 목적으로 공범과 짜고 이메일을 주고 받는 등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거를 조작했고, 범행이 발각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사건 화물의 배송 조회를 한 이유, 이 사건 화물의 내용물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이유 등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회피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으로부터 A씨의 주장에는 여러 군데에 불일치, 모순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에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위 내용이 담긴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는 등 이 사건 수사 및 재판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 및 이 사건 범행을 전후한 A씨의 태도 등에 비춰볼 때, 비록 피고인에게 이 사건 이전에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이 미수에 그치고 필로폰은 모두 압수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점 등 유리한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함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진술과 주장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하고 마약 밀수범의 최대 형량을 넘어서는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마약류 수출입·제조 사범의 기본 형량은 최소 10월에서 최대 7년이다. 여기에 영리 목적 등의 의도가 더해진다면 최대 형량은 11년까지 늘어난다. 이에 A씨는 ▲화물이 필로폰인 사실을 몰랐던 점 ▲싸쿠를 사칭한 인물로부터 기망을 당해 필로폰이 담긴 화물의 수령인으로 이용당했을 가능성 ▲화물에 담긴 필로폰의 가액이 5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충분한 증명 없이 가중처벌된 점 등을 들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가 있으며 범죄 전력도 없고 경제적 이익도 없고 이용만 당한 상황에 징역 10년은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주장이 허위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필로폰 밀수 범행은 그 성질상 밀행성을 수반하고, 이 사건의 경우 허위 이메일의 외관을 작출하면서 적발 시 빠져나갈 방법까지 마련하는 등 범행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 ▲A씨가 두 번째 이메일을 수령하기 이전에 이미 화물의 내용물을 알고 있었던 것을 보아, A씨가 실제 마약 상선과 따로 연락하면서 소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중한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마약 밀수 범행을 감행한 이유로 필로폰의 가액이 50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을 A씨가 미리 알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해 3월 A씨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서도 상고가 기각돼 결국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대금 결제 유통 없어 A씨의 형량은 확정됐지만 아직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A씨가 마약을 샀다면 마약 대금은 어떻게 결제했는지 ▲마약 대금의 자금 출처는 어디인지 ▲어떻게 유통하려 했는지 ▲A씨가 마약 상선과 계속 연락했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공범과 증거를 만들기 위해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면 공범은 누구인지 등이다. 필로폰 2827g은 A씨가 검거됐을 당시 도매 가격으로 2억원에 달하며 소매 가격으로는 7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서도, 재판 과정서도 마약 대금 결제를 어떻게 했는지는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마약 대금을 결제한 방법을 조사하지 않았으니 마약 대금의 자금 출처 역시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검찰과 재판부가 집중한 쟁점은 ▲화물에 무엇이 올지(사탕과 초콜릿) A씨가 먼저 알고 있었다는 점 ▲A씨가 화물이 언제 오는지 계속 확인했다는 점 ▲사쿠가 A씨한테 보낸 이메일이 영어 문법과 맞지 않아 한국인이 번역기를 통해 보냈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서 A씨의 진술이 계속 바뀌었다는 점 등이다. 멕시코 출발, 미국 경유 과정서 발각 압수 사실 한국에 통보…바로 체포 A씨처럼 마약을 택배로 받았다가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례는 많다. 하지만 다른 사례에서는 택배 수취인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것이 드러나거나 마약을 투약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5부(장기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 유학생 D씨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 사실에 따르면, 대전 모 대학교에 재학 중인 그는 지난 4월 초 베트남에 있는 E씨와 공모해 1330여만원 상당의 케타민 205g을 국내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E씨는 케타민을 비닐팩 20개로 소분해 라면 봉지 속에 넣어 과자, 국수 등과 종이상자에 담아 식품 배송인 것처럼 꾸민 국제 택배를 D씨에게 보냈고, D씨는 이 국제택배가 베트남서부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운송 경로를 추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D씨는 같은 달 4일에는 대전 동구 거주지 옥상서 F씨에게 15만원을 받고 신종 마약 9ml를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다른 신종마약 판매 사건을 조사하던 중 한 피의자의 수사 협조를 받아 판매자 D씨와 현금 거래를 성사했고, 거래를 하기 위해 옥상에 나타난 D씨를 긴급체포한 뒤 현금 15만원과 D씨의 휴대폰을 압수했다. 또 광주지법 제13형사부(재판장 정영하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G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국인 노동자 H씨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G씨는 올해 초 태국에 사는 공범과 동남아서 유통되는 합성 마약류인 ‘야바’를 팔기로 공모, 태국서 시가 1억1769만원 상당의 야바 5898정을 건강보조제 용기에 숨겨 국제 우편물로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김 양식장서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 H씨에게 2차례에 걸쳐 들여온 야바 중 일부인 20정을 60만원에 팔고, 판매 목적으로 1235만원 상당의 야바 247정을 소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H씨는 다른 동료 노동자들과 함께 G씨를 통해 야바를 구입하거나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G씨는 한국에 체류하다가 강제 출국된 태국인 공범과 공모해 현지산 야바를 국제우편으로 자신이 머물렀던 전남의 한 숙박업소까지 배송되게끔 수취지로 기재하고, 직접 받았다. 해당 사건과 A씨 사건의 차이점은 마약을 유통하고 마약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A씨의 사건에서 명확한 것은 화물에 A씨의 주소지와 전화번호가 적혀있다는 것뿐이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A씨의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서의 주요 쟁점은 필로폰 밀수를 계획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며 “A씨가 수사기관과 재판서 말이 달라지는 것과 증인 진술과 A씨의 진술이 맞지 않는 부분은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필로폰 2.8kg을 혼자서 유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공범에 대한 조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며 “조사 과정서 A씨의 집, 차량, 회사 근처 숙식을 하던 친척집 등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하는 반면, 진술 초기부터 등장한 B씨와 C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대질심문만 진행한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재심 신청 결과는? A씨도 이상한 점을 느끼고 현재 재판부에 재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재심이란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에 의해 확정 판결이 있은 사건에 대해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 등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확정 판결이나 이에 준하는 결정적 증거로 다시 재판해 재판의 취소나 변경 등을 요구하는 신청으로서 비상의 불복신청을 말한다. A씨는 재심 사유로 민사소송법 제451조 7항에 나와있는 ‘증인·감정인·통역인의 거짓 진술 또는 당사자 신문에 따른 당사자나 법정대리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를 꼽는다. A씨는 A씨의 진술을 허위로 판단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B씨의 진술이 위증이라고 말한다. A씨는 B씨를 위증죄로 고발하기도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