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육 1위’ 프뢰벨의 민낯

앞에선 ‘바른 교육’ 뒤에선 ‘꼼수 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유아 교재 전문 출판사 한국프뢰벨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의 지사들과 분쟁이 불거져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됐으며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꼼수 승계’ 논란까지 제기됐다.
 

일부 지역 지사의 상품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된 영유아 교육업계 1위 업체 프뢰벨이 지사 상품 공급을 위해 담보로 설정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놓고 말소 없이 법인을 청산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지사 상대 갑질
공정위에 제소

인천서 30년간 프뢰벨 지사로 사업을 해오고 있다는 A씨는 “본사 측이 지사의 상품 공급을 위해 담보로 설정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놓고 법인을 청산했다”며 프뢰벨 본사 측의 먹튀 의혹을 제기했다.

A씨는 1992년 한국프뢰벨판매와 거래하면서 외상으로 교재 및 제품을 가져오기 위해 친정어머니의 토지를 담보로 근저당권 2억원을 설정했다. 이후 인천지사의 매출이 커지면서 A씨는 다시 한국프뢰벨산업과 3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A씨는 프뢰벨 본사가 추가 담보를 요구해 자택과 건물을 담보로 추가 설정하고 친정어머니 소유의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설정을 말소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친정어머니가 소유한 토지의 근저당권설정은 말소되지 않았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자신 소유의 자택과 건물로 추가 담보만 더 설정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프뢰벨판매와 한국프뢰벨산업은 법인을 청산했다. A씨는 “프뢰벨 측이 근저당권설정을 해지해주지 않아 70세가 넘은 어머니의 유일한 재산을 정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근저당 말소 없는 법인청산…모르쇠 일관
“갑질 당했다” 7개 지사장 공정위에 제소

A씨는 “1년 내내 토지 근저당설정을 해지해줄 것을 프뢰벨 측에 요청했으나 사측은 ‘두 법인이 청산돼 주주확인 및 서류구비가 어려워 모른다’는 짧은 문자만 남겼다”며 문제를 해결해야 할 본사가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뢰벨과 지사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뢰벨은 지난해 말 대구·전북·광주·성남·인천·순천·부산 등 전국 7개 지사에 상품 공급을 중단해 ‘갑질 의혹’에 휘말렸다. 해당 지사는 시리즈 상품 중 일부인 ‘에듀1’을 판매하다 ‘에듀2·3’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7개 지사들은 본사가 직영점의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 상품 공급을 끊는 방식으로 ‘도태전략’을 구사한다고 지적했다. 지사들은 본사가 계열사 프뢰벨하우스서 프뢰벨미디어로 상품 공급 주체를 변경하라고 요청하는 과정서 안내문조차 보내지 않았다며 프뢰벨을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사실 토지에 대한 근저당권 해지 설정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상법 제520조의 2(휴면회사의 해산)의 규정’에 따르면 직권에 의한 해산 및 청산종결등기가 경료된 주식회사의 경우 회사계속등기를 할 수는 없으나, 잔여재산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등기용지 폐쇄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하지 않았다면 청산사무가 종결되지 않았음을 증명, 청산종결등기의 말소등기를 신청함으로써 폐쇄된 등기용지를 부활시키고 청산종결등기를 말소한 다음, 청산인 등기를 하는 등 청산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못하는 이유?
편법 승계 포석

한 법무사는 “대법원 예규에도 청산된 회사에 대한 근저당권 말소방법이 조건에 따라 정해져 있으며 법적인 청산인에 의해 해지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프뢰벨은 근저당설정 해지를 해주지 않는 걸까.

법무사에 의하면 근저당권 설정 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가 없으면 근저당설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프뢰벨 법인 두 회사는 인천 지사와 근저당설정에 대한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근저당설정을 할 때 회사가 허위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인천 지사는 회사와 어떤 채무관계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마치 채무가 존재해 땅을 근저당 설정한 것처럼 만들었다. 이에 대해 프뢰벨 관계자는 인천 지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프뢰벨이 근저당설정 해지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청산된 두 법인이 오너 3세의 편법 승계와 관계된 회사기 때문이다. A씨는 “과거 두 법인이 현재 프뢰벨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정두루와 상관없는 회사가 되기 위해 두 법인을 살려내기가 싫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뢰벨 창업주 정인철 회장은 1977년 국내 최초의 유아 교재 전문 출판사인 ‘한국프뢰벨’을 설립했다. 흔히들 한국프뢰벨이 독일의 프뢰벨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여기지만 프뢰벨이란 고유명사만 사용한 것일 뿐 독일 프뢰벨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소 확인불가
페이퍼컴퍼니?

정 회장은 2004년 아들 정아람씨와 손자 정두루씨에게 회사의 편법 증여를 위해 현재 프뢰벨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녹색지팡이를 만들었다. 

녹색지팡이는 설립 당시 자본금 5000만원의 규모가 작은 회사였다. 프뢰벨은 녹색지팡이에게 일감 몰아주기로 회사의 매출을 상승시키고 지분가치를 높였다. 더구나 당시 녹색지팡이의 최대주주인 정두루는 10대의 나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은 계열사를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하는 편법 승계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사실상의 개인회사에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줘 기업을 성장시키고 다시 해당 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거나 그룹 지배구조상 핵심 기업과 합병시키는 방법 등이 동원된다. 

이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까지 시행됐지만 이마저도 총수 지분율을 기준 이하로 낮추거나 합병을 통해 내부거래율을 낮추는 식으로 교묘히 피해가는 형편이다.

주소지 및 전화번호 없는 유령회사?
회사 설립과 청산 반복…편법상속 논란

이후 정두루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녹색지팡이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프뢰벨 계열사(프뢰벨 미디어, 프뢰벨하우스)지분을 사들이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그것도 20대 초반의 청년이 1211억의 현금으로 직접 매수했다.

‘정두루→녹색지팡이→프뢰벨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된 셈이다. 정두루씨는 상속세 한 푼 내지 않고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A씨는 이 과정서 회사의 잦은 사명 변경과 청산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현재 녹색지팡이의 연결 종속기업인 프뢰벨하우스와 프뢰벨미디어, 그리고 지배기업인 녹색지팡이와 차상위지배기업인 프뢰벨엔터프라이즈(주)는 사업장 주소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법인등기부상 사업장 주소지는 현재 매각 상태로 전화번호도 없다. 유령회사 의혹까지 낳고 있다.
 


A씨는 “프뢰벨은 자사의 실수로 토지담보의 근저당설정을 해지하지 않은 것을 사과하지 않고 법대로 하라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토로하며 “어린이를 위한 바른 교육을 지향하는 프뢰벨의 이런 행태는 도덕적으로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8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의하면 녹색지팡이는 Eastern gate spc에게 무려 10.152%의 이자율로 279억원의 해외사채를 빌렸다”며 “Eastern gate spc라는 사모 해외사채 회사가 프뢰벨서 만든 특수목적 법인일지도 모른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 관계는?
“모른다” 일축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프뢰벨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프뢰벨의 이 같은 태도에 “교육은 뒷전인 채 오너 일가의 지배승계에만 혈안인 프뢰벨은 마땅히 책임지고 사과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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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