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정치인과 사생아의 ‘위험한 관계’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2 10: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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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서 '사생아 파문' 또 터진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권력자의 어두운 비밀을 알고 있던 신하는 구덩이를 파고 마음에 두고 있던 말을 토했지만 그의 말은 대나무 숲의 메아리를 타고 온 마을에 퍼졌다. 이렇게 한번 퍼진 소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임금님 귀가 길다’라는 식의 확대 재생산만 낳을 뿐. 선거철이면 빠짐없이 재현되는 정치인 관련 루머도 마찬가지다. 흠집내기성 의혹 제기는 물론 각종 유언비어와 마타도어가 난무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대권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루머가 있으니, 바로 ‘정치인과 사생아’ 논란이다. 그 은밀한 사생활을 들춰봤다.

 

최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예비후보의 사생아 논란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유명 정치인들의 ‘사생아’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올 때마다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의례적인 루머로 굳어져가고 있는 ‘정치인들의 사생아 의혹’. 사실과는 무관한 소문일까, 루머를 가장한 진실일까.

호적엔 2남 3녀
실제는 3남 4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딸 가오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YS의 사생활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은 1992년 민자당 대선후보 때였다. 그 해 2월 20일자 <LA매일신문>에 ‘김영삼 씨의, 숨겨둔 딸 가오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시작으로 21, 23일자 등 총 3회에 걸친 시리즈 해부기사를 통해 국내외 언론에서 동시다발적인 보도가 나왔다.

미주 한인 대표 언론인 LA <선데이저널>의 기사요약에 따르면 ‘YS가 한창 정치권에 갓 입문하고 국회의원 재선 등에 고심하던 시절인 60년대 초반 S요정 출신 이경선씨라는 여인과의 외도를 통해 ‘가네꼬 가오리(金子 香織 : 한국명 주현희)’라는 딸을 낳았다는 내용의 ‘사생활’과 관련한 비화였다.

당시 이 같은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YS의 숨겨둔 딸 가오리의 이야기가 널리 회자됐다. 나중에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숨겨진 딸뿐만 아니라 아들도 있다더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LA매일신문>은 잇따른 보도를 통해 인륜과 천륜을 져버린 민자당 대통령후보의 사생활에 대한 부도덕성을 공격하며 대통령후보로서의 사실과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촉구했지만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자당 측과 YS 캠프진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일부 부도덕한 세력들의 제14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적 위해를 가하기 위한 음모라고 반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숨겨진 딸 ‘가오리양’으로 곤욕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소문에 시달려

YS는 즉각 <매일신문>의 기사를 전재하여 보도한 한국의 <인사이더월드> 발행인 손충무씨를 고소하고, 검찰은 5일 만에 손씨를 구속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후 YS는 대통령에 당선 되었고 숨겨놓은 딸의 진실은 철저히 은폐된 채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소문이 ‘객관적 사실’로 굳어진 것은 YS가 임기를 끝마친 지 2년 가량이 지난 2000년 1월이다.

당시 자신을 ‘가네코 가오리’라고 밝힌 여성이 YS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모친인 이모씨가 선고 2주를 남기고 돌연 고소를 취하해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오리의 생모인 이씨는 그해 미국 LA에서 <선데이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1960년대 초반 YS와의 만남, 가오리의 출산 이후, 일본인에게 양녀로 입양시킨 사연 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10월엔 자신이 YS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던 한 남자가 YS를 상대로 친자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YS는 이와 관련해 유전자검사명령에도 응하지 않고 소송대리인도 선임하지 않는 등 일절 대응 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2월 친자확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법정득남’을 했다.


의혹 ‘단골 주인공’
여직원과 여비서

대선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12월 인터넷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노무현의 숨겨놓은 딸 의혹’을 놓고 진실공방전이 벌어졌었다.

대선 당시 <오노뉴스> 운영자이자 전 방송작가 김세동씨가 “노무현씨가 세칭 ‘인권변호사’ 시절인 1980년에 자기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여직원과 성관계를 맺어 딸을 낳았다”며 “이 딸이 현재 노무현씨의 형 노건평씨 호적에 입적되어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인터넷상에 유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노건평, 민미영 부부의 호적등본 등 관련서류를 첨부해가며 “민미영씨가 지난 81년 혼인 전 딸(희정)을 입적했으며, 그 후 지난 83년 노건평씨와 혼인신고를 했는데 이는 그 과정을 볼 때 상당한 의혹의 소지가 있다”며 그럴듯한 가설까지 내세웠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찬반 양측으로 갈려 맹렬한 설전을 보이기도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김씨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위반혐의로 수원 구치소에서 구금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김씨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대한 비방문건을 인터넷 상에서 퍼 날랐다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2003년 석방된 후에도 수원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할 뜻을 내비췄다. 당시 그는 “아직 판결이 끝난 것이 아니다. 검찰은 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자의 사생활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도 이뤄졌어야 한다”면서 “머리카락이나 체모로 DNA검사가 이뤄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나의 유죄 여부를 알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큰 선거 때만 되면 ‘믿거나 말거나’식 루머 난무

퇴임 후 사생아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경우도 있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경우다. 소문은 DJ가 1970년, 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여비서였던 김씨와의 사이에 낳은 딸이 있다는 것이다.

2005년 4월 19일, SBS의 시사 프로그램인 <뉴스추적>은 ‘DJ의 숨겨진 딸’이라고 주장하는 30대 여성에 대해 특종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는 ‘대하’라는 고급 한정식 집에서 당시 김대중 신민당 국회의원을 처음 만났다”며 “자신은 7~8세 무렵부터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찾아가 생활비를 타오곤 했으며 조풍언을 통해 아파트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뉴스추적> 보도에 대해 DJ 측은 숨겨진 딸이란 없다고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6년 4월 16일, DJ의 숨겨진 딸로 알려진 김씨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DJ의 사생아라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김씨는 “모친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고, 모친이 돈을 받아오게 시켜 지난 2000년까지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았다”며 “어린 꼬마였던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킨 어머니가 지독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용’ 악성루머
이번 대선에도?

2007년 한 차례 ‘사생아 존재여부’에 휩싸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예비후보는 YS의 차남 현철씨의 ‘사생아 관련 발언’ 보도로 이번 대선 역시 구설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7월19일 후보청문회에서 ‘자녀가 있다’는 시중의 소문에 대해 “내가 애가 있다는 말이 떠도는데 DNA검사라도 받겠다”며 “그래야 그 자식의 부모를 위한 길”이라고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현철씨와의 인터뷰를 실은 <월간중앙> 7월호는 이에 대해 “요즘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이 낳은 자식이 올해 30세 정도이며 일본에 산다”는 정가의 풍문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사생아 의혹 제기에 관계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과 같은 큰 선거 때 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온갖 괴소문과 갖은 루머들이 난무한다.

문제는 ‘루머’라는 게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좀처럼 진위가 밝혀지지도 않고 또 사실과는 관계없이 확대 재생산돼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또 선거가 끝난 후에는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져 루머의 진실여부는 중요치 않게 된다.

정치지형의
‘새판’ 고민할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하필 선거철만 되면 왜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하는 건지. 왜 권력은 꼭 이렇게 피를 먹고 자라야만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

흑색선전이든 음해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치고 빠지기식 정치인들의 모습이 아니다.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 후보비방이 아닌 정치지형의 ‘새판’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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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