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드리우는 외인부대의 그림자

찬밥 당직자들 ‘신세타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본격 인재 영입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공통적으로 ‘청년 수혈’에 힘을 모으는 분위기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영입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자유한국당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은 눈에 띈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당내 서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로 발탁된 원종건씨

“당의 시스템이 청년자본을 잘 축적하고, 길러낸 후 치밀하게 검증해서 배출까지 해내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한국의 그 어떤 정당도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진 곳은 없다고 본다.” 손수조 전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하나 청년 비례대표를 ‘실패한 인재’로 꼽으며 한 말이다.

수혈

손 전 위원장은 본인이 당에서 길러진 후 배출되는 시스템서 나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비례대표 자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그는 2012년 총선서 부산 사상에 출마해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정면 대결한 후 낙마했다.

최근 여야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물·이슈·구도는 선거의 3대 요소로 꼽힌다. 특히 새로운 인물의 성공적 영입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6년 총선서 추미애·정동영·천정배·신기남 등 개혁 성향을 가진 ‘젊은 피 수혈론’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정당의 역사가 짧고 인물 중심의 정치가 주를 이루는 한국서 인재영입은 특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민주당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진 청년·여성을 두루 섭렵했다. 첫 주자는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 온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였다. 발레를 전공한 최 교수는 교통사고로 척수장애 판정을 받은 뒤 좌절을 딛고 사회적 활동에 몸소 뛰어들었다. 영입된 최 박사는 “차별의 벽 뛰어넘는 정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14년 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로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원종건씨(27)와 소방대원 출신인 오영환씨(31)도 영입했다. 둘 다 상징성 있는 2030세대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후한 점수를 받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용기’와 ‘인권’을 테마로 한 영입으로 겨우 한숨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호 영입인사로 공군병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선정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이후 지난 8일 한국당은 유명한 인권운동가인 탈북자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를 영입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테니스부 코치를 고소했다. 이는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불씨를 당긴 좋은 선례가 됐다. 지씨는 북한의 ‘꽂제비’ 출신으로 열차에 치여 팔과 다리가 절단됐음에도 불구하고, 목발을 짚은 채 5개국을 거쳐 2006년 한국 땅을 밟았다. 현재까지 지씨는 북한인권단체 활동에 매진해오고 있다.

한국당은 “지씨가 북한 인권운동뿐 아니라 대한민국 인재로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을 인권 선진국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잇단 이벤트성 외부 인재영입
선거철마다 성과 없다는 비판

여야에 영입된 인물들은 대표성과 상징성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던 만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당 내부서도 각 계층을 대표하는 인재영입 인사들을 비례 당선권에 전략적으로 배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서 민주당 영입 인사들에 대해 “평가가 비교적 좋다”며 “영입된 인재들은 지역구를 포함해 비례대표로 총선을 치르게 된다”고 언급했다. 현재 비례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가운데 20명이 이번 총선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지역은 이들의 전략공천 지역이 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가진 정치인의 자질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정치인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다. 도덕성과 높은 책임감을 겸비한 것은 물론이고, 당에 걸맞는 뚜렷한 철학과 국가관이 있어야 한다. 인재영입서 혹독한 검증이 필수인 이유다.

하지만 여야를 불문한 ‘보여주기식’ 인재영입은 매 총선 때마다 이벤트에 그쳐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KBS <여의도 사사건건>서 “정치인으로서의 어떤 훈련 과정 없이 그냥 ‘깜짝 쇼’로 영입한 후 비례대표 당선권으로 내보내는 것은 검증 과정이 없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을 키우려면 총선에 앞서 2∼3년 전부터 픽업해서 그들에게 정치적인 훈련을 시켜야 한다. 이건 연습 없이 그냥 본 게임에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인재영입 5호로 선정된 오영환씨

인재영입으로 당 내부서 훈련된 인재들이 가지는 박탈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매 선거철마다 단행되는 이벤트성 영입인사로 인해 정작 훈련된 인재들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기 때문이다. 민주당 청년위원회 내부서 “우리는 뭐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왔던 이유다. 

국회의원이라는 제도권 진입을 위해 수년간 고생한 보좌관들 사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매한가지다.

국회 보좌진들이 자주 이용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여의도 옆 대나무숲’서 익명의 한 사용자는 “이슈만 된다면 아무나 데려와서 국회의원 시켜주려는 걸 보니 회의감이 든다”며 “영감님들. 인재영입이랍시고 정말 아무나 영입들 하시네요. 영감님들이 영입한 인재들보다 현실 정책에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들의 노예”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른 익명의 사용자는 “인재라고 모셔진 청년들이 국민들이 바라는 몫을 하기에는 너무나 아마추어적으로 보인다”며 “경험이 미천한 의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의원실의 모든 일은 ‘청년 보좌진’이 떠안아야 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 내부에선 구체적인 대안의 목소리도 나왔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인재영입과 관련해 “당이 어려울 때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은 청년 당직자들”이라며 “선거 때 우리의 능력을 인정해 도움을 청해놓고 외부서 영입을 했다는 것은, 당내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 국회의원은 권리당원 5년 등 당에 대한 공헌도와 같은 기준을 공천 과정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신?

반면 외부 영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주요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서운함은 있을 수 있지만 인재로 영입된 분들도 인생을 걸고 들어온다. 사실 영입돼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당 내부 인재와 외부 인재 비율을 7대3 정도면 섞으면 좋을 것”이라며 “혁신 바람도 필요하다. 당 내부서도 하위 30프로를 거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언제까지 올드한 멤버로 채울 수는 없다. 계속해서 파이가 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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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