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단 ’퍼시스그룹 승계 작전 막전막후

깎고 다듬어 대물림 마침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퍼시스그룹의 승계 작업이 한창인 모양새다. 그 발판은 차츰 선명해지는 듯하다. 창업주의 퇴진으로 2세 경영은 시간 문제인 상황. 2세 승계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게 될까.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의 창업주 손동창 명예회장은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서 회장직을 내려놨다. 그는 임원인사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손 명예회장은 지난 1983년 퍼시스의 모태인 한샘공업주식회사를 설립, 사무용 가구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빈자리는 이종태 퍼시스 부회장의 회장 승진으로 채워졌다.

회장 퇴진
2세 전면

손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2세 경영’의 본격화가 점쳐졌다. 주인공은 손 명예회장의 장남 손태희 퍼시스 부사장이다. 퍼시스는 여느 그룹처럼 지주회사를 정점에 뒀다. 퍼시스그룹은 5개의 주요 계열사로 구성돼있다. 세부적으로 ▲퍼시스 ▲시디즈 ▲퍼시스홀딩스 ▲일룸 ▲바로스 등이다. 차례로 2개 상장사와 3개 비상장사다.

갈래는 두 개로 나뉜다. 손 명예회장은 지주사 ‘퍼시스홀딩스’를, 손 부사장은 그룹 핵심사 ‘일룸’을 기준으로 이하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선 손 명예회장은 퍼시스홀딩스 최대주주다. 그는 80.51%의 지분을 쥐고 있다. 나머지는 자기주식과 손 부사장으로 채워져 있다.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의 지분 32.17%를 소유하고 있다. 주주들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다. 퍼시스홀딩스와 손 명예회장(16.70%) 등 특수관계인들의 지분 합은 절반이 넘는다. 종합해보면 ‘손 명예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의 구조다.


손 부사장은 일룸 지분 29.11%를 갖고 있다. 손 명예회장의 장녀 손희령씨에게도 9.60%의 지분이 있다. 지분의 나머지는 의결권이 없는 일룸의 자기주식이다. 
일룸은 ‘시디즈’의 최대주주(40.58%)다. 또 ‘바로스’의 최대주주(55.00%)이기도 하다. ‘손 부사장→일룸→시디즈·바로스’의 형태다.

퍼시스그룹의 구조가 애초부터 두 갈래로 나뉜 것은 아니다. 그룹은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밟았다.

사무 가구업체 2세 경영 본격화
회장 부자 두 축으로 그룹 지배

과거 퍼시스그룹의 정점에는 ‘시디즈’가 있었다. 당시 손 명예회장은 시디즈를 꼭대기에 두고 그룹을 이끌었다. 하지만 2016년 시디즈는 일룸 지분 45.84%를 이익 소각(기업이 이익잉여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해 일정 기간 내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것)했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이 소각되면서 손 부사장은 29.11%로 일룸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듬해인 2017년 시디즈는 ‘팀스’의 지분(40.58%)을 일룸에 모두 매각했다. 시디즈는 지난해 주 종목인 의자사업을 팀스에 팔았고, 사명을 퍼시스홀딩스로 교체해 지주사 역할을 맡았다. 팀스는 간판을 시디즈로 변경했다.
 

지난해 일룸은 퍼시스그룹 물류·시공 회사 바로스 지분 55%를 매수했다. 지분 취득 배경은 이렇다. 바로스는 손 명예회장이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손 명예회장은 이를 손 부사장에게 증여했고, 손 부사장은 해당 지분 가운데 55%를 일룸에 매각한 것이다.

손 명예회장과 손 부사장의 두 갈래 가운데 주축은 손 부사장 쪽이다. 손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은 퍼시스그룹의 ‘캐시카우’로 꼽힌다. 일룸은 국내서 브랜드 인지도가 꽤 높은 가정용 가구업체다. 회사는 지난 5년간 그야말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일룸의 지난 2014∼2018년 매출은 994억원서 1315억원, 1555억원, 1923억원을 지나 2224억원에 등극하는 등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영업이익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 일룸은 453억원을 시작으로 607억원, 719억원, 864억원, 1028억원 등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년 전에 비해 100% 이상씩 오른 셈이다.

지분 처분
구조 구축

의자가구 제조업체 시디즈의 성장세도 매섭다. 시디즈는 최근 3년간 99억원, 1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140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동기간 4억원, 2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1000억 매출’을 기록한 지난해 43억원의 이익을 냈다.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시디즈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4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55% 상승했다.

손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지난해 5월 기준 퍼시스홀딩스의 퍼시스 지분은 30.77%였다. 이후 퍼시스홀딩스는 차츰 퍼시스 지분을 늘려가기 시작, 현재 32.17%까지 확대됐다.
 

퍼시스홀딩스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1만1671주를 사들였다. 세부적으로 ▲2018년 5월 8898주 ▲6월 1만471주 ▲7월 1만5132주 ▲8월 1만1637주 ▲ 9월 1만4463주 ▲10월 1만5765주 ▲11월 3만2878주 ▲12월 2427주 등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퍼시스홀딩스는 지난 1월부터 이번 달까지 모두 5만820주를 확보했다. ▲1월 6565주 ▲2월 3457주 ▲3월 1972주 ▲7월 624주 ▲8월 4005주 ▲9월 4510주 ▲10월 1만3687주 ▲11월 8000주 ▲12월 8000주 등이다.

지분 매입
승계 위해?

일각에선 이를 두고 손 명예회장의 승계 작업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해석한다. 손 명예회장은 퍼시스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손 명예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 구조의 가장 상부에 위치해 있다. 퍼시스홀딩스의 퍼시스 지분 매입으로 퍼시스에 대한 손 명예회장의 장악력도 높아지게 된다.

반면 해당 영역서 손 부사장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손 부사장의 퍼시스홀딩스 지분은 채 1%가 되지 않는다. 결국 손 명예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손 부사장에게 증여할 경우, 경영권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양될 공산이 크다.

또 ‘손 부사장→일룸→시디즈·바로스’의 구조가 형성돼있는 만큼 손 부사장이 손 명예회장의 갈래만 이어 받는다면, 안정적으로 승계 작업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계열사 지분 처분 등을 통한 지배구조 변경으로 뒷말이 계속되고 있다.
 

▲ 퍼시스 공장

퍼시스는 그룹 핵심사 일룸 등과 마찬가지로 ‘호실적’을 내고 있다. 최근 3년간 퍼시스의 매출액은 2316억원, 2894억원, 3156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영업이익도 168억원, 230억원, 277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31억원, 220억원에서 455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올해 실적은 관망세다. 퍼시스의 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207억원, 15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9%, 25.7% 감소한 수치다. 누적 분기 순이익의 경우 275억원으로 1.6% 소폭 줄었다.

꾸준한 지분 매입 승계 위한 포석?
문어발 구조 개편…무게는 장남에게 

손 부사장이 2세 경영의 막을 열면서 향후 경영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손 부사장은 그룹 사업 가운데 미래 먹거리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손 부사장은 사업 관련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관심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게 되면서 업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퍼시스는 디지털 기반 운송 스타트업 ‘로지스팟’과 계약했다. 로지스팟은 자체 개발한 운송 플랫폼 기반 B2B 통합운송관리 서비스를 제공, 2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기존 물류업체에서 담당하던 사업 부문을 스타트업에 넘긴 셈이다.

퍼시스는 아파트 리모델링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에 투자했다. 퍼시스그룹은 아파트멘터리와 전략적 투자 이후 첫 공동 프로젝트를 실제로 선보였다. 이들은 대규모 신규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실제 평형 모델을 쇼룸으로 재현했다. 스타트업과의 사업 구상은 손 부사장이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부사장은 지난 2010년 퍼시스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약 6년 만에 퍼시스 정기인사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손 부사장은 병원 시스템 가구 브랜드 ‘퍼시스케어’의 해외 인증 및 영업 관련 업무 등을 맡은 바 있다. 이 외에도 그룹 계열사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퍼시스는 일룸과 시디즈의 성장으로 묵직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빠진 국내 제조업체와 비교했을 때 재무적 안정성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지휘봉
어디로?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30일 “퍼시스의 내수 부문 실적이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관계사인 일룸과 시디즈로 공급 규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퍼시스의 순현금은 2014년 1120억원, 2015년 1210억원, 2016년 1391억원, 2017년 1575억원, 2018년 2013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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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