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 1팀] 김정수 기자 = 보람상조가 도마에 올랐다.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의 장남이 마약에 손을 댔다는 의혹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때 아닌 오너 리스크에 상조업계 1위 ‘타이틀’이 빛을 잃은 형국이다.
국내 상조업계 정상에 위치한 보람상조가 마약 파문에 휩싸였다. 최철홍 보람그룹 회장의 장남 최씨는 마약 밀수 및 투약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검사 김명운)는 지난해 9월 최씨 등 3명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파문
최씨 등은 같은 해 8월 해외 우편을 통해 미국서 코카인과 엑스터시, 케타민 등을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공항 세관 검사를 통해 이들의 마약 구매 사실을 확인, 수취인을 추적해 최씨 등을 체포했다.
마약 규모는 상당했다. 세부적으로 코카인 16.17g, 엑스터시 300정, 케타민 29.71g 등이다. 코카인 16.17g은 5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들은 마약을 코코아믹스 박스에 포장해 국내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 등은 비슷한 시기에 마약을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검찰 구속 이후 모발과 소변검사서 마약 성분이 나와 투약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가 코카인을 3차례 걸쳐 투약한 사실도 확인했다.
재판에 넘겨진 최씨는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람그룹은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모태는 지난 1991년 최 회장이 세운 보람상조개발. 상조서비스가 낯설었던 때라 최 회장은 사업 개척에 힘썼다. 결국 보람그룹은 국내 상조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본격적인 사세 확장으로 사업 영역은 웨딩, 레저, 무역 등으로 넓혀졌다.
구속된 최씨는 최 회장의 뒤를 잇게 될 후계자로 평가받는다. 최씨는 회사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그는 지난 몇 년 사이 그룹 2대주주로 터를 잡았고, 보람그룹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룹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최씨는 그룹을 대표해 수상자로 나서는 한편 그룹을 대신해 대리 수상자로 나서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 2018년 4월9일 ‘2019 소비자추천 1위 브랜드’ 시상식서 보람상조 대표 수상자로 참석했다. 같은 달 17일에는 ‘코리아 톱 어워드’ 시상식서 보람상조의 ‘공감경영 나눔실천 CEO 대상’과 ‘명품브랜드 대상’ 수상의 대리 수상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또 최씨는 보람상조 남자 탁구 실업팀 ‘보람할렐루야’의 단장이기도 하다. 그는 해당 팀의 시상식에 참석해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보람할렐루야는 제35회 대통령기 전국시도탁구대회 남자단체전서 준우승한 바 있다.
보람그룹은 가족회사로 여겨진다. 오너 일가가 그룹 꼭대기 회사의 지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은 보람상조개발이다.
최철홍 회장 장남 코카인 등 밀반입 혐의
지분 물려받고 그룹 이사로 활동 중 적발
보람상조개발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최 회장(71.0%)이 최대주주로 있다. 그 뒤로 최씨와 그의 동생이 각각 14.5%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애초부터 최씨가 보람상조개발의 주주로 있던 것은 아니다. 기점이 된 해는 2014년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까지 보람상조개발 지분은 최 회장(67%)과 그의 부인 김미자씨(33%)가 전량 보유하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4년에 변화가 있었다. 최 회장은 자신의 지분 30%를 자식들에게 증여했다. 최씨와 동생은 지분 15%를 손에 넣었다.
2017년 김씨는 보유 지분 전량을 처리했다. 그 결과 최 회장은 71.0%의 지분을 갖게 됐고, 두 형제는 각각 14.5%로 지분이 변동됐다.
2014년은 보람상조개발의 재무상황이 크게 개선된 때이기도 하다. 보람상조개발은 꾸준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 2014년 이전 5년간 보람상조개발 영업손실은 ▲2010년 64억원 ▲2011년 52억원 ▲2012년 32억원 ▲2013년 39억원 등이었다.
2014년부터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영업손실이 16억원으로 감소하면서 이듬해부터는 매년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회사는 ▲2015년 54억원 ▲2016년 57억원 ▲2017년 36억원 ▲2018년 6억원 등의 영업이익을 냈다.
눈길이 가는 건 개선 요인이다. 보람상조개발은 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성과를 냈다. 신성장동력·신먹거리발굴 등과 다소 결이 달랐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진 때 역시 2014년부터다. 이전에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2014년부터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매출 역시 덩달아 늘었는데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보람상조개발의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은 47.52%, 28.27%, 3.71%, 2.83%였다. 하지만 2014년부터 비중은 두 자릿수로 껑충 뛰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내부거래 매출액-내부거래 비중’을 차례로 살펴보면 ▲2014년 (205억원-74억원-35.99%) ▲2015년 (353억원-212억원-60.22%) ▲2016년 (386억원-222억원-57.59%) ▲2017년 (411억원-208억원-50.48%) ▲2018년 (522억원-198억원-37.86%) 등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흑자 전환의 발판이 됐다는 분석이다.
내부거래 계열사 중 비중이 큰 상위 두 곳 회사는 보람상조프라임과 보람상조라이프였다. 이들은 모두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다. 보람상조프라임의 최대주주는 최 회장(67.00%)이다. 보람상조라이프의 경우 최 회장 지분이 100%다.
잡음
결국 최씨가 보람상조개발의 주주로 올라선 2014년 그룹 차원의 지원이 본격 가동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열사를 동반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실적 개선은 가시적이었다. 동시에 보람상조개발이 최씨의 주주 등극 이후 오너 일가 계열사를 통해 성장을 이룩한 만큼 ‘시세차익’을 실현했다는 비판도 동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