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 1팀] 김정수 기자 = 홈앤쇼핑이 잇단 악재로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경찰의 압수수색과 대표의 사퇴는 홈앤쇼핑의 현주소를 조명한다. 중소기업 전용 채널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취지와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홈앤쇼핑의 수장 최종삼 대표가 지난 20일 사임했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1년5개월여 만이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5일 서울 마곡동 홈앤쇼핑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회공헌 명목으로 조성된 기부금 일부를 유용한 혐의였다. 이날 경찰은 관련 부서에서 회계자료 등을 압수해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앤쇼핑 고위 관계자들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겹악재
홈앤쇼핑이 책정한 지난해와 올해 사회공헌기금은 약 3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간 홈앤쇼핑은 공익 채널을 내세우며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회공헌기금 일부가 불분명한 단체나 협회 등에 지급돼 이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홈앤쇼핑은 지난 국회 국정감사서 사회공헌기금과 관련해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사회공헌기금의 절반 이상을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산하 사랑나눔재단에 기부했다는 것.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는 중기중앙회로 32.83%의 지분을 쥐고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중기중앙회가 홈앤쇼핑에 기부를 요구했고, 홈앤쇼핑 누적 기부금의 60%가 중기중앙회로 갔다”며 “중기중앙회가 자회사 홈앤쇼핑을 주머닛돈으로 생각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최 대표가 취임 전 한 여권 인사에게 금품을 건넨 경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주간조선>은 최 대표와 임원들이 자신들의 채용 대가로 한 여권 인사에게 돈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홈앤쇼핑 임원 공모 절차 과정서 해당 임원들에게 “청와대에 잘 얘기해주겠다”며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당시 금전거래가 있었던 이들은 모두 임원에 채용됐다. A씨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인물로 전해진다.
홈앤쇼핑은 최근에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난달 2일 마포경찰서는 홈앤쇼핑 콜센터 도급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위장취업 의혹과 240억원 규모의 운영비 유용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앤쇼핑은 올해 상반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법정제재를 받아 신뢰도 타격과 함께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경찰 압수수색, 대표 물러나
잇단 의혹으로 몸살…이유는?
홈앤쇼핑을 둘러싼 논란은 설립 초기부터 계속됐다. 홈앤쇼핑은 2011년과 2013년 부정채용 의혹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강남훈 대표와 인사팀장은 1·2기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서 중기중앙회 임원 등의 청탁을 받아 10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를 받았다.
부정채용된 1기 3명과 2기 7명은 서류전형 단계서 합격선을 넘지 못했지만 ‘중소기업 우대’ ‘인사조정’ 등의 항목으로 가점 10~20점을 받았다. 이들은 결국 최종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대표 등은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홈앤쇼핑은 지난 2011년 첫 문을 열고 이듬해부터 방송 판매를 시작했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판로개척을 명목으로 8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성했다. 홈앤쇼핑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4039억원, 영업이익은 447억원으로 3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봤다. 홈앤쇼핑은 홈쇼핑 업계 6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 상반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액은 1999억원, 영업이익은 2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억원, 71억원 증가했다. 전반적 경기 침체 분위기 속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홈앤쇼핑 최대주주인 중기중앙회는 지난 3월 이사 해임 안건을 올렸다. 눈길이 가는 건 이들의 잔여 임기가 모두 1년 이상이었다는 것. 동시에 중기중앙회장인 김기문 회장과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의 신규 이사 선임 안건도 제기됐다. 김 회장은 올해 중기중앙회장으로 당선되며 3선의 고지를 밟았다. 김 회장이 당선 이후 홈앤쇼핑에 관여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해임 안건에 등장한 인물은 이번에 사임한 최 대표와 박인봉 기타비상무이사, 유영호 상근 감사 등 이었다. 해임 안건은 주주제안으로 이뤄졌다. 주주제안은 정재한(아룡산업 대표) 소액주주운영위원회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립 초기부터 부정채용 논란
노조 “더 방관할 수 없다”
정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출범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 과정인 ‘SB-CEO스쿨’ 총동문회 부회장 출신이다. 당시 김 회장이 중기중앙회장으로 있었다. 정 위원장은 김 회장이 홈앤쇼핑을 설립할 때 주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반대로 신규 이사 선임 안건으로 김 회장(기타비상무이사), 박해철 전 중기중앙회장(사내이사), 안정호 김앤장 변호사(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 중 박 전 본부장은 김 회장의 이전 임기 때 함께 일한 바 있다. 그는 김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주주총회 결과 선임 및 해임 안건이 그대로 통과되지는 않았다. 김 회장과 안 변호사는 각각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선임됐지만, 박 전 본부장은 자진 사임했다. 또 최 대표와 박 기타비상무이사의 해임안은 최종 부결됐다. 다만 유 상근 감사는 주주총회 전날 사임계를 제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홈앤쇼핑지부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홈앤쇼핑의 쇄신을 당부했다. 홈앤쇼핑지부는 “지난 8년간 3명의 대표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퇴임했다”며 “그때마다 이사회는 불법적인 사건에 연루돼 회사 이미지 실추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사퇴를 종용했지만 그 책임에 대한 보상이 웬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과도한 퇴직금과 퇴직 위로금, 복리후생비 지원 등 직원들이 불철주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쌓아놓은 성과를 잘못의 대가로 지불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삐걱’
홈앤쇼핑지부는 “회사 경영 시스템에 심각한 오류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반복되는 경영 부조리를 재발 방지 대책 없이 유야무야 넘긴다면 더 이상 경영에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부는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그만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피땀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