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생으로서 한창 감수성을 불태우던 시절,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1981년 1월에 있었던 일이다. 1979년 발생했던 10‧26사건을 계기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씨를 비롯한 신군부 세력이 정해진 수순에 따라 창당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정착과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명을 민주정의당으로 정한다. 민주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 나라 제 정당들의 단골 단어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정의는 그야말로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었다.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의 정의롭지 못한 권력 쟁취 과정에 한때 몸으로 항거했던 필자로서는 그들의 뻔뻔함에 한동안 치를 떨었었다. 그리고는 그들이 왜 정의를 부르짖었는지 쉽사리 결론내리기에 이른다. 이 나라에서 정의는 물 건너갔다고, 그래서 그를 위장하기 위해 당명을 그리 정했다고.
당시 필자의 순간적인 생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 현대판 정의당에 대해 접근해보자. 정의당은 2012년 12월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세력이 주축이 돼 창당하며 ‘함께 행복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지향한다고 했다.
이 대목서 민주정의당의 ‘정의사회 구현’과 정의당의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일어난다. 아무리 살펴봐도 결국 그게 그 말로, 정의당 역시 정의롭지 못해서 당명을 그리 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왜 그렇게 생각할까. 일전에 고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해 언급했을 때 단 한 번도 정상적인 방식, 즉 자력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음을 지적했듯 정의당 지역구 출신 의원들을 살피면 타 정당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당선된다.
말이 좋아 후보단일화지 필자가 살필 때는 구걸이다.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서 정당간 후보단일화는 야합에 불과하고, 그런 경우라면 합당의 정상적 방식을 취해야 이치에 들어맞는다.
그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의 최근 행적에 대해 살펴보자. 심 대표는 지난달 27일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의원 세비 총액을 동결하는 전제 하에서 의원정수를 10%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합의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행한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의원 증원은 언급하지 않고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고 의원실 보좌진수를 9명서 5명으로 줄이고 국회 내 보좌인력풀제를 도입하자는 안을 내놨다.
심 대표의 이 같은 행적을 살피면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먼저 의원 정수 증원에 대해서다. 일거리가 많다면 당연히 증원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그럴까. 삼척동자에게 물어보라. 곧바로 국회를 반 토막 내도 시원치 않다는 답변이 돌아올 게다.
다음은 대표 연설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다. 이 대목은 국민들을 원숭이로 취급한 발언으로 비쳐진다. 왜냐, 동 발언은 앞서 언급했던 의원 정수 증원에 대한 반대급부로 의원 정수 확대를 위한 꼼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부분이 있다. 국회 내 보좌인력풀제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이다. 심 대표가 말하는 보좌인력풀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그 제도가 국회 기구를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비쳐진다.
지금도 저질의 의원들 뒤치다꺼리하기 바쁜데 증원된 의원들의 설거지까지 도맡자면 보좌인력 수는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심 대표의 안은 정의가 아니라 여겨지는데 혹여 그게 아니라면 심 대표 안대로 솔선수범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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