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어처구니없는 대목을 짚어보고 넘어가자. 대검창청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좌측 상단에 ‘검찰’, 그리고 그 아래 부분에 ‘prosecution service’라고 기록돼있다. 아마도 검찰(檢察)을 영어로 그런 식으로 표기한 모양인데 절로 실소가 흘러나온다.
왜 그런지 구분해 살펴보자. 먼저 prosecution에 대해서다. prosecution은 우리말로 기소, 즉 검사가 일정한 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의 심판을 청구하는 소송행위만을 지칭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검찰의 실상은 그럴까.
검찰청법 제4조를 살피면 검사는 기소 외에도 범죄수사 및 그와 관련해 사법경찰까지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다. 이런 경우라면 수사의 의미를 지닌 단어 investigation이 추가돼야 한다.
다음은 service에 대해서다. service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행위, 즉 봉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검찰의 실상이 그럴까. 역시 천만에다. 검찰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법 위에 군림하는 단체로 각인된 지 오래다.
이런 경우라면 검찰에게 service란 단어는 어불성설이다. 당연하게도 ‘불쾌한 방식으로 군림하다’는 의미를 지닌 dominant와 ‘기관’을 의미하는 agency를 더해 dominant agency로 표기함이 타당하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검찰을 영어로 표기하면 ‘The dominant agency of prosecution and investigation’이 돼야 한다. 이 대목에 대해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왜 검찰청은 자신의 단체를 말도 되지 않는 prosecution service라 표현했을까. 검사는 대한민국 사회서 엘리트 중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데 그들이 영어, 그것도 간단한 영어 단어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을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표기한 데에는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검찰들 자신도 최소한의 양심을 지니고 있음을 은연 중에 알리고 싶어 하는 의도로 읽힌다. 일종의 립서비스처럼 말이다.
각설하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검찰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는 내용을 접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 내용은 앞서 언급한 검찰청의 영어 명칭처럼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야권의 반응대로 조국 법무부장관을 살리기 위해 검찰개혁을 지시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어날 정도다.
왜냐, 문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란 표현처럼 검찰을 대한민국의 권력기관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인도 아닌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상 법무부장관 소속 기관에 불과한 검찰을 권력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니 차마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든 이유는 명백하다. 앞서 인용했던 검찰청법 제4조에서 보이듯 검찰이 지니고 있는 비상식적인 권력을 박탈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라는 이야기다.
필자는 그를 위해 가장 먼저 검찰청의 명칭부터 변경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그들을 가리켜 영어로 ‘prosecution service’라 지칭한 것처럼 기소만 전담한다는 의미서 기소청으로, 즉 ‘prosecution agency’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