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5년차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갑은 몇 년 전, 계단서 굴러 떨어져 머리를 다친 이후 생리 기간이 되면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고, 가게서 물건을 보면 온 몸에 열이 나면서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그냥 집어 들고 가기에 이르렀습니다. 갑은 정신과 치료도 받고 생리 기간 중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거나 부득이하게 밖에 나가면 조심하려고 애를 썼는데 그럼에도 얼떨결에 물건을 훔치곤 했습니다.
[A] 일반적으로 형법상의 심신장애는 진행성 뇌연화, 노인성 치매, 뇌손상에 의한 창상성 정신병, 음주 및 약품에 의한 중독, 정신분열증, 조울증, 전간 등의 정신병, 정신박약, 그 정도가 심해서 병적 가치가 인정되는 감정, 의사, 또는 성격장애 등의 정신병질과 의식장애를 말합니다. 이 같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 또는 미약한 상태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책임무능력자 또는 한정책임능력자로 봐 형법 제10조에 의해 그 형을 감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10조(심신장애인) ①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②심신장애로 인해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충돌조절장애도 심신장애로서, 형 감면 사유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은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현상은 정상인에게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 같은 성격적 결함을 가진 자에 대해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고 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기대할 수 없는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형의 감면사유인 심신장애에 해당하지 않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물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이 도벽의 원인이라거나 혹은 도벽의 원인이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매우 심각해 원래의 의미의 정신병을 가진 사람과 동등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 인한 절도 범행은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2도1541 판결).
따라서 갑이 정신감정 결과 등에 비춰 생리 기간 중에 심각한 충동조절장애에 빠져 절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형법 제10조에 해당돼 심신장애로 인한 범행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되는 죄를 범했다면 치료감호시설의 치료가 필요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자는 판결로써 치료감호를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02-522-2218·www.lawnkim.co.kr>
[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