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에 발생한 일이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긴급총회를 개최해 그해 7월 소련의 모스크바서 개최되는 제22회 하계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다.
동 결정은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일에 대해 미국이 주도한 올림픽 참가 보이콧 운동에 동조한 결과다. 결국 모스크바올림픽은 정치적인 문제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서방 진영 국가들이 대거 불참한다.
그리고 1988년 초의 일이다. 소련올림픽위원회는 그해 서울서 개최되는 올림픽에 자국 선수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한다. 소련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정신과 국제올림픽 운동의 결속 강화, 또 세계평화 증진이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당시 분위기는 소련이 서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당시 모 정당 중앙당 당직자로 근무하던 필자 역시 부정적으로 여겼었다. 소련이 공산주의 국가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1980년에 개최된 모스크바올림픽에 불참한 결과에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올림픽위원회는 정치적 요소를 배제하고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고 788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참가시킨다. 소련의 결정은 많은 국가에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의 참가국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이를 시발점으로 1989년 소련 상공회의소 서울사무소,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모스크바사무소가 설치되고, 노태우 전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간의 한소수교정상회담이 이뤄지며 한국과 소련은 역사적인 수교를 하게 된다.
결국 한국과 소련의 수교 과정에 소련이 서울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한 일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최근 일이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로 인해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선수단들에게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많은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제공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광의적으로 살피면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문제가 주요 요인으로 살펴진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서 살피면 도쿄올림픽에 반드시 선수단, 그것도 역대 최대 규모의 메머드급으로 파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두 가지 이유만 들겠다. 먼저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다.
도쿄서 올림픽이 개최된다고 해서 그 행사가 일본만의 축제는 아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다. 아울러 올림픽 참가 여부는 우리, 또 일본의 시각이 아닌 세계인의 시각서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한국이 작금에 사안으로 대회를 보이콧한다면 세계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한마디로 답하는 일조차 창피스럽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담대하게 대처해 세계인들에게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다음은 올림픽 개최는 일시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의 한일 관계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듯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정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구소련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소련이 모스크바올림픽 불참에 대한 보복으로 서울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고 역으로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해 두 국가 간 수교를 이루어냈던 사례 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