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씨는 한 건물 1층을 임차해 미용실을 운영하다 새 건물주인 B씨와 화장실 사용 문제 등으로 다퉜습니다. 이후 A씨는 ‘건물주 갑질에 화난 미용실 원장’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해 지역주민들에게 100장을 배포하고, 15장을 약 두 달간 미용실 정문에 부착했습니다. 이에 B씨는 A씨를 “건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세입자에 갑질을 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모욕했다”며 고소했습니다. ‘갑질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A씨에게 모욕죄가 성립할까요?
[A]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의미하는 외부적 명예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로서, 모욕죄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떤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5.9.10. 선고 2015도2229 판결 참조).
최근 상대방에 대해 ‘갑질을 한다’고 비난했더라도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불쾌한 표현이긴 하지만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인 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앞서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갑질’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전단지에 기재된 갑질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표현의 방식 등 전후 정황을 살펴보면 A씨가 사용한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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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