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항공업계의 새로운 서막이 열리게 될까. 제주항공을 성공적으로 키워낸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애경그룹이 인수에 성공한다면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를 모두 손에 쥔 국내 최대 항공사업자가 된다. 걸림돌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자본 확충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분석이다.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화제다. 후보로 꼽혔던 여러 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손사래를 친 가운데 애경그룹은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 측은 “검토 단계”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목이 쏠리는 배경에는 애경그룹의 ‘제주항공 성장사’가 있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정상에 올려놨다. 이어 제주항공은 영업이익 기준 국내 항공업계 2위를 기록했다. LCC 선두주자를 키워낸 애경그룹의 대형항공사(FSC) 인수 여부는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
저비용항공
대형항공사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장고 끝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33.47%)은 지난 4월15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지분 매각을 공식화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군들이 선별됐다. SK와 한화, 신세계, CJ, 애경그룹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후보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7조원이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815%(부채 6조1680억원·자본 7569억원)서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144%(부채 8조6471억원·자본 7561억원)로 껑충 뛰었다.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649%(부채 7조979억원·자본 1조931억원)서 올해 1분기 895%(부채 9조7031억원·자본 1조841억원)로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채비율은)올해부터 운용리스 회계기준이 변경된 데 따른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은 1분기 대비 400~500%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설명은 올해 1월1일부터 적용된 신규 회계기준(IFRS16)을 기반으로 한다. 신규 회계기준은 금융리스를 비롯해 운용리스도 부채로 인식한다.
금융리스란 항공기 할부금을 매달 낸 뒤 계약이 종료되면 소유권을 항공사가 갖는 것이다. 운용리스란 항공기 리스회사에 매달 리스료를 지급하고, 계약 기간 종료 시 항공기를 리스회사에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운용리스 비중이 높다. 운용리스 항공기가 절반을 넘는다.
매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출사표
만만치 않은 부채, 실적도 하락세
산업은행은 지난 4월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는 영구전환사채 5000억원, 신용한도 8000억원, 보증한도 3000억원 등으로 총 1조6000억원이다. 자본 확충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부채 비율은 600% 안팎서 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SK와 한화, CJ 그룹 등은 직간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전했다. 이들과 함께 후보로 언급됐던 호반건설 역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실히 사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의 판도 변화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매력을 떨어트렸다. 기존 대형항공사 중심의 항공업계는 LCC 중심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여객은 1억1753만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전년도 대비 7.5% 늘어난 수치다.
괄목할 만한 건 LCC의 활약이다. 항공사별로 따져봤을 때 국적 대형항공사가 지난해 대비 4.7% 증가에 그친 반면, LCC는 23.5% 증가했다. LCC의 수송분담률은 지난 2014년 11.5%서 지난해 29.2%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른바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실적서도 LCC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012억원으로 전체 2위였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282억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은 진에어(629억원)와 티웨이항공(478억원)에도 뒤졌다. 대한항공은 6402억원으로 1위를 기록, 대형항공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시장 매물
부채 가득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각각 13조202억원과 7조1833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각각 당기순손실 1856억원과 1958억원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당기순이익 70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진에어(444억원), 티웨이항공(378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도 별도기준 각각 202억원과 39억원을 기록했다. 에어서울은 별도기준 22억원의 손실을 봤다.
LCC는 2003년 티웨이항공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9개 항공사가 있다. 2005년 제주항공에 이어 2007년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이 등장했고, 2008년엔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출범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서울이 2015년 탄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 3곳에 대해 신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최근 LCC 업계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초특가’ 상품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제주항공을 소유하고 있는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명실상부 국내 최대 항공사업자로 우뚝 서게 된다. 또한 여러 그룹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과 제주항공을 LCC 업계 1위로 만들어놓은 애경그룹의 경영능력이 교차하면서 그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애경그룹에게 제주항공은 각별하다. 제주항공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그룹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제주항공이 처음부터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던 것은 아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1월25일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의 공동 설립으로 탄생했다. 출범 초기 제주항공에 대한 기대는 ‘긍정 반, 부정 반’이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성장과 실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성장 지속
수익 탄탄
제주항공은 취항 첫해였던 지난 2006년 별도기준 11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어 2007∼2015년까지 389억원, 545억원, 878억원, 1575억원, 2577억원, 3411억원, 4323억원, 5106억원, 6080억원으로 꾸준히 매출액을 늘렸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결기준 매출액은 7476억원, 9963억원으로 상승하다 지난해 1조2593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주항공의 영업이익은 2006~2010년까지 별도기준 115억원, 78억원, 212억원, 272억원, 60억원의 손실을 이어가다가 2011년 138억원을 시작으로 흑자 전환됐다. 이후 2012년부터 21억원, 151억원, 295억원, 514억원을 달성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결기준 영입이익은 586억원에 이어 1013억원, 1012억으로 ‘1000억 영업이익’의 고지를 2년 연속 밟았다.
제주항공은 2006년 별도기준 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후 2007∼2010년까지 매년 92억원, 288억원, 333억원, 111억원의 손실을 이어가다 2011년 168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이후 2012∼2015년까지 52억원, 193억원, 320억원, 471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29억원, 777억원, 708억원이었다.
애경그룹은 인수합병(M&A)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증권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결정 이후 자문사 후보로 언급된 바 있다. 당시 삼성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거론됐다.
애경그룹의 제주항공 성장사는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정성평가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4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핵심 정성평가 항목으로 ‘경영 성공 경험 유무’ ‘타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 창출 여부’ ‘인수 후보 기업의 산업 노하우와 항공산업 연계 여부’ 등을 꼽았다.
전체 2위, 제주항공 성장 경험
자본 확충 어떻게? 업계 주목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를 선정할 때 경영 성공 경험과 그룹 내 시너지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르면 오는 7월 입찰 등에 착수할 예정이다.
애경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내 항공업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룹은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모두 소유한 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40대의 여객기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총 83대(여객기 70대 및 화물기 13대)를,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각각 여객기 25대와 7대를 갖고 있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그룹은 150여대의 비행기를 갖추게 된다.
관건은 애경그룹의 ‘자금 확보 능력’인데 역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부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애경그룹의 공정자산은 5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보유한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1조3833억원이다. 이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550억원에 그친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가는 1조원서 최대 2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 대부분을 투입시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재무적투자자(FI)의 유치가 언급되는 배경이다.
재무적투자자란 기업이 인수합병을 하거나 대형 개발사업 등에 참여할 때 부족한 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를 말한다. 이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배당금이나 원리금 형태로 수익을 가져간다. 사모펀드가 재무적투자자의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선 사모펀드의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대부분 해외서 자금을 조달받게 되는데 결국 외국 자금이 유입된다.
자금 관건
방법 모색
물론 현행법(항공사업법 제9조 1항과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에 따라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외국법인, 외국정부 또는 이들이 자기 주식이나 지분을 절반 이상 소유하거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 외국인이 법인 등기사항증명서상의 대표자거나 임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은 항공면허를 받을 수 없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국적 항공사인 만큼 외국 자금 유입에 따른 비판 여론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회수를 위해 긴축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습기 살균제 파문 이후…사정 칼날 피한 애경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재수사가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검찰은 지난 2016년 애경산업을 수사한 바 있다.
그러나 애경 가습기 원료인 CMIT·MIT의 유해성 여부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수사가 중단됐다. 이후 원료의 유해성이 인정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검찰은 지난 4월12일 오전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애경은 2002∼2011년까지 CMIT·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인 안 전 대표는 199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3월29일 안 전 대표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지난달 1일 영장을 다시 기각했다.
유해성 여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안용찬 전 대표 영장 잇달아 기각
애경 측은 ‘SK케미칼로부터 완제품을 공급받은 것에 불과하다’는 점과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손해를 끼친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는 제조물 책임계약을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처음 제품 출시 당시 애경과 SK가 공동 안전성 검증을 협의한 정황을 확보했고, 애경이 SK로부터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넘겨 받아 원료물질의 흡입 독성을 미리 알 수 있었다는 정황 역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유형에 따른 독성 및 위해성 차이, 그로 인한 형사 책임 유무 및 정도에 관한 다툼 여지, 흡입 독성 실험을 포함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조사 및 수사 진행 경과,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범위와 내용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안 전 대표를 비롯해 애경산업 전직 임원 2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