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폭망한 식품업계 막전막후

돌이킬 수 없는 회장님의 일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부 오너 일가의 일탈로 식품·외식업계 전반에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모양새다. 기업의 ‘오너리스크’ 악영향이 해당 기업과 오너 일가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와 고객에게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서 잇따라 터지는 사건들은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진 이미지와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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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업계가 오너 일가의 횡령·탈세·마약·성추행 등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오너 일가의 외도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대리점 또는 가맹점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일가 외도
피해 일파만파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상장폐지 여부가 이르면 이달 내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9일 업계에 따르면, MP그룹이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부여받은 4개월간의 개선기간이 이달 10일로 종료됐다.

MP그룹은 이날 기준 7영업일 이내, 즉 이달 23일 전까지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와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MP그룹의 서류 제출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코스닥시장위가 계획대로 잘 이행됐다고 판단할 경우 MP그룹은 상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MP그룹의 주식거래도 재개된다.


앞서 MP그룹은 정우현 전 회장이 15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2017년 7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이에 MP그룹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경영 포기 추가 확약, 주요 관계임원 사임 및 사직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상생경영을 통한 주주가치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MP그룹의 영업손실은 2018년 사업보고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7년 17억700만원 적자서 2018년 3억7700만원 적자로 그 규모가 축소됐다. 매장 수는 2015년 말 390여개서 2017년 말 290여개로 줄었지만, 2019년 3월 기준 280여개로 비슷한 수준이다.

MP그룹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문제가 된 임원의 경영참여 배제 등 상장유지와 거래재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개선기간 동안 계획했던 대로 잘 이행했다는 걸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추락 모자라 불매·상폐 위기 
유명인 앞세워 잘나갔지만…손님 뚝

아오리라멘은 승리의 ‘버닝썬 사태’ 이후 ‘매출 폭락’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승리의 라면회사로 유명세를 탔다가 되레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신한·KB국민·현대·삼성 4개 카드사로부터 아오리라멘의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최초 보도 전과 비교해 보도 후 3개월간의 매출이 최대 73% 하락했다.

최초 보도일인 1월28일 직후인 지난 2월 하루 평균 카드결제액은 1월 대비 22.9%포인트 감소했으며, 3월에는 1월 대비 46.7%포인트 감소했다. 아오리F&B는 지난달 공식 SNS에 “아오리라멘의 국내 43개 매장 가맹점주가 모두 승리의 지인 및 가족관계가 아니고 극히 일부일 뿐이며, 관련 있는 일부 가맹점은 폐업을 결정했다”며 “무고한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과 서울탁주(서울장수막걸리)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의 구속으로, 서울탁주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로이킴의 피의자 입건으로 불똥을 맞았다. 

황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으며 영장실질심사서 지인의 권유로 마약을 했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유명인 연루
발 빼기 급급

로이킴은 정준영 등과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로이킴은 경찰 소환조사를 위해 지난 9일 오전 비밀리에 귀국했으며, 현재 소환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과 서울탁주의 제품을 구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불매운동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논란이 된 인물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리점주와 판매처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양유업은 “황하나씨와 일가족들은 실제 남양유업과 전혀 관련이 없다. 창업주의 외손녀란 이유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일생을 낙농 발전을 위해 살다 가신 창업주의 명예 또한 실추되고 있다”며 “개인의 일탈행위가 회사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서울탁주 역시 “로이킴은 일반주주 중 1명으로 사내 영향력이 없는 일반주주일 뿐”이라며 “로이킴과 그 아버지의 회사인 것처럼 알려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원조 라면기업 삼양식품의 오너리스크도 갈수록 증대돼 회사의 재도약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이번에는 탈세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법 마련됐지만
실효성은 그닥

앞서 전 회장은 구속된 상태서 ‘돈잔치’를 벌여 회사보다는 개인적인 부의 축적에 혈안이 됐다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15일 검찰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구속된 상태인 전 회장이 이번에는 탈세혐의로 재차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전 회장은 정상 경영을 하지 않고 탈세 경영으로 이익을 남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삼양식품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탈세 규모나 방법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 이달 초 전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은 지난 2월14일 사법부로부터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무죄를 주장하던 최 전 회장은 물론, 호식이두마리치킨에 대한 이미지의 실추까지는 면치 못했다. 
 

최 전 회장의 성추행 논란은 호식이두마리치킨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져 가맹점의 매출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2017년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전월 대비 가맹점당 매출은 20∼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 전 회장 성추행 사건은 이른바 ‘호식이방지법’까지 탄생시켰다. 이 법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를 가맹본부서 배상하는 것을 골자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 중이다.

가맹·대리점 피해…실효성 없는 법안
떨어진 신뢰 “더 이상 회복 어렵다”

교촌치킨도 오너리스크 명단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권원강 회장의 6촌인 권 전 상무가 가맹점 직원들에게 폭행·욕설 등의 갑질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하이트진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와의 맥주용 캔 제조 및 유통 과정서 비상장 계열사를 포함시켜 통행세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각종 오너리스크가 식품·프랜차이즈업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마련된 오너리스크 방지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시행 이전의 피해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 데다 책임 규명도 어렵기 때문이다. 
 

▲ 아오리라멘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 오너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가맹계약서에 오너리스크에 따른 가맹본부의 배상책임을 기재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경영진과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로 가맹점이 손해를 입더라도 입증은 온전히 가맹점주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 보상이 쉽지 않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들은 애초에 구제 대상에 오르지도 못한다.

법조계에서는 오너 일탈로 인한 매출 하락의 책임을 가맹점주들이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 명성에 의존하는 가맹사업은 일반 가맹사업보다 위험성이 커 오너리스크 방지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떨어진 이미지
회복 방법은?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도 이미지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며 “소비자와의 관계가 밀접한 만큼 오너리스크가 부담되는 건 당연지사다. 한번 떨어진 이미지와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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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