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재자 역할을 다시 맡게 됐다. 한편에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주목한다. 그는 숱한 논란과 비판을 관통한 끝에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김 장관은 임명 직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굵직한 이벤트와 함께 첫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김 장관이 이번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공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은 빠른 시일 내에 북미 대화의 재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라고도 언급했다. 4차 남북정상회담이 궤도에 오른 것이다.
준비 시작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하면서 정부 부처는 바쁘게 돌아갔다. 통일부는 이튿날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준비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철저히 이행되고, 북미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공표 날 이산가족 화상상봉 개보수 현장을 찾았다. 김 장관이 첫 대외행보로 이곳을 찾으면서 통일부장관으로서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남북교류를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에 상당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착수된 배경을 보면 상황은 이전보다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4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주요인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이 꼽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서 회담 막판에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양국 정상이 모두 대화 의지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 다만 상황이 녹록치 않아졌다는 게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서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북측이 2차 북미정상회담서 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차기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과 관련해 “빨리 가고 싶지 않다. 빨리 갈 필요도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장관은 취임 직후 다소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 만큼 정상회담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4차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서 차질을 빚거나 회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 그에 대한 야당의 공세는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추진
김, 장관 취임하자마자 첫 과제
김 장관은 취임 전후로 야당의 비판을 정면으로 받았다. 청문회와 야당의 장외투쟁이 결정적이었다. 김 장관은 청문회 과정서 과거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정치인을 거친 표현으로 비판하고, 박왕자씨 피살 사건을 부적절하게 평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야당 측 인사청문위원들은 김 장관을 향해 ‘천박한 언사’ ‘반체제·반국가 인사’ 등을 언급하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불발됐지만 문 대통령은 김 장관을 적임자로 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통해 “김 장관은 평생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했고, 과거 남북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며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기대가 크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취임 인사를 위해 국회를 찾았지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지도부는 면담 자체마저 거부하며 그의 임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9일엔 청와대 앞에서 장외투쟁을 벌였는데 김태흠 의원은 “미국 언론서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불리는 문 대통령이 자신을 도와줄 ‘김정은 부대변인’을 임명한 것”이라며 수위를 높였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첫 출근길서 “개성공단과 금강산이 북미대화의 중재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부 기본 방향에 대해 원칙적인 얘기라서 현안은 충분히 검토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북한 매체가 통일부의 남북관계 계획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즉답을 피했다. 북한은 이날 김 장관의 임기에 맞춰 통일부가 발표한 ‘2019년도 남북관계발전 시행계획’을 두고 “아무런 현실성도 없는 말 공부질”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취임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탓에 현안 파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임명 이후에도 야당의 비판을 간과하기 어려운 만큼 재차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나 행보는 삼간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장관직 취임 이후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지난 16일 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했고, 이튿날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는 등 주변국들과 협조에 나섰다.
이목 집중
한편 남북 정상은 4차 남북정상회담서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주요하게 다룰 것으로 예측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모두발언서 4차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북미 대화의 동력’과 ‘빠른 시일 내 북미대화 재개’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