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김무성 한나라당 <직격인터뷰>

“이명박-박근혜 신뢰관계 깨져 있다”

김무성(한나라당·부산 남구을)의원은 누구와도 대화를 많이 나누는 정이 많은 정치인이다. 그리고 친화력이 강해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지키는 스타일로 지인들 사이에서 의리파로 통한다. 김 의원은 정치권 안팎에서 겉으로 풍기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추진력과 돌파력을 갖춘 실리형 용장, 실무형 지장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재야부터 시작해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을 지낸 그는 풍부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 정치판의 맥을 짚고 있는 뉴리더 정치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할 경우 전쟁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 친박계는 지금 완전히 무장해제하고 있는데, 이 전 최고위원이 들어온다면 이쪽을 또 치려고 할 테니까 ‘또 전쟁이 시작되는구나’ 하고 신발 끈을 동여매고 만약의 사태에 대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판에 정치가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복귀하면 친이계에서 우리가 본인들을 칠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를 공격할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상황을 설명했을 뿐이다. 이 상황에 대해 이 전 의원에게 직접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이 권력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당신은 살아있는 권력의 2인자라고 말했다. 지난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주도했던 이재오, 경남 사천의 이방호, 경주의 정종복, 박형준까지 낙선된 것은 우리 국민이 그만큼 무서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 대통령이 너무 효율을 따진다. 정치는 비효율의 극치다. 정치판에 와서 효율을 찾는다는 것은 정치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CEO(최고경영자)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지만 정치는 과정이 중요하다. 여의도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할 때부터 꼬였다. 이제는 잘 해나갈 것이다. 의회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야 국정을 추진력 있게 끌고 갈 수 있다. 이제 그런 여건이 만들어졌다. 단, 너무 크면 깨질 우려가 있다. 힘으로 밀어부친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야당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의 첫 번째 수석을 모두 학자 출신으로 임용했다.
▲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정길 현 비서실장 두 분 다 교수 출신이다. 예전에 정보기관장, 검찰총장이 정치에 관여할 때는 비서실장이 빅3, 빅5의 하나였다. 지금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리다. 절대로 서재에 묻혀서 살아온 학자 출신을 쓰면 안 된다. 정치는 거중 조정인데 학자는 자기고집대로 한다. 타협을 하지 않는다. 나쁘다거나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학자 출신들은 생리적으로 그것이 안 된다. 김영삼 정권 때도 학자들을 썼다가 문제가 생겨 다 바꾼 적이 있다. 대통령께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대통령이 정치를 모르니 비서실장에 정치 전문가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맹형규 정무수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잘할 것이다.

- 지난해 10월 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그리고 12월에는 청와대 맹형규 정무수석과 단독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얘기가 오갔나. 
▲ 이상득 전 부의장과는 평소 친분이 두터웠기 때문에 못 만날 사이도 아니고 오히려 그동안 만남이 없었던 것이 이상한 것이다. 안부 인사 정도를 건넨 자리였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만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는 답답한 정국에 대해 서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자리 가지고 얘기하지 말자. 언제 우리가 자리 달라고 했느냐. 경선 끝나고 선대위를 구성할 때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 구성할 때, 취임후 조각과 개각 때, 단 한 번도 우리는 자리를 요구한 적이 없다. 어차피 같이 할 것이라면 꼬인 정국을 풀고 경제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하고,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이 감정을 풀고 같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한다는 요청을 전달했다.

- 홍준표 원내대표와 친이 세력이 ‘친박세력이 협조를 안 한다. 친박세력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 우리가 협조 안 한 것이 무엇인지 반문하고 싶다. 한국 정당사에 우리 같은 비주류가 있었나. 그럼 숨도 쉬지 말고 있으라는 얘기 아닌가. 비주류에게 공동묘지의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친박 무소속연대로 당선되었다.
▲ 공천을 받지 못했을 때 기가 막혔다. 마음은 두고 몸만 간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당을 떠났다. 주요 당직 특히 사무총장을 지내며 대선 승리의 기초를 닦아놓았는데 오히려 당에서 쫓겨났다. 내가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40번의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모두 이겼다. 박 전 대표의 업적이기도 하지만 내 업적이기도 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당선하면 조건 없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처음부터 선언했다. 친박연대에서 당수를 맡아달라고 했는데 거절했다. 과거에는 여당에 들어올 때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밥도 먹고 지역구 민원도 해결해줬지만 우리는 순수하게 들어왔다.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더 이상 여한이 없다. 앞으로는 의원총회 등에서 과거 얘기는 안 할 참이다. 미래를 같이 잘 준비해나가자고 말할 것이다. 다음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나라당 공천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재오 ‘권력의 속성 잘 모른다’ 조언… 이재오 직접 만나기도
“정치는 비효율의 극치… 이명박, 너무 효율 따진다” 강조

 -박희태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화합형이고 경험도 많은 분이라 무난하게 당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당에 장애물이 많다. 이번 당직 인선 때도 고전했다. 본인은 탕평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간에서 자꾸 브레이크를 걸었다. 아쉬워 휘둘릴 이유가 없다. 사심이 없으면 잘된다. (친박계인) 송광호 최고위원, 이성헌 사무부총장 등을 임명하는 것을 보니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3% 목표치가 잘못된 것이라며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는데. 
▲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라고 주장했다.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면 신뢰의 위기가 온다. 위기의 실체를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되지도 않는 성장률을 내놔 국민의 신뢰를 깨서는 안 된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내려섰다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경제 위기 특별 대책 차원에서 정부에 워룸(War Room) 설치를 주장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청와대 지하벙커에 워룸이 만들어졌다.
▲ 다행스럽게도 청와대 지하벙커에 워룸이 마련되었다. 전시작전상황실 역할을 맡게 될 비상경제상황실은 총괄·거시, 실물·중소기업, 금융·구조조정, 일자리·사회안전망 등 4개 팀으로 구성됐으며 각 팀에는 총리실과 11개 부처에서 차출된 국장급과 과장급이 팀장과 팀원 등으로 각각 3~5명씩 배치됐다.

- 친이계가 계파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다.
▲ 계파가 없을 수 없다. 저쪽이 만들었다고 우리도 계파 모임을 만들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공부 모임은 몇 개 만들 것이다. 원래 모임은 끼리끼리 하는 것이지만 대통령 말씀대로 친박과 친이의 경쟁은 끝났다. 다음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헤쳐 모여’ 할 것이다. 누가 대선 주자로 떠오를지 모르지만 구도가 짜이면 본격적인 계파 모임이 새로 형성될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 악연으로 시작했다. 아버지가 1960년 장면 정권 때 민주당의 원내총무였다. 5·16이 일어나면서 쫓겨났다. 나는 박정희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 데모도 열심히 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이회창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있었다. 인상이 안 좋았다. 박 전 대표가 대표가 된 뒤 내게 당직을 제안했다. 그때 처음 박 전 대표와 대화했다. ‘뭘 믿고 내게 사무총장을 맡기느냐’고 말하니까 박 전 대표는  ‘나를 지켜봐 왔다’라고 말했다. 겪어보니 훌륭했다. 나는 한번 인연을 맺으면 잘 안 변한다.
 
-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 상태는 지금 어떤가?
▲ 지금은 깨져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대통령이 실패하면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이미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 있다.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화해해야 한다. 센 사람이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 이제 기반이 조성되었다. 맹형규 정무수석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올해 안에 풀어야 한다. ‘박근혜’라는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 류우익 전 비서실장과는 대화가 안 되었다. 굉장히 심한 말을 하고 헤어진 적이 있다.

-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행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당분간 잊혀질 것이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이 행보할 것이다. 자꾸 드러나면 국민도 싫증낸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이 가까운 사람들하고 해보겠다고 하니 우리는 물러나 뒤에서 돕자는 입장이다.

- 부산 남구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 지난해 사업이 완료되는 용호만 매립지가 있고, 이미 완료되어 있는 백운포 매립지에 용호만 매립지는 공공용지가 약 7천평으로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딱 맞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사업 추진이 가능한 상황이고, 백운포 매립지 역시 교통문제만 해결되면 최고의 조건을 갖춘 부지이다. 부산시와 국토해양부, 부산항만공사는 부산북항 재개발사업을 기존 부두를 활용하여 매립을 최소화하면서 친수공간과 조망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종합계획을 결정했다. 앞으로 중·장기계획에 자성대·5-8부두·영도 해안도 사업범위에 포함시켜 국제교류·휴양레저·해양과학산업단지 등으로 개발키로 할 계획이다. 정부의 10대 한국형 뉴딜프로젝트에 선정된 북항재개발사업은 ‘센트럴 베이(Central Bay)’란 이름으로 국제 해양관광 및 업무중심지로 개발된다. 전체 부지 46만여 평의 해양문화관광지구에는 오페라하우스·예술의 전당·워터파크 등이 들어선다.

- 부산·울산·경남 3개 권역의 상생·발전기구인 ‘한나라당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모임’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향후 활동 전망은.
▲ 부·울·경 국회의원모임이 한나라당 PK지역 전체 의원 모임을 통해 공식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5+2 광역경제권’ 구상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되는 부·울·경 국회의원모임은 부·울·경 3개 광역단체가 소(小)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공동발전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부·울·경 국회의원모임은 △동남권신공항 건설 △광역교통망 및 조선산업 광역클러스터 구축 △자동차와 기계부품 산업의 공동 발전 △동남권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해외사무소 공동이용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인적으로는 낙동강 운하사업 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 지역구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18대 공약사업인 부산항 화물차휴게소 건립 사업을 지난해 4월 착공한 데 이어 부산환경공단 남부사업소 하수처리장 악취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인근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남부하수처리장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구청장과 시·구 의원, 주민 대표와 함께 남부하수처리장을 직접 방문해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를 통해 하수처리장에서는 으레 냄새가 난다는 환경공단 관계자들의 인식을 바꿔 주민고통을 덜어준 것이 무엇보다 큰 성과였다. 주민 감시단 구성에 합의해 단지 주민들이 현장을 방문해 감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수확이었다. 간담회 이후 허남식 시장에게 특별히 요구해 일단 시설 개선이 시급한 부분에 단기적으로 23억원을 투입하고 장기적으로 탈취기 자체를 활성탄 틸취기에서 미생물 탈취기로 바꾸는 데 18억원을 투입키로 해 오랫동안 악취로 고생하던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 용호,대연천 등의 악취 문제는 지난 62년 매립으로 해수 흐름이 멈추면서 쌓인 오염물질로 인한 것인 만큼 근본적인 악취제거를 위해서 준설 공사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 이미 확보한 예산 1억원으로 하반기에 조사용역이 시작될 예정이고 올해에 실시설계 예산 6억6000만원 등 약 4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반드시 확보해 최대한 빨리 해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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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