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이주현 기자]요즘 여의도 정가에서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이 한창이다. 여야 할 것 없이 특권 포기 경쟁에 불이 붙은 듯하다. 하지만 '국회의원 연금제도'를 놓고 진통이 따르고 있다. 당사자인 원로의원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819명의 기존 지원금 수령 대상자다. 이에 여야는 의원연금제 폐지로 가닥을 잡으면서도 기존 수급자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의원연금 제도란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에서 운영하는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를 말한다. 지난 1988년부터 70세 이상의 전직 의원에게 매달 20만원씩 국회의장 판공비에서 품위유지 차원에서 지급했던 것이 시발점이다. 시간이 지나 지난 2010년 여야 합의에 따라 대상과 금액이 각각 65세 이상과 120만원으로 확대됐다. 현재는 전직의원 819명이 그 대상이다. 지급에 필요한 예산은 12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국회의원 연금제도'가 아니다.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가 '연로회원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125억 예산 소요
하루만 근무해도 65세 이후 사망 시까지 매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의원연금 제도가 지나친 특권이란 논란이 계속되자 여야는 앞 다퉈 제도 손질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의원연금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6대 쇄신안'에 포함시키고 '연로회원지원금 제도개선 TF팀' 구성했다. 민주통합당도 19대 국회부터 연금제도를 전면 폐지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원로 의원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새누리당 국회 쇄신 태스크포스 연금제도 개선팀장인 이철우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의원 연금제도 개선 정책토론회'에서는 전직 의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의원 연금제도 개선 관련 토론회에서 국가에 헌신한 공로가 최소한의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며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목요상 헌정회 회장은 "연금이 아닌데 자꾸 연금인 것처럼 보도되고 하루라도 의원배지를 달면 평생 연금을 받는 것처럼 알려져 무척 유감스럽다"며 "국회의원들은 연금 가입이 원천 봉쇄돼 있는데 어떻게 연금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로지원금은 지난날 민주화와 산업화를 위해 헌신해 온 연로의원에 대한 보은적 차원의 최소한의 품위유지비"라며 "여야 간에 경쟁적으로 연로지원금을 없애는 것이 마치 국회의원의 특권을 없애는 양 이끌어가는 것이 심히 유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루만 금배지 달아도 평생 120만원 연금
혜택 받는 819명 전직 의원들 반발 극심
토론자로 나선 이윤수 헌정회 사무총장도 "헌정회원들은 제헌국회 이래 대한민국 근대화·민주화를 위해 군사독재와 싸우며 이 나라를 지켜온 역전의 용사들"이라며 "그런데 한마디로 이런 분들이 대접은 받지 못할망정 매도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어 "헌정회 회원 1141명 중 90대가 37명, 80대가 201명인데 이 분들은 노동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남이 거들어 주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며 "젊은 국회의원들도 얼마 안 있으면 자동으로 헌정회원이 돼 혜택을 받을 텐데 너무 비판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젊은 국회의원들이 연로지원금을 폐지하면 큰 영웅이 되고, 많은 국민들에게 표를 받을 것이란 착각을 하며 선배 의원을 매도하고 있다.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연로의원들은 이 사무총장의 발언 도중에 "잘한다" "속 시원하다"며 박수를 치며 목청을 높였으며 한 원로의원은 "연금 그거 얼마나 한다고 폐지하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로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새누리당 지도부도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현역의원들은 단상 앞에 나와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있는 상황에서 '세비반납' 및 '연금 폐지'는 신뢰를 되찾는 특단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연금을 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이철우 TF 팀장은 "오늘 대선배님들을 뵈니까 지원금을 더 드려도 시원찮은데 이렇게 되서 죄책감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들은 변하지 않으면 표도 안준다고 하고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 변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의원연금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로운 방식의 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연로회원 지원제는 연금이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대부분 특권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연금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재직 년수를 8년으로 정해 8년 미만은 일시에 지급 하든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선택적인 방법을 채택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의 이중지원은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목 회장은 그러면서 "소득의 여부, 재직 년수 등을 따져서 지원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했다.
제도개선 움직임
이러한 반발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과 각종 SNS에서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바라보는 최종 결단이 내려지기를 바란다"며 "과도하게 누리는 국회의원의 특권도 모두 정리되거나 포기하기를 바란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언제나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모두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국민의 세금으로 제공되는 세비가 아깝지 않게 진정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과 함께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올바른 국회의원의 모습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