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영향권’ 중견기업 리스트

대기업 뺨치는데 세금은 찔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세청이 대기업 사주 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 기회가 부족했던 중견기업 사주 일가, 부동산 재벌, 고소득 대자산가를 ‘숨은 대재산가’ 그룹으로 분류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숨은 대재산가 그룹 중 불공정 탈세행태가 심해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95명의 반칙·편법·탈법행위 유형을 소개했다. 이 같은 국세청의 강력 행보에 제 발 저린 중견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국세청이 중견기업 사주 일가, 부동산 재벌, 고소득 대재산가 등 소위 숨은 대자산가 그룹 중 반칙·편법·탈법행위 등 불공정 탈세혐의가 큰 95명을 대상으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거래내역 전반
입체적인 분석

구체적으로 중견기업 사주 일가 37명, 부동산 임대업·시행사업 등을 영위하는 부동산 재벌 10명, 자영업자·전문직 등 고소득 대재산가 48명의 총 95명이다. 이들 95명이 보유한 재산은 총 12조6000억원으로 평균 133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식이 1040억원, 부동산이 230억원을 차지했다. 

재산규모별로 100억∼300억원 미만이 4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0억∼1000억원 미만 25명, 1000억∼3000억원 미만 14명, 3000억∼5000억원 미만 8명, 5000억원 이상 7명 순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 25명, 도매업 13명, 서비스업 13명, 부동산 임대업 등 부동산 관련업이 10명, 병원 등 의료업이 3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개인별 재산·소득자료, 외환거래 등 금융정보, 내·외부 탈세 정보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해외출입국 현황, 고급별장·고가미술품 등 사치성 자산 취득내역, 국가 간 정보교환자료 등을 종합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주 일가·관련인 개인 간, 특수관계 기업 간, 사주 개인·기업 간 거래내역 전반을 조망하는 입체적 분석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사주 일가의 재산 현황(stock)과 관련한 정보와 재산의 형성·운용·이전 등 소득과 거래를 통한 재산의 축적 및 승계 과정(flow)을 정밀 검증했다. 개별기업 단위별 미시적 분석방식서 벗어나 거시적·단계적 접근 방식인 ‘탈루 유형별 분석 방법’을 통해 ‘불공정 탈세 혐의자’만 선별해 조사 대상자를 선별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조사 대상자들의 불공정 탈세 유형별로 주요 탈루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변칙적인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편취해 대재산가 일가의 호화·사치생활을 영위하는 데 사용한 경우다.  

숨은 대재산가 세무조사 착수
중견기업 사주일가 37명 타깃

이어 부동산·자본거래 등을 통해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증여 또는 경영권 승계 등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한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특수관계자 간 부당내부거래, 우회거래 등 각종 탈법적 방법으로 정당한 세부담을 교묘하게 회피한 형태도 파악됐다. 

심상치 않은 국세청의 행보에 이전에 논란이 됐던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2017년 신안그룹 금융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던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여의도에 소재한 바로투자증권 본사에 사전예고 없이 투입, 재무 관련 자료를 예치하는 등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바로투자증권이 계열사에 대출을 할 때 불법으로 담보를 제공한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바로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2월 신안그룹 계열사 2곳이 출자한 주식을 해당 업체의 대출 때 담보로 제공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증권사가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 신용공여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바로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신안그룹의 계열사인 신안캐피탈(지분 100%)이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 바로투자증권에 대해 기관주의와 함께 과징금 88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불법거래에 관여한 임직원 2명에 대해서도 주의와 견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2017년 국세청의 빙그레 정기 세무조사 과정서 김호연 회장의 차명주식이 드러났다. 김 회장은 아버지인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가 1981년 타계한 이후, 한화그룹이 1970년대 인수한 빙그레(대일유업)의 경영을 맡으면서 빙그레를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차명주식은 김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직접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린 아니다”
쉬쉬하는 기업

금감원은 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연공시가를 조사한다는 이유지만 조사 과정서 차명주식과 관련한 또 다른 불법 정황을 발견한다면 검찰 수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5% 이상 보유 대주주는 지분변동 관계를 제대로 보고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야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제재나 검찰 고발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연공시보다는 차명주식 보유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조사와는 별도로 김 회장은 주식 실명전환으로 증여세로만 50%를 납부해야 했다. 김 회장은 이에 서울 삼성세무서와 강동세무서에 빙그레 주식 17만1000주(지분율 1.74%)를 납세 담보로 맡겼다. 

‘커피 재벌’ 동서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경제개혁연구소는 동서 계열사 성제개발의 2014년 내부거래 비중이 43.78%이며, 2010∼2014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65.15%라는 점을 들어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로 꼽았다. 1986년 설립된 성제개발은 건축공사업, 임대업, 비주거용 건물건설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다.

성제개발은 2014년 이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제개발의 지분은 동서 43.09%를 포함해 김 전무(32.98%) 외 3세인 동욱(13.00%)·현준(10.93%)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변칙 대물림
관행 손본다


다만 동서의 감사보고서에서는 2015년에도 2014년과 동일하게 성제개발이 주식의 43%를 보유하고 있어 당시 지분구조는 2014년과 동일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성제개발은 높은 배당성향을 보여왔고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은 배당을 통해 3세들에게 제공해왔다. 실제로 2011년 68.22%였던 배당성향은 이듬해인 2012년 88.4%, 2013년 88.86%, 2014년 91.59%로 확대됐다.
 

그런데 동서의 2017년 사업보고서부터 동서는 성제개발 지분 100%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의 이 같은 행보는 정부의 재벌개혁 움직임에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동서는 지난해 10월 서울국세청 조사1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세무조사는 2013년 세무조사에 이은 정기세무조사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동서그룹이 수년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사정당국의 주목을 받아온 점과 오너 일가 고배당 문제 등이 꾸준히 불거졌다는 점에서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신안, 동서, 빙그레, 풍산… 
그동안 논란됐던 기업들 긴장

지난해 10월 굴지의 방위산업체 풍산그룹이 부산시의 센텀2지구 개발사업 관련 특혜의혹을 받았다. 과거 국방부로부터 헐값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공식문서가 공개됐기 때문. 개발이 진행될 경우 토지보상금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특혜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1981년 당시 27만평 규모의 조병창(현 풍산 부지) 부지였던 이 땅은 3년 거치 후 7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모두 259억원에 풍산에 매각됐다. 이 과정서 국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각종 장비 및 운영 자재 등의 동산, 사업권이 수의계약을 통해 풍산에 매도된 것.


방위산업 목적의 국유지인 이 땅은 풍산의 공장부지 및 건물 30여개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에 묶여있다. 하지만 이 부지는 2015년 부산시와 풍산이 맺은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MOU에 따라 현재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풍산그룹은 2016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한 차례 받은 적이 있다. 풍산홀딩스는 지주사로 전환한 뒤 내부거래 비중이 늘었다. 류진 회장을 포함한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40.05%에 달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풍산홀딩스 내부거래는 2010년 40.45%, 2011년 60.52%, 2012년 74.05%, 2013년 75.65%, 2014년 80.09%, 2015년 67.79%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에는 81.6%(915억원)를 기록, 6년 평균비중이 70%에 육박한다.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으면서 총수 일가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 수사로
엄중 처리 방침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세금추징은 물론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고발조치 등 엄중 처리하겠다”며 “반칙·편법·탈법행위 통한 호화·사치생활 영위, 편법 상속·증여, 정당한 세부담 회피 등을 일삼는 불공정 탈세행위에 지속적으로 세무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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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