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⑥> 대한민국 복권 총정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1.29 09:53:35
  • 호수 12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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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불황 복권은 호황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 복권을 산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적 ‘불황 상품’인 복권이 지난해 경기 침체와 맞물려 최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복권은 로또만 있는 게 아니다. 정부서 허가하고 있는 12개의 복권 상품들을 <일요시사>가 총정리했다. 
 

국내서 발행한 최초의 복권은 올림픽 후원권으로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 비용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졌다. 더불어 1949년 10월부터 1950년 6월까지는 재난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생복권이 3회에 걸쳐 발행됐다. 

최초 복권은
올림픽 후원권

6·25전쟁 이후에는 산업부흥 자금과 사회복지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복권을 발행했다. 정부는 1956년 2월부터 매월 1회씩 10회에 걸쳐 총 50억환에 상당하는 애국복권을 발행했다. 1960년대에는 산업박람회와 무역박람회 개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즉석복권 형태의 복권이 발행됐지만 단기간 수시 발행에 그쳤다.

1990년부터 엑스포 복권과 체육복권이 발행되면서 복권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렸다. 이어 찬스복권과 또또복권 등이 발행됐고 그 이후로 기술복권, 관광복권, 월드컵 복권 등이 추가 발행됐다. 십수여개의 추첨식복권과 즉석복권이 난립했으며, 그만큼 판매율도 떨어져서 복권으로 걷어 들이는 수익도 줄었다. 

그러다 2001년 암암리에 행해지던 스포츠도박을 양지화한 토토가 등장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축구만 가능했지만 이후 농구 종목이 추가됐다.


2004년 4월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돼 야구, 골프, 씨름, 배구 등 모두 6개 종목과 외국 경기를 대상으로 한 토토 발행이 가능해졌다.

2002년 12월에 로또가 등장했다. 최초 발매 당시에는 당첨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연달아 당첨금액이 이월되면서 1등은 최대 수백억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엄청난 규모로 시장을 압도하더니 다른 복권들을 거의 사장시켰다. 

정부는 각종 인쇄식 복권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이 모든 복권을 나눔로또의 ‘스피또’ 하나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정기 발행형 복권의 효시가 됐던 주택복권은 팝콘으로 이름을 바꾼 뒤 최초 발행 이후 37년 만인 지난 2006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팝콘복권은 한국연합복권서 발행되다 ‘연금복권 520’으로 리뉴얼, 이후 2014년 부로 나눔로또로 이양됐다.

수익 떨어지자 
통합하고 이양

원래 나눔로또는 복권 2기 사업자로 로또만 위탁 발행 및 판매했다. 한국연합복권은 인쇄복권(스피또, 연금복권)과 전자복권만을 위탁 발행 및 판매했으나 제3기 복권사업자 컨소시엄에서 나눔로또가 선정됐다. 2014년 두 복권사는 ‘나눔로또 주식회사’로 통폐합돼 토토를 제외한 국내 모든 복권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어떤 복권이 발행되고 있을까. 총 12종에 이르는 복권이 판매되고 있다. 

[로또 645]


국내서 발매되는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에 자신이 원하는 6개의 숫자를 임의로 고르는 ‘645’ 방식이다. 5등(5000원), 4등(50000만원)을 제외한 1∼3등 당첨금은 확정돼있지 않다. 판매금액에 따라 당첨금액이 올라간다. 6개 숫자를 모두 맞춰야 하는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지난해 판매 4조 육박 사상 최고
‘로또 광풍’ 2003년 기록 넘어서

자동, 반자동, 수동으로 구매자가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 자동은 판매인에게 요청해 45개의 번호 중 6개 번호를 임의로 부여받는 방법. 반자동은 1∼5개 번호 중 원하는 번호를 선택하고 나머지 번호는 임의로 부여받는 방법. 수동은 고객이 6개 번호를 모두 직접 선택하는 방법 중에서 원하는 대로 구입할 수 있다.
 

▲ ▲▲ 지난 2018년, 로또복권 판매액은 총 3조965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로또는 기존 가판점서 판매하는 추첨식 종이복권 대신 통신전용망과 단말기를 사용하고, 이미 정해진 번호를 사는 대신 고객이 직접 번호를 고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당첨자가 없으면 당첨금이 이월된다. 참여자가 많을수록 당첨금이 늘어나는 점 등에서 기존 복권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연금복권 520]

연금복권 520은 2011년 7월11일에 출시된 국내 최초의 연금식 복권이다. 연금복권 520은 1등 당첨금을 매월 500만원씩 20년간 연금식으로 지급한다. 잔여 당첨금은 당첨자 사망 시에도 민법에 따라 상속된다. 하지만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는 없다. 

연금복권 520의 당첨확률은 로또645의 당첨확률에 비해 약 2.6배 높다. 연금복권 520은 2등 당첨번호가 1등 당첨번호의 앞, 뒤 숫자로 정해지기 때문에 같은 조 연속번호 구매 시 1등과 2등에 동시 당첨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조 연번 3매 이상 구매 시 1등(매월 500만원씩 20년)과 2등 2매(2억원)에 동시 당첨 가능한 셈이다. 

타 복권의 경우 3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일시불 당첨금에 대해서는 33%의 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연금복권 520의 1등 당첨금은 22%의 세율만 적용하므로 수령액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22%(소득세 20%, 주민세 2%)의 세율을 적용하면, 1등에 당첨될 경우 세금(22%)을 빼고 월 390만원씩 20년간 총 9억3600만원을 받게 된다.

매주 1조부터 7조까지 각 조당 100만∼999만까지 90만장씩 총 630만장을 발행한 후 추첨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40분 MBC 드라마넷서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인터넷복권]

인터넷복권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의거해 정부가 발행,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복권으로 총 7가지가 판매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추첨을 통해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는 추첨식에는 스피드키노·메가빙고·파워볼 등이 있으며, 즉석으로 당첨 여부를 알 수 있는 즉석식에는 트레이져헌터·트리플럭·더블잭 마이더스·캐치미 등의 게임이 있다. 당첨금 규모는 로또나 연금복권에 비해 작다. 

스피드키노는 1등 기본당첨금 2500만원이 보장된다. 22개 추첨숫자 중 10개를 맞히면 1등이다. 5분마다 22개 번호를 추첨한다. 메가빙고는 1등 기본당첨금이 1000만원이다. 7분마다 추첨하는 빙고형 게임이다. 75개 번호 중 49개를 추첨하는데, 24개 적중 시 1등이 된다.


국내 판매 복권 로또만 있냐?  
로또에 밀린 12종 복권 보니…  

1등과 2등은 판매액에 비례해 당첨금이 누적된다. 파워볼은 1등 기본당첨금 3000만원이 보장된다. 1∼28의 숫자 중에서 5개 일반볼을 선택하고, 0∼9의 숫자 중에서 1개 파워볼을 선택한다. 선택한 6개의 숫자를 맞히면 1등이다. 

트레져헌터의 1등 기본당첨금은 500만원이다. 구입한 복권에 같은 심볼이 3개 이상 나오면 당첨. x2 심볼이 나오면 당첨금의 2배를 받을 수 있다. 트리플럭은 총 3개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데 1등 당첨금이 5억원이다. 게임1은 동일한 금액의 숫자가 3개면 당첨이고, 게임2는 행운숫자와 같은 숫자가 나오면 당첨, 게임3은 3개의 상금 숫자가 일치하면 당첨이다.
 

더블잭 마이더스의 기본당첨금은 2000만원이다. 같은 그림이 6개 이상이면 당첨이다. 캐치미는 1등 1000만원, 구입 시 5배 세팅하면 당첨금도 5배다. 11개 중 6개를 선택해 같은 현상금 도둑을 3명 찾으면 당첨이다. 

[즉석식 인쇄복권]

즉석식 인쇄복권은 동전 등으로 긁어 쉽고 빠르게 당첨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동행복권서 스피또라는 이름으로 총 3종의 인쇄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판매금액에 따라 스피또500, 스피또1000, 스피또2000 등이 있다. 


스피또500의 현재 1등 당첨금액은 2억원이다. 발행량은 제35회 기준으로 1200만매이고 판매가격은 500원이다. 스피또1000은 당첨금액이 5억원에 이른다.

제44회 기준 발행량은 3500만매이고 판매가는 1000원이다. 스피또2000은 당첨금액이 10억원이다. 제27회 발행량은 2000만매이고 판매가는 2000원이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4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 불황 속에 복권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총 3조965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인생 역전’
꿈꾸는 사람들

2018년 판매량을 인구수(5164만명)로 나눌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국민 1명이 구매한 로또는 76.8게임(7만6800원)이란 결과가 나온다. 1일 평균 로또 판매액은 108억7000만원 수준이다. 1등에 당첨된 사람은 총 484명으로, 평균 당첨 금액은 19억6100만원이었다. 1등이 3명 나온 822회가 1등 당첨금(59억3000만원)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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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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