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걸려 있는 오너 일가들이 차례로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는 상황. GS 오너 일가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지분을 가지고 있어 사모펀드에 지분을 처분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가 지분을 고가에 넘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관련 내용을 추적했다.
GS그룹은 일감 몰아주기로 꾸준히 뒷말이 나오는 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8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GS그룹은 전년도 말 기준 지주회사 체제 밖 일감 몰아주기 기업 13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최고 수준
총수가 있는 19개 비금융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GS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에 눈길이 쏠렸다. 당시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린 기업 명단은 삼양통상과 보헌개발, 옥산유통, GS네오텍, 삼양인터내셔날, 프로케어, 켐텍인터내셔날 등이다.
GS그룹의 오너 일가가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GS ITM을 아레테원에 매각했다. 아레테원은 국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가 GS ITM 지분 매입을 위해 설립됐다. 이번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해소 차원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GS ITM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다. 2006년 설립돼 GS그룹의 전산 서비스를 담당해왔다. 2017년 기준 매출액 2001억원, 영업이익 63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너 일가의 지분을 살펴보면 GS ITM는 허서홍 GS에너지 전무(22.7%), 허윤홍 GS건설 부사장(8.4%),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7.1%) 등 GS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80%에 육박한다.
우선주에 다양한 옵션?
오너 일가 거래 확인불가
GS ITM은 2017년 매출 가운데 78% 수준인 1363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에 대해 기준을 세워 규제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비상장사 20%) 이상이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이상의 수혜기업 가운데 전체 매출의 12% 이상이 내부거래면 규제를 하고 있다.
이에 GS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소 차원서 GS ITM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오너 일가 지분율이 20%를 넘는 비상장사는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 기준 12% 이상이거나 거래 금액 2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불공정 거래를 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제제를 받는다.
그런데 GS그룹 오너 일가가 최근 GS ITM 지분 일부를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할 때 아레테원에 비싼 가격에 넘겼다는 시각이 나왔다. 오너 일가는 58만여주를 883억4400만원에 아레테원에 넘겼다. 지분율은 80.6%서 16.12%로 축소됐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 눈길이 쏠렸다. 오너 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보통주 72만5415주의 일부를 우선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는 43만5233주의 보통주와 29만182주의 우선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 가운데 우선주 전량과 보통주의 절반인 29만182주를 매각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옵션 여부 논란 가능성
눈길을 끄는 것은 매각 대금이다. 지난 2일 GS ITM에 따르면 GS 오너 일가가 아레테원에 넘긴 보통주와 우선주의 처분단가는 15만2222원으로 동일했다. 일반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의 경우 보통주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주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오너일가가 고가에 골치 아픈 지분을 넘긴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재계에선 오너 일가의 골치 아픈 지분을 넘길 때 사모펀드 자금을 종종 활용하는데 이를 두고 둘간 모종의 옵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특히 우선주의 경우 다양한 옵션을 부여할 수 있다. 다시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이나 되살 수 있는 콜옵션 등이 가능하다. 보통주로 전환하는 권리도 부여할 수 있다. 옵션에 따라서 완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GS그룹 관계자는 “GS ITM 오너 일가 지분 매각과 관련해 개인적인 거래여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영부영
재계의 한 관계자는 “GS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가 많은 가운데 공정위의 움직임이 구체화되자 서둘러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그 과정 속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종종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