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증권방송 피해담

개미들 가입비 들고 잠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 주식정보 제공업체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럴싸한 말들로 회원가입을 유도해 가입비를 받고 가짜 주식 정보를 제공했다. 결국 회사는 투자자들의 가입비를 들고 자취를 감췄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회사원 A씨는 지난해 5월 주식정보 제공업체인 S사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벤트 마지막날’이라는 말에 오래 고민하지도 못했다. S사는 “회원들의 수익률이 월 20%를 상회한다”는 말과 “1년 후 손실 시 ‘손실보상제’를 운영하고 이벤트 기간 회원가입비가 할인된다”는 말로 회원을 모집했다. 

감언이설로…

A씨는 스마트폰에 S사에서 추천한 증권방송 어플을 설치하고 3개월가량을 보냈다. S사의 추천종목을 전부 매수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적당한 종목을 선택해 매수했다. 하지만 수익은커녕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A씨는 전문적으로 증권투자를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매수와 매도 시점을 잘 알지 못했다. 특히 매도와 손절매가 필요한 경우 시기에 대한 정보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 같은 이유로 S사 방송에 가입했지만 손실은 30% 이상 지속됐고 S사에서는 계속해 보유 의견만 내보냈다.

A씨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속았다는 느낌이 들어 계약해지를 요청했지만 담당 팀장은 “겨울이 되면 수익률이 정상궤도로 올 것”이라는 말로 계속 유지하길 권하며 1년 후 확실한 이익을 약속했다. 


담당 팀장의 확실한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A씨는 추천종목 하나를 더 매수했다. 다시 2개월이 흘렀지만 신용으로 매수했던 부분은 주식장의 폭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했다. 손실률은 40∼50%에 육박했다. 

이에 A씨는 또다시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팀장에게는 오히려 “신용매수는 1년계약 후 손실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왜 신용매수를 했느냐”는 질타가 돌아왔다. A씨는 처음 회원가입 시 주식잔고 현황을 S사 측에 발송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신용매수상태임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답변이 돌아온 것. 

A씨는 계약해지에 따른 회원가입비를 환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S사에서는 “이벤트 할인에 따른 회원 가입비가 아닌 정상 가입가에 따른 해지위약금을 부과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수긍할 수 없었던 A씨는 “회원가입 시 100만원을 지원해준다는 것도 이벤트 할인에 따른 회원가입 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었고, 회원가입 계약서에도 가입비가 명시돼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담당팀장은 “규정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가입비 반환을 계속해서 S사 측에 요청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사는 결국 모든 것을 정리한 후 자취를 감췄다. 현재 S사의 홈페이지는 삭제됐고 남아 있는 것은 그들이 회원모집을 위해 작성했던 홍보글 뿐이다.

‘손실보상제’ ‘수익률 20%’ 등으로 현혹 
허위정보 제공 피해자 속출…결국 잠적

사실 S사의 경우처럼 실제로 인증되지 않은 업자를 통한 허위정보 제공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예전부터 계속돼왔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333개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불법·불건전 영업행위를 점검해 총 43개 업체를 적발했다. 적발 유형으로는 미등록 투자자문 24건, 허위·과장 광고 19건, 금전 대여·중개 5건, 무인가 투자매매·중개 3건 순이다.

직장인 B씨도 포털사이트 댓글을 통해 대박 주식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가 큰 낭패를 당했다. 당장 급등하는 종목을 추천 받았는데 매수하자마자 해당 종목이 급락한 것.
 

이렇게 불분명한 정보 제공자가 고수익을 미끼로 허위 종목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투자자는 물량 털어내기용으로 악용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또한 거액의 통장 잔고를 보여주며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역시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짜 주식 투자 정보’로 피해를 입는 투자자에게 업계 관계자는 ”출처가 불분명하고 실체가 없는 정보를 믿어서는 안 된다”며 “투자자는 주식 투자 정보 제공 업체를 선택할 때 금융감독원에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인지, 허위·과장 광고를 하지 않는지, 업체의 업력이나 실제 전문 연구원 보유 현황 등은 어떤지 등 신뢰할 수 있는 지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더라도 이를 구제해줄 수 있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유사 투자자문업자는 일반 투자자문업체와 달리 금융투자업상의 투자자문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에 기초를 두고 있다.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유사 투자자문업 등록을 받는 금감원이 이들에 대한 감독·검사 권한이 없어 약관 관련 이슈나 허위·과장광고 등에 대한 소비자 피해는 소비자원 민원제기 또는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구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도 유사 투자자문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직접 조사 및 처벌을 못하고 검찰로 통보하는 이상 주어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매년 등록된 유사 투자자문업체 중 일부를 대상으로 일시점검 및 불법영업행위 신고포상제 실시 등으로 근절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금감원 측은 “유사 투자자문사는 누구나 단순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고 증권사, 투자자문사처럼 인가 또는 등록한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금감원 신고업체도 아니다”라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허위 및 과장 여부에 유의하고 정보이용료 등 분쟁 발생에 대비해 계약체결 전에 환불조건 및 방법 등 계약조건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꼼꼼히 따져야

한 전문가는 “가짜 주식 투자 정보가 만연한 요즘 감언이설에 현혹되기 쉬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금융감독원 정식 등록 업체 여부, 허위·과장 광고 여부, 전문 인력 보유 현황, 업체 전문성 및 신뢰성 등을 골고루 살펴보고 신중하게 투자 정보 업체 및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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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