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 신동규 회장 선임 논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6.25 15: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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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 돌다 콕 찜한 게 고작 '모피아'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농협금융지주 새 회장으로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이 선임됐다. 신충식 전 회장이 갑자기 물러나고 새 회장 선임까지 채 2주도 걸리지 않았다. 신동규 회장의 공식임기는 지난 21일 시작됐지만 첫 출근부터 난항을 겪는 등 진통이 예상된다. 농협노조가 또 다른 관치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농협금융지주(이하 농협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 회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으며 곧바로 열린 이사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당초 금융계에서는 이철휘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는 듯했다. 지난 18일 오후 시작된 회의 초반에만 해도 5명의 회추위원 중 3명이 이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회추위 결의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한다"는 조항이 변수가 되어 나타났다.

출근·취임식 일정 미정

이 때문에 5명 중 3명이 찬성한 이 전 사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회추위원들은 곧장 제3의 인물을 물색했고 은행장 경험이 있는 신 회장을 내정, 19일 속개된 회추위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신 회장은 재무관료 출신이지만 오래 전 관료 생활을 접었다는 점,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실무에 익숙하다는 점이 회추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는 후문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정부 출자 문제 등 현안들을 해결해 나갈 강력한 추진력과 노조와 협력을 이끌어 낼 원만한 인간관계를 겸비하고 있다"며 "농협지주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내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신 회장에게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 것도 없는데 벌써 비상등이 켜졌다. 임기는 시작됐지만 아직 취임식 일정도 잡지 못했고 노조 반발 때문에 첫 출근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는 신 회장이 농협지주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농협 내부게시판에 "신 회장은 전형적인 관료로서 정부의 앞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노조는 농협지주 신임 회장직 최종 확정을 앞두고 성명을 통해 "낙하산 시도의 배경이 있다면 지금 즉시 모든 것을 백지화해야 한다"면서 "회장이 일말의 양심이 있는 자라면 100년 대계의 농협을 위해 정부관료 출신 후보는 철저히 배제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는 정부와 중앙회장으로부터 자유로워야만 제대로 된 농협금융 중심역할이 가능하다"면서 "만약 추측하는 대로 낙하산 인사 또는 금융과 관련 없는 자가 추천되거나 임용된다면 노동조합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초 노조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농협노조 "신 회장, 정부 앞잡이 역할 자처"
21일 임기 시작 풀어야 할 과제 산더미


노조는 출근저지 투쟁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임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우려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말~8월 초에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말하는 구조조정 우려는 농협이 지난달 2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체결한 '농협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MOU)'로부터 나왔다. 농협은 이에 대한 세부 이행 계획안을 오는 8월29일까지 농식품부에 제출해야 한다.

노조는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해선 수익 창출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임금감축 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신 회장은 은행연합회장 시절, 은행권의 임금 삭감에 앞장서는 등 정부 정책에 늘 한발 앞장서 가는 경향이 있었다"며 "현재의 상황이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르면 7월 말, 8월 초에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신 회장이 노조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일단 8월 말까지 세부 이행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며 이를 성실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지원금액을 삭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품부는 농협과 MOU를 체결하면서 매년 1600억원씩 분기별로 400억원을 지급하되 이행 계획이 미흡할 경우 이를 삭감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회가 농협지주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만큼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신 회장은 농협지주가 중앙회에 놀아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과제 산적 '산 넘어 산'

농협지주가 출범한 지 이제 막 100일을 넘어 조직 정비도 해야 하고 기존 은행들과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도 신 회장에게 부담으로 다가간다.

한편 신 회장은 경남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웨일스대에서 금융경제학 석사를, 경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증권발행과장, 자본시장과장,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3~2006년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지난해 11월까지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동아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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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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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