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SH공사 숙청 사태’ 직위해제자의 토로

30년 충성했는데 하루아침에 ‘팽’

[일요시사 취재1] 장지선 기자 =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대규모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고위급 간부들의 직위가 해제됐다. SH공사는 ‘혁신을 위한 정당한 인사조치’, 직위해제자들은 ‘인사폭거, 인사갑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직위해제자 A씨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달 21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는 ‘시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사혁신 단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갑질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처장급 등 간부직원 28명을 일선서 퇴진시키는 인사 조치를 단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갑질·비리
미리 방지?

SH공사는 최근 감사원 감사 과정서 센터직원들의 갑질 및 금품수수, 자체 점검과정서 적발한 전직 직원의 보상금 편취 사건과 일부 직원들의 편법 보상 등의 비리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조직내부의 혁신 요구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부직원 28명에 대한 조치는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비리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원장, 처장, 단장 등 관리직에 있던 간부직원들의 직위가 해제됐다. 일부 간부직원들은 경영지원본부 인재개발부로 발령났다. 28명 중 21명은 1960년생, 7명은 1961년생으로 정년이 23년 남은 직원들이 대상이 됐다.

특히 내년이면 전문위원으로 전보되면서 보직을 내놓는 1960년생 간부직원들은 연말까지 채 40일도 남지 않은 상황서 인사 조치의 칼날을 맞았다.


인사 조치 나흘 뒤인 월요일(1125) 직위해제자들은 직위해제 인사폭거 조치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김세용 사장은 내부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폭압적 인사폭격을 군사작전 하듯이 단행했다이번 사태는 김 사장 본인의 경영상 무능함을 가리기 위한 면피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임명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는 김 사장을 해임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1960년생 간부직원 10명은 김 사장과 인재개발처장, 인재개발부 담당자 등 3명을 인권침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들은 김 사장 등이 SH공사 인사규정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런 인사 조치에
간부직원 28명 ‘충격’

SH공사 인사규정 제38(직위해제)에 따르면 사장은 형사사건으로 공소 제기된 자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자 소속직원에 대한 감독능력이 부족한 자 정직 이상에 해당하는 징계의결이 요구 중인 자 비위행위로 직위해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직위해제자들은 자신들이 인사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에 인사조치를 당한 28명 가운데 직위해제 요건에 해당하는 직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SH공사 역시 지난달 26일 내놓은 해명자료서 이번 인사발령은 근무서 완전 배제하거나 급여상 불이익이 있는 조치가 아니라, 직책에서는 제외됐지만 정년 60세까지 향후 2년 동안 근무를 계속하기 때문에 인사 등 불이익을 받는 직위해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직위해제자들은 SH공사가 고령자고용법상 배치·전보·승진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조항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 김세용 SH공사 사장

SH공사는 이번 인사발령은 2019~2020년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일부 간부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원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경우 해당 기간이 도래하면 현 직위서 제외되고 전문위원으로 발령 조치되지만, 대상자들의 인사시기를 앞당겨 단행함으로써 조직문화 혁신을 기하고 시민기업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공사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위해제자 A씨는 SH공사 해명에 대해 일선서 퇴진시키는 것과 직위해제는 다르다회사 스스로도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니 이렇게 해명이 꼬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취재과정서 만난 A씨는 이번 인사조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1121일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면.

평소처럼 출근했다. 그러다 오후 2시쯤 다른 부서 직원이 인사발령 소식을 알려줬다. 인사발령 문서에 ○○○직을 면함이라고 돼있는 걸 보고 직위해제를 직감했다. 잘못한 게 있는지, 인사규정서 정한 형사사건에 연루된 게 있는지 돌아봤지만 전혀 없었다.

-소식을 듣고 난 뒤 느낌을 떠올린다면.

정말 멍했다. 혼비백산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그나마 28명이 한꺼번에 이런 일을 당했다는 소식에 창피하다는 생각이 조금 줄어들었고 나름대로 의지가 됐다.

-전조는 전혀 없었는지.

인사발령(1121) 이틀 전쯤 한 직원이 연말 인사 때 1961년생 직원까지 포함해서 정리한다는 소문이 돈다는 걸 말해준 적 있다. 정년이 2년 남은 1960년생 직원들은 올해가 지나면 전문위원으로 가기로 돼있으니 그렇다쳐도, 1961년생 직원까지 인사조치하는 것은 무슨 함정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규정 없는
직위해제?

-함정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1961년생 직원의 경우 교육을 다녀오면 현업 복귀 없이 바로 전문위원으로 발령난다. 회사에서 이번 인사조치에 1961년생 직원을 포함시키면서 원래보다 공석이 늘어나게 됐다. 과거 전임 교수 출신 사장 때도 매년 조직개편을 통해 개방직을 만들면서 고위 간부자리를 외부인사로 채웠는데, 이번에도 여기서 늘어난 간부급 자리에 외부 낙하산 인사들을 앉히려는 건 아닌지 그런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 같은 의심이 들었다.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대부분 침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장이 좀 심했다. 얼마 안 있으면 나갈 선배들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등의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공포감에도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돼 침묵을 지키는 침울한 분위기다.

-현재 상황은 어떤지.

직위해제 상태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눈치도 보이고 미치겠다. ‘좌불안석이라는 말이 딱 맞다. 다른 직원들 보기에도 민망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재자의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결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니 묘한 감정의 갈등을 겪고 있다. 몇몇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길로 다니거나 점심시간에도 따로 식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낙하산 인사
의심 들어


-이번 인사조치서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은 회사나 직원 모두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11월부터 연말까지는 모든 부서에서 내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세밀하게 다듬는 일을 한다. 고위급 간부는 부서 단위의 사업계획 관련 작업을 총괄한다. 회사는 이런 시기에 고위급 간부를 날려버린 상황이다.

-인사발령 이후 대응이 빨랐는데.

회사의 망신주기식 인사에 우리가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용 사장이 회사의 인사규정과 고령자고용법을 어겼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전략을 짰다. 월요일(1125) ‘직위해제 인사폭거 조치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고,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에 인권침해, 명예훼손 혐의로 김세용 사장을 고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노동위원회에도 제소했다.
 

-사측 반응은 어땠는지.

월요일에 발표한 성명서를 내부 게시판에 두 차례 정도 올렸는데 모두 삭제됐다. 회사에서 검찰 고소, 인권위 제소 상황을 알고서는 학연·지연·과거 근무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 좀 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화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 같다.

-1960년생 직원들은 내년이면 전문위원으로 가는데.

하루를 살아도 명예롭게 사는 게 중요하다. 인사를 대안도 없이 가볍게 처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많은 직원들이 정년을 마치고 전문위원으로 가는 때가 되면 상당히 우울해한다. ‘뒷방 노인네신세가 됐다고 생각하는 직원도 많다. 그런데 회사는 군사작전 하듯이 기습적으로 인사조치를 단행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고소로 법정공방 예고
“정말 서운하다” 격분

-이번 사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김세용 사장이 법을 위반하면서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든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다. 원상복구 해야 한다.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하고, 이로 인해 후생복지가 후퇴됐다면 모자람 없이 채워줘야 한다. 또 노사합의를 통해 재발방지 약속이 담긴 합의서를 만들어야 한다.

회사는 이번 간부직원 28명의 인사발령이 징벌성 직위해제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해당 간부직원의 인사기록에는 ‘2018.11.21. ○○○직을 면함이라는 기록이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먼저 퇴직한 선배들이 직급도 직위도 아닌 전문위원이라는 명칭이 경력증명서에 남아 재취업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징벌성 기록은 이후 족쇄가 될 수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검찰 고소건이나 인권위, 노동위원회 제소건 모두 끝까지 진행할 생각이다. 회사 차원서 우리의 훼손된 명예를 회복해주지 않는다면 끝까지 가서 법적으로 명예를 회복하겠다.

-김세용 사장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학교서 학생을 대하는 듯한 태도로 회사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기업서 30년 경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학문의 이론적 무대와 기업의 현실적 무대는 다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수를 포용하고 소통하며 구성원들의 감정을 잘 읽어야 한다. 직원들이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조정자와 조력자의 역할을 잘해줬으면 한다.

“사장 역할
잘해주길”

A씨는 인터뷰 말미에 솔직히 정말 서운하다며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에 인사조치를 당한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는 29~30. A씨도 몇 년의 하위직 공무원 생활 후 30년 가까이 SH공사에서만 일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번 돈으로 부모님을 부양하고 처자식을 먹여 살렸다. 사실 회사에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하지만 잘못도 없는 우리에게 40일도 못 참고 비리, 갑질의 덫을 씌워 팽개친 공사에 실망감이 크다퇴사한 선배들이 회사 쪽으로 오줌도 누고 싶지 않다고 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30년을 일한 직원에 대한 작은 예우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회사에 평생을 바쳤다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SH공사 반응은?

SH공사 측은 검찰 고소나 국가인권위원회 제소건에 대해 조사가 들어오면 받을 것이라면서도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6일에 낸 해명자료가 SH공사의 공식입장이라며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전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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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