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건]신촌 대학생 피살사건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07 14: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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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치정…그리고 치정이 부른 살인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서울 시내 최대 번화가인 신촌역에서 불과 4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한 공원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용의자들은 치밀하고 대담했다. 사전에 약속을 하고 흉기를 준비했으며 범죄 후 시신을 유기하고 사건 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손을 씻기도 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10대들의 철없는 치정관계와 '오컬트 문화'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을 즐기던 대학생 김모(20)씨는 웹상에서 대학생 박모(20·여)씨를 만나 올해 초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박씨가 ‘오컬트 카페’에 가입한 것. 박씨는 이 카페에서 고교생 이모(16)군과 홍모(15)양을 만나 카카오톡 대화방을 개설해 심령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충격적 전말 '경악'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박씨에게 대화방 탈퇴를 요구했지만 박씨는 듣지 않았고 김씨의 간섭 때문에 비밀 대화방을 만들어 김씨의 접근을 차단했다.

김씨는 이군과 홍양 등 두 고교생의 카페나 블로그에 들어가 "죽여버리겠다" "신상을 털어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등 악성댓글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지난달 초 김씨와 박씨는 결별했다.

하지만 박씨를 오컬트 카페에서 빼내기 위한 김씨의 노력은 계속됐다. 김씨는 두 고교생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하고 현실에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지난달 30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바람산공원에 갔다.

손에는 두 고교생에게 주기 위한 온라인게임 컴퓨터 그래픽카드(5만원 상당)를 들고 있었다. 당시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들에게 "목적은 '레카'(여자친구 박씨의 아이디) 구출. 무력 따위 안 써. 조용히 빼내오는 거야" "전부 다 왔어. 레카도 있어"라고 카카오톡을 통해 만남의 상황을 알렸다.


저녁 7시59분 김씨는 친구에게 "레카는 갔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8시13분 "점점 골목, 왠지 수상"이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저녁 8시50분께 김씨는 바람산공원 산책로에서 온몸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지점은 서울시내 최대 번화가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이었다.

공원을 산책하던 동네 주민 정모(35)씨가 공원 화장실 근처에 쓰러져 있는 김씨를 보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정씨가 말한 장소에 시신이 없어 경찰이 20여 분간 수색한 끝에 공원 내 수풀 속에서 김씨를 찾았다.

정씨는 경찰조사에서 "공원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고 서 있는 남자 두 명 중 한 명은 흉기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 보니 쓰러져 있던 사람이 사라졌다"며 "잠시 후 두 사람도 없어졌다"고 진술했다.

영혼 믿는 '사령카페'서 애인 빼내려다 참극
악령 등 초자연적인 현상 '오컬트 문화' 확산

경찰은 ▲용의자가 김씨의 목과 머리 주변을 노려서 찌른 점 ▲범행 이후 4~5m 정도를 끌고 가 화장실 옆 비탈길에 피해자를 버려두고 도망간 점 ▲피해자가 반항한 흔적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집중했다.

결국 경찰은 CCTV 분석과 목격자 정씨의 진술을 토대로 용의자들의 인상착의를 확인해 지난 1일 인근 찜질방에 숨어 있던 이군과 홍양을 검거하고 이튿날 도주했던 대학생 윤모(18)씨도 의정부 자택에서 붙잡았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피해자 김씨가 "사과하고 싶으니 만나자"고 요청하자 이군은 홍양의 소개로 알게 된 윤씨에게 연락해 "(김씨를) 손 좀 보자"며 흉기 마련 방법 등 범행을 계획했다.

지난달 30일 이군은 신촌에서 홍양, 박씨, 윤씨 등과 함께 김씨를 만났고 박씨는 먼저 자리를 떴다. 이군과 윤씨는 김씨와 함께 거리를 걷다 밤 8시15분께 바람산공원 산책로에 도착했을 때 윤씨가 김씨의 목을 뒤에서 줄로 감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제압했고, 이군은 윤씨가 준비해온 칼 두 자루 중 하나로 김씨의 허벅지를 찌르고 김씨가 발버둥치자 두 사람이 달려들어 김씨의 목 등을 40여 차례나 찌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확보한 인근 CCTV에는 저녁 8시10분께 이군과 홍양, 윤씨를 따라 김씨가 범행 장소로 통하는 계단에 오르는 모습이 찍혔으며 1시간 뒤에는 이군과 윤씨만 내려오는 장면이 찍혀있었다.

숨진 김씨의 전 여자친구 박씨도 지난달 24일 블로그에 "사람 마음 갈가리 찢어놓고… 사람 실컷 망가뜨려놓고 미안하면 다야? 진심으로 니가 죽었으면 좋겠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경찰조사에서 "김씨를 만나자마자 곧 자리를 떴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은 느꼈지만 이런 일까지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얽히고설킨 이들의 복잡한 관계도 밝혀졌다. 박씨는 그동안 용의자 이군에게 과외수업을 해왔으며 홍양은 이군의 여자친구이고 김씨의 목을 조른 윤씨는 홍양의 소개로 이군을 알게 됐다. 윤씨는 범행 전까지 숨진 김씨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오컬트가 뭐 길래?

경찰은 "이군과 윤씨 등은 범행을 시인했으나 홍양이 범행을 공모했는지, 범행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채팅방에서 대화의 상당 부분이 사령카페 내용으로 채워지기는 했으나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오컬트(Occult)는 '숨겨진 것' 또는 '비밀'을 의미하는 오쿨투스(Occultus)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로 과학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이나 그에 대한 지식을 말한다.

타로카드와 같은 점성술, 별자리 등도 대표적인 오컬트 문화. 그러나 최근에는 악령, 귀신과 같은 소재도 오컬트 문화에 흡수되면서 일명 '사령(死靈·죽은 자 영혼)카페'가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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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