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⑧ 정치야망 드러낸 경제인 성적표

국회 간 회장님…회사로 돌아간 회장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4·11 총선이 막을 내렸다. 이번 19대 총선에선 기업 출신 후보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특히 중량감 있거나 상징적인 인물 영입은 없었다. 경제계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18대 총선과는 딴판이다. 이는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성장’ 아젠다가 사라지며 경제계 출신 인사들이 등원할 여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공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건 여야를 합쳐 모두 20여 명. 이들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았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분석해봤다.

종전 비해 상대적으로 중량감 있는 후보 많지 않아
여야 경제민주화 내세우면서 등원여지 줄었다 평가

4·11 총선이 종료됐다. 이번 총선에선 경제인 출마자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경제’와 ‘복지’가 이번 총선 최고 화두인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종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량감 있는 후보는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 기업인 출신들은 그다지 선전하지 못했다. 많은 기업인 출신 예비후보가 공천을 신청했지만 줄줄이 낙천자가 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행 티켓을 손에 쥔 이들은 새누리당 10명, 민주통합당 7명, 자유선진당 1명, 무소송 1명 등이었다.

지난 총선에 비해
중량감 후보 적어

먼저 새누리당이 내세운 후보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서울 동작을) ▲김호연 새누리당 의원(충남 천안을)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울산 북구)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성남 분당을)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충북 보은·옥천·영동) ▲유경희 유한콘크리트산업 대표(서울 도봉갑) ▲권은희 헤리트 대표(대구 북구갑) ▲강은희 위니텍 대표(비례 5번) ▲조현룡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최연혜 전 철도공사 부사장(새누리당, 대전 서구을) 등이다.


이에 맞서 민주통합당은 ▲이계안 민주통합당 의원(서울 동작을)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부산 남구갑)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서울 서초갑)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전주 완산을)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충북 보은·옥천·영동) ▲차영 전 KT 마케팅 전문임원(서울 양천갑) ▲배영애 전 동도백화점 대표(경북 김천) 등을 내세웠다. 또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유선진당에서, 석호익 전 KT 부회장(경북 고령·성주·칠곡)이 무소속으로 각각 출마했다.

새누리당 후보 가운데서는 모두 7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그 중 가장 중량감 있는 기업인 출신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이번에 당선되면서 7선에 성공한 중진 정치인이지만 현대그룹 오너가 출신의 ‘기업인’으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현대자동차 사장과 현대카드 회장을 지낸 현대그룹 전문경영인 이계안 민주통합당 의원과 대결을 벌여 화제가 됐다. ‘고용주-전문경영인’ 대결구도인 셈이었다. 이들 후보는 개표 초반 ‘접전’을 벌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표차가 벌어졌고 결국 6.8% 차이로 정 의원이 당선됐다.

빙그레의 오너인 김호연 새누리당 의원 역시 기업인으로 분류된다. 1992년부터 빙그레 회장을 지내온 김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충남 천안을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박상돈 후보에 밀려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이후 한나라당 천안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국회 입성을 노렸고, 2010년 7·28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박완주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약 1900여 표 차이로 밀리면서 금배지를 반납하게 됐다.

이들 다음으로 무게감 있는 기업인 출신 후보는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다. 2009년에도 재·보궐 선거에서 울산 북구 후보로 나왔다 고배를 마신 바 있는 박 전 사장은 이번에 야권연대로 경선을 통과한 김창현 통합진보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박 전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미 위스콘신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2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부와 금감위를 거쳐 2008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됐다.

본선행 티켓잡기
치열하게 전개돼


김병욱 민주통합당 후보를 10%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된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도 눈에 띄는 기업인 출신이다. ‘아래아한글’로 유명한 한컴이 부도 위기에 직면해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헐값에 넘어갈 지경이 되자 한글지키기운동본부가 한컴 경영권을 인수하고 전하진 후보를 대표로 추대했다. 네띠앙 사장을 거쳐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해외 마케팅 벤처기업 지오이월드를 막 설립했던 전 전 대표는 회사를 아내에게 맡기고 귀국해 한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 지역구에 출마한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은 또 다른 기업인 출신 후보인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를 제치고 당선됐다. 박 회장은 서울시 토목직 9급 공무원을 하다 퇴직한 뒤 토목업에 뛰어들어 국내 전문건설업계 최고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박 회장에 패한 이 대표는 같은 지역구 5선 의원인 이용희 의원의 아들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KT그룹 여성 임원 2호인 권은희 헤리트 대표는 이명규 무소속 후보를 따돌리고 대구 북구갑에서 당선됐다. 권 대표는 경북대 전자공학과 학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석사를 마친 후 1986년 KT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2007년 KTH 파란사업부문장으로 KT의 포털사업을 총괄했다.

새누리당 10명 중 7명·민주통합당 7명 중 1명 당선
정몽준·이계안 ‘고용주·전문경영인’ 대결구도 화제

권 대표와 함께 ‘양(兩)은희’로 불리는 강은희 위니텍 대표는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자격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5번을 받았다. 강 대표는 지난 1997년 대구에서 통합재난관제시스템 업체인 위니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09년 5대 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철도 관련 공기업 출신 가운데 경남 의령·함안·합천에서 후보로 나온 조현룡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금배지를 달았으나 최연혜 전 철도공사 부사장은 민주통합당 박범계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외에 MBC아나운서 출신으로 KT마케팅 임원을 역임한 차영 후보는 출구조사 1위로 기대를 모았지만 새누리당 길정우 후보에게 불과 1412표 뒤져 낙선했다. 또 유경희 유한콘크리트산업 대표도 안철수 원장이 지지한 인재근 민주통합당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선 기업인출신들은 그야말로 죽을 쒔다.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이 유일하게 당선됐다. 이 회장은 광우병 촛불 사태 여파로 물러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회장은 현대증권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주)케이아이씨 대표를 시작으로 10여 개 기업을 M&A하면서 이스타항공그룹을 일궈낸 인물이다.

경제 출신 당선자
역할에 관심 집중

역시 펀드매니저 출신인 이혁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대표도 서울 서초갑에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1967년생으로 1993년 신영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맨이 된 이 대표는 마이애셋자산운용과 CJ자산운용을 거쳐 2009년 4월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부산 남구갑 후보로 나섰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영입한 인물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 정부가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 측근 인사가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에 도전했다 실패했는데 이때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된 사람이 이 전 이사장이다. 당시 정부 의중과 상관없이 취임한 이 전 이사장은 결국 중도 사퇴했고 총선에 나섰지만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자유선진당 후보로 출마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2위인 새누리당 유상곤 후보와 불과 1만2000표차로 당선됐다. 성 회장은 자수성가형 CEO가 많은 건설업계에서도 가장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초등학교 4학년 중퇴의 최종학력을 갖고 맨손에서 시작해 대아건설과 경남기업 등을 거느린 자산 규모 2조원대 그룹 총수에 올랐다.

석호익 전 KT 부회장은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새누리당 공천이 취소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이완영 새누리당 후보에게 참패했다. 행시 21회 출신으로 서울체신청장,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등의 경력을 자랑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서민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 출신 당선자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이들은 과연 19대 국회에서 어떤 목소리를 얼마만큼 낼 수 있을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