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빅이슈]‘SK 압박’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 무리수&노림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4.20 09: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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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생각에…무작정 떼쓰고 겁주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의 학원사업 진출과 관련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 몇 가지 의문도 제기된다. 문 회장은 왜 SK를 압박하고 있는 것일까. 그 노림수도 짚어봤다.

SK그룹과 비타에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겉으론 대기업과 학원업계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SK-비타에듀’ 전쟁이다. 비타에듀는 “SK의 학원사업 철수”를, SK는 “이미 철수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 사이에 갈등이 촉발된 것은 200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온라인교육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누드교과서’로 유명한 교육전문기업 이투스를 인수했다. 당시 KT, 웅진, 대상 등도 속속 학원사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해 대기업들의 학원 진출에 대해 ‘골목상권 진입’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학원사업 철수”
“이미 철수했다”

SK컴즈는 학원사업 진출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9년 10월 이투스를 입시학원인 청솔학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1월엔 사업 정관에서 교육사업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다만 청솔학원이 매각대금을 전환사채로 대신해 현재 15% 정도의 지분이 남아있지만, SK컴즈는 이마저도 전량을 처분키로 하고 공개매각을 진행 중이다. SK가 교육사업에서 완전 철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에듀의 ‘SK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처음엔 SK가 소유한 이투스 지분을 문제 삼았지만, 지금은 스타강사들의 이적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양측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비타에듀 강사들이 줄줄이 이투스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비타에듀에 따르면 이투스는 2007년 비타에듀 강사 7명을 스카우트해갔다. 이어 ▲2010년 9월 매출 80%를 차지하는 강사 9명이 ▲2010년 11월 사장과 전무 등 핵심 임직원 14명이 ▲지난해 11월 강사 5명이 이투스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라이벌’인 이투스에 인기 강사들을 대거 뺏긴 비타에듀는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 없다고 판단, 배후로 지목한 SK를 표적으로 삼고 단체시위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비타에듀 측은 SK 사옥과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시위와 집회를 벌이고 있다. 법원 등 각 기관에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을 보내는가 하면 신문 광고까지 냈다. 특히 최근엔 최 회장의 공판이 열리는 법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를 압박하기 위한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SK 학원사업 철수 선언에도 집회 멈추지 않아 빈축
최태원 회장 출석 법원서 불법시위…법정서도 큰소리

문 회장 측은 먼저 ‘액션 플랜’을 마련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최태원 회장 구속 촉구 운동 전개’란 제목의 문건엔 ▲재판부와 검찰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탄원서 전달 ▲법원, 검찰청, SK본사,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집회 ▲최 회장 구명 운동했던 전경련 등 항의 방문 및 집회 ▲서울시 주요 지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현수막 게시 ▲구속 촉구 일간지 광고 ▲국회와 주요 정당에 제보 ▲나꼼수, 저공비행, 손바닥TV 등 시사미디어에 제보 ▲트위터 등 SNS 활용해 SK 부도덕성과 이중성 규탄 등의 엄포성 행동 계획이 담겼다.

문 회장 측은 이런 내용을 SK에 전달했지만, SK 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종의 으름장이 먹히지 않자 문 회장 측은 최 회장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입구, 청사 구내와 복도 등에서 과격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을 즉각 구속하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곳곳에 설치했다.

최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거의 매주 1차례씩 법정에 참석한다. 그때마다 법원은 시위 인파로 난리법석이다. 지난달 2일 첫 공판부터 재판이 열릴 때마다 그랬다. 최 회장의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극성이다. 심지어 학원 관계자들은 법정에서도 큰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들은 지난달 29일 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선 최 회장을 향해 욕설 섞인 고성을 질렀다. 법원 직원들과 법정 경비대의 경고도 소용없었다. 재판장 입구에선 거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재판과 전혀 상관없는 문 회장 측 인사들이 소란을 피운 것이다.

재판부도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단해 문 회장 측 의견을 무시했다. 문 회장은 이날 공판이 시작될 때쯤 “SK 피해업체에서 나왔다. 할 말이 있다”며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재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속개된 재판에서도 학원 관계자들의 발언 요청이 잇따르자 재판장은 “직접적인 피해자로 보기 어려워 진술할 수 없다”고 잘랐다.


참다못한 SK 측은 문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SK컴즈가 법원 등에서 집회 및 시위를 주도한 문 회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K컴즈는 소장에서 “문 회장 등의 시위는 각급 법원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1항)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액션 플랜’ 마련
집시법 위반 피소

SK 관계자는 고발 배경에 대해 “문 회장 측의 무력시위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며 “이미 SK컴즈가 교육사업을 접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너무 심하게 항의해 고발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 회장 등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추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 회장이 SK에 요구하는 것은 뭘까. 이에 대해 비타에듀 측은 ‘원상복구’란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비타에듀 한 임원은 “SK의 이투스가 비타에듀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임직원과 강사를 대거 스카우트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SK는 변명하거나 발뺌하려 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죄해야 한다”며 “학원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빼간 인원을 원상회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 측은 결국 돈이 아니겠냐는 투다. SK 관계자는 “문 회장이 법원 등에서 불법시위를 하는 것은 SK를 압박해 금전상의 부당이익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SK가 학원사업에서 완전 철수할 날이 다가오자 무리한 요구와 비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K 임원들과 문 회장이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문 회장은 더 이상 시위를 안 할 테니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던지 이투스 지분(약 15%)을 넘기라고 요구했다”며 “또 강의콘텐츠 공유 요구도 있었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서 묵살했다”고 전했다.

문 회장은 SK 사안과 관련해 자신이 총회장직을 맡고 있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이하 직능연합)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 회장은 시위 때마다 직능연합 명의를 내세운다. 집회에 직능연합 관계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에 SK를 규탄하는 광고를 실을 때도 하단에 직능연합의 단체명이 빠지지 않고 있다. 각 기관에 보내는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에도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직능연합 측의 입장은 다르다. 문 회장이 개인적인 일에 임의적으로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능연합 회장단 한 인사는 “지난해 학원연합회장에서 물러난 문 회장은 직능연합 총회장직이 자동 상실됐지만, SK와의 분쟁에서 직함이 필요해 이사회에서 마지막으로 1년만 더하겠다고 부탁했다”며 “문 회장은 직능연합 내부적으로 단 한 번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학원총연합회장 연임에 실패하면서 직능연합 총회장 자격이 자동 상실됐지만, 9개월째 그대로 역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845호 참조> 문 회장이 ‘완장’에 연연하는 모습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단체 명의 독단적 사용” 직능연합과 대립각 세워
“돌발행동 위험수위…도가 지나치다”

또 다른 집행부 간부는 “SK를 규탄하는 광고와 탄원서 등도 직능연합의 이름으로 나갔지만, 사실상 문 회장의 개인 의견에 가깝다”며 “법원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직능연합 소속 인사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도 문 회장이 자신의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 직능연합에 이를 질의한 사실확인 요청서를 보냈다. 이에 직능연합은 회장단이 연대 서명을 한 공문을 통해 문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SK 규탄 시위와 직능연합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직능연합은 SK에 제출한 질의 회신서에서 “SK와 최 회장을 언급하며 비방하거나 시위 등을 한 행위 일체는 문 회장 개인의 독자적이고 단독적인 행위였을 뿐 직능연합은 이를 묵인 또는 용인했거나 협의한 사실조차 일절 없다”며 “문 회장이 단체의 직함과 명칭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능연합 공동 대표단 및 수석회장단에서 분명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회장과 SK 간 신경전이 크게 이슈화되자 학원업계에선 다소 의아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문 회장을 중소기업인, 영세 학원인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타에듀는 ‘학원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그만큼 대형학원이란 뜻이다. 비타에듀(고려이앤씨)는 2010년 3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3억원, 29억원이었다. 총자산은 150억원에 이른다. 비타에듀는 명문학원인 고려학원과 한샘학원, 제일학원을 하나로 통합시킨 브랜드다. 현재 온라인과 5개 대형 재수 및 단과학원, 3200여개에 달하는 초·중등 대상 프랜차이즈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능연합 무관 확인
수백억 자산가가 왜?

문 회장도 ‘학원 재벌’로 꼽힌다. 그는 비타에듀 외에도 고려e스쿨, 고려출판, 고려학력평가연구소, 고려직업전문학교, 케이씨중국어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학원사업가다. 또 중국 베이징 소재 중화고려대학과 건설사인 고려건설 등도 경영하고 있다.

문 회장은 개인 재산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에듀 임원은 문 회장이 SK와 대립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땅, 건물, 집 등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뭐가 아쉬워 대기업과 지루한 싸움을 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 외곽에서 단과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비타에듀, 메가스터디, 비상에듀 등 대형학원들을 제외하면 연매출 2억원 미만 학원이 대다수”라며 “영세학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3.5%)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학원연합회 서울시지회장(문 회장)이란 사람은 자신의 손해만 보상받기 위해 SK에 목을 매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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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