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빅이슈]‘SK 압박’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 무리수&노림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4.20 09: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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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생각에…무작정 떼쓰고 겁주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의 학원사업 진출과 관련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 몇 가지 의문도 제기된다. 문 회장은 왜 SK를 압박하고 있는 것일까. 그 노림수도 짚어봤다.

SK그룹과 비타에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겉으론 대기업과 학원업계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SK-비타에듀’ 전쟁이다. 비타에듀는 “SK의 학원사업 철수”를, SK는 “이미 철수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 사이에 갈등이 촉발된 것은 200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온라인교육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누드교과서’로 유명한 교육전문기업 이투스를 인수했다. 당시 KT, 웅진, 대상 등도 속속 학원사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해 대기업들의 학원 진출에 대해 ‘골목상권 진입’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학원사업 철수”
“이미 철수했다”

SK컴즈는 학원사업 진출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9년 10월 이투스를 입시학원인 청솔학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1월엔 사업 정관에서 교육사업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다만 청솔학원이 매각대금을 전환사채로 대신해 현재 15% 정도의 지분이 남아있지만, SK컴즈는 이마저도 전량을 처분키로 하고 공개매각을 진행 중이다. SK가 교육사업에서 완전 철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에듀의 ‘SK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처음엔 SK가 소유한 이투스 지분을 문제 삼았지만, 지금은 스타강사들의 이적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양측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비타에듀 강사들이 줄줄이 이투스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비타에듀에 따르면 이투스는 2007년 비타에듀 강사 7명을 스카우트해갔다. 이어 ▲2010년 9월 매출 80%를 차지하는 강사 9명이 ▲2010년 11월 사장과 전무 등 핵심 임직원 14명이 ▲지난해 11월 강사 5명이 이투스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라이벌’인 이투스에 인기 강사들을 대거 뺏긴 비타에듀는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 없다고 판단, 배후로 지목한 SK를 표적으로 삼고 단체시위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비타에듀 측은 SK 사옥과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시위와 집회를 벌이고 있다. 법원 등 각 기관에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을 보내는가 하면 신문 광고까지 냈다. 특히 최근엔 최 회장의 공판이 열리는 법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를 압박하기 위한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SK 학원사업 철수 선언에도 집회 멈추지 않아 빈축
최태원 회장 출석 법원서 불법시위…법정서도 큰소리

문 회장 측은 먼저 ‘액션 플랜’을 마련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최태원 회장 구속 촉구 운동 전개’란 제목의 문건엔 ▲재판부와 검찰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탄원서 전달 ▲법원, 검찰청, SK본사,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집회 ▲최 회장 구명 운동했던 전경련 등 항의 방문 및 집회 ▲서울시 주요 지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현수막 게시 ▲구속 촉구 일간지 광고 ▲국회와 주요 정당에 제보 ▲나꼼수, 저공비행, 손바닥TV 등 시사미디어에 제보 ▲트위터 등 SNS 활용해 SK 부도덕성과 이중성 규탄 등의 엄포성 행동 계획이 담겼다.

문 회장 측은 이런 내용을 SK에 전달했지만, SK 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종의 으름장이 먹히지 않자 문 회장 측은 최 회장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입구, 청사 구내와 복도 등에서 과격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을 즉각 구속하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곳곳에 설치했다.

최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거의 매주 1차례씩 법정에 참석한다. 그때마다 법원은 시위 인파로 난리법석이다. 지난달 2일 첫 공판부터 재판이 열릴 때마다 그랬다. 최 회장의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극성이다. 심지어 학원 관계자들은 법정에서도 큰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들은 지난달 29일 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선 최 회장을 향해 욕설 섞인 고성을 질렀다. 법원 직원들과 법정 경비대의 경고도 소용없었다. 재판장 입구에선 거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재판과 전혀 상관없는 문 회장 측 인사들이 소란을 피운 것이다.

재판부도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단해 문 회장 측 의견을 무시했다. 문 회장은 이날 공판이 시작될 때쯤 “SK 피해업체에서 나왔다. 할 말이 있다”며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재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속개된 재판에서도 학원 관계자들의 발언 요청이 잇따르자 재판장은 “직접적인 피해자로 보기 어려워 진술할 수 없다”고 잘랐다.


참다못한 SK 측은 문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SK컴즈가 법원 등에서 집회 및 시위를 주도한 문 회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K컴즈는 소장에서 “문 회장 등의 시위는 각급 법원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1항)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액션 플랜’ 마련
집시법 위반 피소

SK 관계자는 고발 배경에 대해 “문 회장 측의 무력시위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며 “이미 SK컴즈가 교육사업을 접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너무 심하게 항의해 고발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 회장 등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추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 회장이 SK에 요구하는 것은 뭘까. 이에 대해 비타에듀 측은 ‘원상복구’란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비타에듀 한 임원은 “SK의 이투스가 비타에듀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임직원과 강사를 대거 스카우트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SK는 변명하거나 발뺌하려 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죄해야 한다”며 “학원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빼간 인원을 원상회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 측은 결국 돈이 아니겠냐는 투다. SK 관계자는 “문 회장이 법원 등에서 불법시위를 하는 것은 SK를 압박해 금전상의 부당이익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SK가 학원사업에서 완전 철수할 날이 다가오자 무리한 요구와 비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K 임원들과 문 회장이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문 회장은 더 이상 시위를 안 할 테니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던지 이투스 지분(약 15%)을 넘기라고 요구했다”며 “또 강의콘텐츠 공유 요구도 있었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서 묵살했다”고 전했다.

문 회장은 SK 사안과 관련해 자신이 총회장직을 맡고 있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이하 직능연합)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 회장은 시위 때마다 직능연합 명의를 내세운다. 집회에 직능연합 관계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에 SK를 규탄하는 광고를 실을 때도 하단에 직능연합의 단체명이 빠지지 않고 있다. 각 기관에 보내는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에도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직능연합 측의 입장은 다르다. 문 회장이 개인적인 일에 임의적으로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능연합 회장단 한 인사는 “지난해 학원연합회장에서 물러난 문 회장은 직능연합 총회장직이 자동 상실됐지만, SK와의 분쟁에서 직함이 필요해 이사회에서 마지막으로 1년만 더하겠다고 부탁했다”며 “문 회장은 직능연합 내부적으로 단 한 번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학원총연합회장 연임에 실패하면서 직능연합 총회장 자격이 자동 상실됐지만, 9개월째 그대로 역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845호 참조> 문 회장이 ‘완장’에 연연하는 모습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단체 명의 독단적 사용” 직능연합과 대립각 세워
“돌발행동 위험수위…도가 지나치다”

또 다른 집행부 간부는 “SK를 규탄하는 광고와 탄원서 등도 직능연합의 이름으로 나갔지만, 사실상 문 회장의 개인 의견에 가깝다”며 “법원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직능연합 소속 인사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도 문 회장이 자신의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 직능연합에 이를 질의한 사실확인 요청서를 보냈다. 이에 직능연합은 회장단이 연대 서명을 한 공문을 통해 문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SK 규탄 시위와 직능연합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직능연합은 SK에 제출한 질의 회신서에서 “SK와 최 회장을 언급하며 비방하거나 시위 등을 한 행위 일체는 문 회장 개인의 독자적이고 단독적인 행위였을 뿐 직능연합은 이를 묵인 또는 용인했거나 협의한 사실조차 일절 없다”며 “문 회장이 단체의 직함과 명칭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능연합 공동 대표단 및 수석회장단에서 분명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회장과 SK 간 신경전이 크게 이슈화되자 학원업계에선 다소 의아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문 회장을 중소기업인, 영세 학원인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타에듀는 ‘학원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그만큼 대형학원이란 뜻이다. 비타에듀(고려이앤씨)는 2010년 3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3억원, 29억원이었다. 총자산은 150억원에 이른다. 비타에듀는 명문학원인 고려학원과 한샘학원, 제일학원을 하나로 통합시킨 브랜드다. 현재 온라인과 5개 대형 재수 및 단과학원, 3200여개에 달하는 초·중등 대상 프랜차이즈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능연합 무관 확인
수백억 자산가가 왜?

문 회장도 ‘학원 재벌’로 꼽힌다. 그는 비타에듀 외에도 고려e스쿨, 고려출판, 고려학력평가연구소, 고려직업전문학교, 케이씨중국어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학원사업가다. 또 중국 베이징 소재 중화고려대학과 건설사인 고려건설 등도 경영하고 있다.

문 회장은 개인 재산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에듀 임원은 문 회장이 SK와 대립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땅, 건물, 집 등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뭐가 아쉬워 대기업과 지루한 싸움을 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 외곽에서 단과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비타에듀, 메가스터디, 비상에듀 등 대형학원들을 제외하면 연매출 2억원 미만 학원이 대다수”라며 “영세학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3.5%)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학원연합회 서울시지회장(문 회장)이란 사람은 자신의 손해만 보상받기 위해 SK에 목을 매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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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외교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쿠팡의 ‘믿는 구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넘어 미국 정가마저 반응하고 있는 쿠팡 사태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3000만건 이상 유출됐다.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규모를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달 28일로 쿠팡 사태는 두 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 방패 삼아 하지만 쿠팡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뻔뻔함’을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사태는 지난해 11월29일 쿠팡 고객에게 발송된 문자로 시작됐다. 문자에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괜찮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상반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번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쿠팡 시스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쿠팡 사태 발생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쿠팡 본사 현장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팡 유출 대응 범부처 TF를 구성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세청도 가세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이 걱정이 많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역대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기관별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방위서 압박했는데도… 그러면서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가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것 아니냐.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며 “새로운 노동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만 아니라 쿠팡 자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방위적 공격에도 쿠팡의 태도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00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에 경찰 등이 반박했지만 쿠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주장대로면 피해 규모는 1만분의 1로 줄어든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국민 사과도 사태 발생 한 달 만에야 나왔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이 바랬다. 실제 김 의장뿐만 아니라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총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 배상이 아니라 쿠팡, 쿠팡이츠(배달), 쿠팡트래블(여행), 쿠팡알럭스(명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쪼개놓은 것도 모자라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지급이라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도 나섰는데 심지어 사용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쿠폰 사용 기간을 지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도서, 주류, 상품권 등은 구매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에서 사용할 때는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했지만 쿠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쿠팡의 ‘뻣뻣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쿠팡의 ‘믿는 구석’이 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이 그동안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언급됐다. 쿠팡은 정부 부처 출신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치권 인사와 쿠팡 관계자가 식사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직 보좌관 관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신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쿠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전국에 지어놓은 물류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중이고 ‘로켓배송’이라 이름 붙인 새벽배송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월 구독료 7890원의 ‘로켓와우’ 서비스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500만명 이상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은 물론 쿠팡에서 론칭한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원 탈퇴 등으로 이용자가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후발 주자와는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 없이 흘러가나 실제 사건 발생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에 미칠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언급했다. 쿠팡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이용자는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최근 또 하나의 의견이 더해졌다. 쿠팡이 미국을 믿고 우리나라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대처가 주가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태 규모를 축소한 자체 조사 결과가 주가 방어용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미국의 행보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낮췄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나”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외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간 대화라는 점에서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뻔뻔한 태도 일관하더니 ‘믿는 구석’ 있었나 의심 <WSJ>는 관계자 발언 등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 정보 근절법)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정부와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을 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관계자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메시지가 나온 뒤 저희가 미국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안갯속 조 장관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한 번 우리나라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동시에 쿠팡 사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