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빅이슈]‘SK 압박’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 무리수&노림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4.20 09: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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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생각에…무작정 떼쓰고 겁주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의 학원사업 진출과 관련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 몇 가지 의문도 제기된다. 문 회장은 왜 SK를 압박하고 있는 것일까. 그 노림수도 짚어봤다.

SK그룹과 비타에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겉으론 대기업과 학원업계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SK-비타에듀’ 전쟁이다. 비타에듀는 “SK의 학원사업 철수”를, SK는 “이미 철수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 사이에 갈등이 촉발된 것은 200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온라인교육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누드교과서’로 유명한 교육전문기업 이투스를 인수했다. 당시 KT, 웅진, 대상 등도 속속 학원사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해 대기업들의 학원 진출에 대해 ‘골목상권 진입’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학원사업 철수”
“이미 철수했다”

SK컴즈는 학원사업 진출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9년 10월 이투스를 입시학원인 청솔학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1월엔 사업 정관에서 교육사업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다만 청솔학원이 매각대금을 전환사채로 대신해 현재 15% 정도의 지분이 남아있지만, SK컴즈는 이마저도 전량을 처분키로 하고 공개매각을 진행 중이다. SK가 교육사업에서 완전 철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에듀의 ‘SK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처음엔 SK가 소유한 이투스 지분을 문제 삼았지만, 지금은 스타강사들의 이적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양측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비타에듀 강사들이 줄줄이 이투스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비타에듀에 따르면 이투스는 2007년 비타에듀 강사 7명을 스카우트해갔다. 이어 ▲2010년 9월 매출 80%를 차지하는 강사 9명이 ▲2010년 11월 사장과 전무 등 핵심 임직원 14명이 ▲지난해 11월 강사 5명이 이투스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라이벌’인 이투스에 인기 강사들을 대거 뺏긴 비타에듀는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 없다고 판단, 배후로 지목한 SK를 표적으로 삼고 단체시위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비타에듀 측은 SK 사옥과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시위와 집회를 벌이고 있다. 법원 등 각 기관에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을 보내는가 하면 신문 광고까지 냈다. 특히 최근엔 최 회장의 공판이 열리는 법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를 압박하기 위한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SK 학원사업 철수 선언에도 집회 멈추지 않아 빈축
최태원 회장 출석 법원서 불법시위…법정서도 큰소리

문 회장 측은 먼저 ‘액션 플랜’을 마련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최태원 회장 구속 촉구 운동 전개’란 제목의 문건엔 ▲재판부와 검찰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탄원서 전달 ▲법원, 검찰청, SK본사,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집회 ▲최 회장 구명 운동했던 전경련 등 항의 방문 및 집회 ▲서울시 주요 지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현수막 게시 ▲구속 촉구 일간지 광고 ▲국회와 주요 정당에 제보 ▲나꼼수, 저공비행, 손바닥TV 등 시사미디어에 제보 ▲트위터 등 SNS 활용해 SK 부도덕성과 이중성 규탄 등의 엄포성 행동 계획이 담겼다.

문 회장 측은 이런 내용을 SK에 전달했지만, SK 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종의 으름장이 먹히지 않자 문 회장 측은 최 회장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입구, 청사 구내와 복도 등에서 과격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을 즉각 구속하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곳곳에 설치했다.

최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거의 매주 1차례씩 법정에 참석한다. 그때마다 법원은 시위 인파로 난리법석이다. 지난달 2일 첫 공판부터 재판이 열릴 때마다 그랬다. 최 회장의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극성이다. 심지어 학원 관계자들은 법정에서도 큰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들은 지난달 29일 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선 최 회장을 향해 욕설 섞인 고성을 질렀다. 법원 직원들과 법정 경비대의 경고도 소용없었다. 재판장 입구에선 거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재판과 전혀 상관없는 문 회장 측 인사들이 소란을 피운 것이다.

재판부도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단해 문 회장 측 의견을 무시했다. 문 회장은 이날 공판이 시작될 때쯤 “SK 피해업체에서 나왔다. 할 말이 있다”며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재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속개된 재판에서도 학원 관계자들의 발언 요청이 잇따르자 재판장은 “직접적인 피해자로 보기 어려워 진술할 수 없다”고 잘랐다.


참다못한 SK 측은 문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SK컴즈가 법원 등에서 집회 및 시위를 주도한 문 회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K컴즈는 소장에서 “문 회장 등의 시위는 각급 법원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1항)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액션 플랜’ 마련
집시법 위반 피소

SK 관계자는 고발 배경에 대해 “문 회장 측의 무력시위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며 “이미 SK컴즈가 교육사업을 접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너무 심하게 항의해 고발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 회장 등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추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 회장이 SK에 요구하는 것은 뭘까. 이에 대해 비타에듀 측은 ‘원상복구’란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비타에듀 한 임원은 “SK의 이투스가 비타에듀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임직원과 강사를 대거 스카우트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SK는 변명하거나 발뺌하려 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죄해야 한다”며 “학원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빼간 인원을 원상회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 측은 결국 돈이 아니겠냐는 투다. SK 관계자는 “문 회장이 법원 등에서 불법시위를 하는 것은 SK를 압박해 금전상의 부당이익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SK가 학원사업에서 완전 철수할 날이 다가오자 무리한 요구와 비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K 임원들과 문 회장이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문 회장은 더 이상 시위를 안 할 테니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던지 이투스 지분(약 15%)을 넘기라고 요구했다”며 “또 강의콘텐츠 공유 요구도 있었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서 묵살했다”고 전했다.

문 회장은 SK 사안과 관련해 자신이 총회장직을 맡고 있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이하 직능연합)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 회장은 시위 때마다 직능연합 명의를 내세운다. 집회에 직능연합 관계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에 SK를 규탄하는 광고를 실을 때도 하단에 직능연합의 단체명이 빠지지 않고 있다. 각 기관에 보내는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에도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직능연합 측의 입장은 다르다. 문 회장이 개인적인 일에 임의적으로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능연합 회장단 한 인사는 “지난해 학원연합회장에서 물러난 문 회장은 직능연합 총회장직이 자동 상실됐지만, SK와의 분쟁에서 직함이 필요해 이사회에서 마지막으로 1년만 더하겠다고 부탁했다”며 “문 회장은 직능연합 내부적으로 단 한 번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학원총연합회장 연임에 실패하면서 직능연합 총회장 자격이 자동 상실됐지만, 9개월째 그대로 역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845호 참조> 문 회장이 ‘완장’에 연연하는 모습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단체 명의 독단적 사용” 직능연합과 대립각 세워
“돌발행동 위험수위…도가 지나치다”

또 다른 집행부 간부는 “SK를 규탄하는 광고와 탄원서 등도 직능연합의 이름으로 나갔지만, 사실상 문 회장의 개인 의견에 가깝다”며 “법원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직능연합 소속 인사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도 문 회장이 자신의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 직능연합에 이를 질의한 사실확인 요청서를 보냈다. 이에 직능연합은 회장단이 연대 서명을 한 공문을 통해 문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SK 규탄 시위와 직능연합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직능연합은 SK에 제출한 질의 회신서에서 “SK와 최 회장을 언급하며 비방하거나 시위 등을 한 행위 일체는 문 회장 개인의 독자적이고 단독적인 행위였을 뿐 직능연합은 이를 묵인 또는 용인했거나 협의한 사실조차 일절 없다”며 “문 회장이 단체의 직함과 명칭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능연합 공동 대표단 및 수석회장단에서 분명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회장과 SK 간 신경전이 크게 이슈화되자 학원업계에선 다소 의아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문 회장을 중소기업인, 영세 학원인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타에듀는 ‘학원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그만큼 대형학원이란 뜻이다. 비타에듀(고려이앤씨)는 2010년 3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3억원, 29억원이었다. 총자산은 150억원에 이른다. 비타에듀는 명문학원인 고려학원과 한샘학원, 제일학원을 하나로 통합시킨 브랜드다. 현재 온라인과 5개 대형 재수 및 단과학원, 3200여개에 달하는 초·중등 대상 프랜차이즈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능연합 무관 확인
수백억 자산가가 왜?

문 회장도 ‘학원 재벌’로 꼽힌다. 그는 비타에듀 외에도 고려e스쿨, 고려출판, 고려학력평가연구소, 고려직업전문학교, 케이씨중국어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학원사업가다. 또 중국 베이징 소재 중화고려대학과 건설사인 고려건설 등도 경영하고 있다.

문 회장은 개인 재산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에듀 임원은 문 회장이 SK와 대립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땅, 건물, 집 등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뭐가 아쉬워 대기업과 지루한 싸움을 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 외곽에서 단과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비타에듀, 메가스터디, 비상에듀 등 대형학원들을 제외하면 연매출 2억원 미만 학원이 대다수”라며 “영세학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3.5%)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학원연합회 서울시지회장(문 회장)이란 사람은 자신의 손해만 보상받기 위해 SK에 목을 매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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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