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우특공대>나이트클럽 숨어든 변종 성매매 ‘쇼바’ 총력추적

클럽 은밀한 방에서 “갓 졸업한 따끈한 여대생 맛보세요~”

서울 서초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얼마전 신종 성매매가 적발됐다. 현재 강남을 중심으로 나이트클럽에서 성매매를 하는 속칭 ‘쇼바’가 은밀히 성행하고 있다. 이날 경찰에 적발된 업소도 쇼바다. 이들 업소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나이트클럽이지만 실상은 신종 성매매업소다. 나이트클럽 안에 따로 만들어진 방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불법 성매매업소는 성매매특별법 이후 흩어진 성매매 여성들이 장악하다시피 했으나 최근 생겨나고 있는 변종 성매매업소의 여성들은 여대생들이 상당수다. 이 여대생들은 전문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로 몸을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험한 아르바이트에 몸을 내맡기는 여대생들 중 일부는 졸업 후에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예 전문 매춘여성으로 나서기도 한다. 쉽게 돈을 벌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변종 성매매 업소는 꿈 많은 여대생들이 전문 성매매 여성으로 추락하는 출발점이기도 한 것이다.

평범하던 나이트클럽 ‘쇼바’로 바꾸면서 입소문
춤 안 추고 서 있거나 인사 다니는 여성=알바생

서울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 이곳은 인터넷 등을 통해 유명업소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평범한 클럽을 수개월 전 이른바 ‘쇼바’로 바꾸면서 부터다. 이 업소가 변종 성매매 영업을 개시하자 뜸하던 손님들의 발길은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손님이 들끓는 이유는 단순히 수질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업소에서 ‘진짜’ 여대생들을 대거 고용해 성매매를 하기 때문이었다.

성매매 여성 구하기
누워서 떡 먹기

업소 측은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이 많다고 손님들에게 귀띔하며 성매매를 권유했고 손님들은 속는 셈 치고 아가씨들에게 서비스를 받았다. 그리고 일부 손님들의 집요한 확인작업 끝에 아가씨들이 진짜 여대생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소의 손님들은 나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나도는 소문에 따르면 이 업소가 이렇게 벌어들이는 수익은 월 수억 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직 이 업소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있다. 인터넷 유흥가 관련 사이트엔 업소 사장이 경찰 고위인사와 매우 절친한 관계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 소문은 ‘업소에서 일하는 남자 종업원이 사장 측근으로부터 직접 전해 듣고 인터넷에 올린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불과하지만, 지난 8일 단속된 서초동의 업소가 월 수익 3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상이 그에 못지않은 이 업소가 살아있는 것은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대생들의 쇼바 아르바이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강남의 한 쇼바 관계자를 직접 만나봤다. ○○클럽의 종업원 김상철(가명·28)씨는 “남자들 만나러 일부러 나이트클럽 오는 아가씨들도 많다”며 “그래서인지 돈 받으면서 젊은 남자들과 한 타임씩 할 수 있다고 하면 웬만해선 거부하지 않는 게 요즘 아가씨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업소에서 손님 상대할 아가씨들 찾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업소의 영업방식은 인간시장을 연상케 한다. 나이트클럽이지만 이곳엔 여자 손님들이 없다. 안에서 춤추며 즐기는 아가씨들은 대부분 알바생들이다. 남자손님들은 홀에서 지나는 아가씨들이나 무대에서 춤추는 아가씨들을 눈여겨 봐뒀다가 웨이터를 불러 지목한 뒤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후 지목된 아가씨가 방에 들어가 손님과 성매매를 한다.

김씨는 “클럽 안에 있는 여성들이 전부 성을 파는 이들은 아니다. 일부는 실제로 업소를 찾은 손님이다. 춤을 추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거나 테이블을 돌며 인사하는 아가씨들이 고용된 알바아가씨들”이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라고는 해도 룸살롱이나 다른 업소 아가씨처럼 업소에 속해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아가씨들은 업소에서 만난 손님들을 상대로 밖에서 따로 만나 개인플레이를 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말하자면 알바와 동시에 프리랜서로도 뛰는 것이다. 이런 여대생들은 미모가 출중하거나 서비스가 좋아 손님들 눈에 잘 보이면 애프터를 약속받아 짭짤한 수익을 챙긴다고 한다. 업소는 보통 6~15명 정도의 아가씨를 고용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의 대학생이고 나머지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중후반의 여성들과 전문 성매매 여성들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쇼바란 이름은 ‘쇼를 하는 바(BAR)’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쇼바에선 스트립쇼, 불쇼, 봉쇼 등이 선보여진다. 쉽게 헐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바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이 쇼에 나오는 아가씨들을 지목해 그들의 성을 구매하기도 한다. 쇼바라고 이름 붙여진 나이트클럽에선 아가씨들의 별의 별 쇼가 다 등장한다. 봉쇼는 기본이고 물쇼, 스트립쇼 심지어는 아가씨들의 차력쇼도 있다. 손님들은 이렇게 쇼에 나오는 아가씨들을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에 이르고 보면 업소들은 대체 이런 아가씨들을 어디서 뽑아 오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김씨는 “대부분 인터넷의 모집광고를 보고 온다. 하지만 요즘엔 매상을 올리기 위해 업소 관계자들이 직접 필드로 나가 재목이 될 만한 아가씨를 직접 뽑아 오는 경우도 있다”며 “주로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손님들이 좋아할 것 같은 아가씨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은밀하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를 ‘로드캐스팅’이라 한다고 김씨는 전했다. 로드캐스팅은 흔히 연예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지만 유흥업계에서 말하는 로드캐스팅은 약간 성질이 다르다.

대학 갓 졸업한 여성
6~15명 정도 고용

김씨는 또 “요즘 손님들은 단순히 젊다거나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다고 해서 아가씨를 선택하지 않는다”며 “학벌이 좋거나 뚜렷한 특기가 있어야 호감을 갖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인해 아가씨들에게 특기 한가지씩을 익히도록 업소측에서 권한다고 설명했다. 길거리에서 유흥업소 아르바이트 제안을 하는 것도 놀랍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씨는 “요즘 세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황당하다고 말하겠지만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요즘 여대생들은 차도 있어야 하고 유흥비도 있어야 하고 용돈도 있어야 하고 명품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다”고 말했다.

유흥업소 스카우터들은 업소 내에서 아가씨들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또 자신이 스카우트한 아가씨를 관리하며 수익을 나눈다. 이런 점은 연예계와 거의 비슷하다. 또 한 낮까지 성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래방도 있다. 이 변종 노래방에도 여대생 아르바이트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노래방은 화류계 종사자들이 퇴근 후, 주로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래방의 운영시스템은 룸살롱이나 다를 바 없다. 구좌 웨이터들이 손님들을 관리하고 마담이 아가씨들을 관리한다. 때문에 변종 노래방은 룸살롱과 다를 바 없지만 노래방이라는 이름으로 술값이 저렴해 영업을 마감하는 시간까지 손님들로 가득하다. 이곳엔 상주 도우미라 불리는 아가씨들이 있다. 지금까지 노래방은 보도방 도우미들을 통한 불법영업이 일반적지만 최근 등장한 변종 노래방은 아예 상주 아가씨들이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린다. 모업소의 지배인으로 일하는 정모(가명·34)씨는 “작년 연말연시에도 지지부진하던 매상이 상주아가씨들을 두면서 확 뛰어 올랐다”며 “이곳의 아가씨들은 전문 여성들이 아닌 여대생이라 손님들이 신선하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인터넷 모집 광고…관계자가 물색하기도
불경기엔 저렴하고 수질 좋은 변종노래방이 인기

이 업소에선 직접적인 성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이런류의 노래방은 주류판매로 매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아가씨 서비스와 방 대여료로 수입을 챙긴다. 방에서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방 대여료가 일반 노래방에 비해 훨씬 비싸다. 요금은 시간당 책정돼 머무는 시간만큼 가격이 뛰지만 그래도 룸살롱보다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이에 룸살롱을 이용하던 많은 이들이 이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도우미들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무리하게 성행위를 강요받지 않아 좋다고 한다”며 “그러면서도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수입이 좋기 때문에 여대생 아르바이트생들이 줄은 선다. 그래서 굳이 업소 여성들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1종 허가를 내고 노래방식 영업을 하고 있는 터인지라 주변의 다른 룸살롱보다 훨씬 저렴하게 마진을 줄여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일 뿐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일체 만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자신의 업소가 노래방에서는 ‘텐프로급’이라며 불경기 탓인지는 몰라도 최대한 저렴하게 거품을 줄이고 아가씨들의 수질(?)을 높이니 절로 매출이 오르더라”라며 “자신의 업소아가씨들의 나이가 평균 22세니 웬만한 룸살롱보다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90%이상 예약손님만을 받고 있는 노래방은 아마 자신들의 업소이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속 피하기 위해
아가씨에 평상복

이날 취재를 한 신사동의 한 노래방 업소 측은 불법도우미 고용에 따른 경찰의 단속을 대비한 준비도 철저하게 갖추고 있다고 했다. 영업 중에 경찰이 들이닥칠 것을 대비해 아가씨들에게 청바지 등 평상복을 입게 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단속반이 나오면 애인이나 친구라고 둘러대기 위해서다. 또 방 안에서 유사성행위를 하다 적발돼도 단순 애정행각이라고 우긴다는 것. 날로 지능화 돼가는 성매매 수법에 이래저래 단속 당국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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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