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노란 ‘종편 꿈’ 꾸다 몰매 맞는 MB 신세

‘최대걸작’이라더니 ‘애물단지’가 따로 없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의 최대걸작인 ‘종편’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꼼수와 의혹의 산실인 MB정부는 여론 편중을 위해 종편 출산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종편은 0%대의 경이적인 시청률로 정부의 노란싹수를 종식시키는 분위기다. 여기에 MB정부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나꼼수> <뉴스타파> 등 대안언론이 날선 권력 감시로 종편을 넘어서며 뒤통수까지 얻어맞는 양상이다. 번지수 한참 잘못 찾은 MB정부의 언론장악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말 많고 탈 많은’ 종편의 화려한 개막…0% 굴욕
번지수 잘못 찾고 여론 ‘편중’ 노리다 여론 ‘뭇매’

지난해 12월1일 ‘말 많고 탈 많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화려하게 출범했다. 종편은 대상 선정에서 개국까지 특혜 남발로 얼룩져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열린 종편은 ‘속 빈 강정’ 그 자체였다. 개막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한 0%대의 시청률 기록은 경이로울 정도다.

MB정부의 역작이던 종편은 이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할 처지다. 게다가 종편을 능가하는 ‘대안언론’들이 속속 등장하며 MB정부의 계산이 어긋나는 양상이다.

MB의 ‘아군’ 생산
종편 출산에 매진

정부는 지난 2009년 거센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법을 날치기 시키며 종편의 단초를 마련했다. ‘미디어산업의 활성화’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웠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모두 다 죽는 길”이라고 경고했음에도 MB정부는 뚝심을 발휘하며 종편을 밀어붙였다.

심지어 현 방송광고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한꺼번에 4개나 허가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친정부?보수성향의 언론사가 그 대상으로 선정됐다. 막강한 정부의 지원과 비호 아래 지난해 12월 종편이 탄생했다.


꼼수와 반칙, 특혜가 난무했던 종편을 두고 비판 여론이 가열됐다. 방송장악에 이어 정권과 보조를 맞춘 보수신문들의 방송진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계 안팎에서는 MB정권이 여론 편중을 위해 친정부 성향으로 청와대를 대변하는 방송사가 필요해 종편출산에 매진했다고 보고 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야당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지상파 방송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졌고, 현 정권 들어서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방송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고 귀띔했다. MB의 막강한 아군 생산에 종편은 최대의 과제였던 것.

종편강행 이면에는 또 총?대선을 앞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종편은 개국 후 잇따라 방송 실수를 연발했다. 준비가 덜 됐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서둘러 개국한 것은 선거 전에 개국해 여론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종편 선정 이후 케이블 방송 의무 재전송, 중간광고 및 24시간 방송 허용, 채널 안배 등 ‘사탕발림’의 특혜성 지원이 남발된 데에도 정부의 숨은 노림수가 읽힌다.

하지만 정부의 역점사업이던 종편은 결과적으로 ‘완벽한 실패’였다. 평균 3836억을 들인 종편은 출범 두 달이 지났지만 0.3~0.6%대의 이른바 ‘애국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스타급 작가와 연예인을 대거 투입해 만든 드라마조차 시청률은 0%대.

결국 조중동이 종편 때문에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일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온실 속 화초’ 종편
각박한 생존경쟁으로

종편의 앞날도 까마득하다. 든든한 방패막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사퇴하면서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직접 대기업 광고주를 만나 광고영업까지 거들고 나설 만큼 종편을 애지중지해왔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의 사퇴로 종편도 더 이상의 수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제 종편은 온실 속 화초에서 각박한 생존경쟁에 나서야 할 처지가 된 것. 특히 광고주 역시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시청률을 근거로 종편에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여 특단의 생존대책마저 절실한 상태다.

더욱이 천정배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비롯한 야권은 차기 정부에서 종편의 의무재송신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미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의 형국으로 권력지형이 재편되면 종편들은 더욱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게다가 종편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대안언론까지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안언론들은 날선 권력 감시로 기존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현상 이면까지 들춰내 국민적 환호와 열렬한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물꼬를 튼 것은 팟캐스트 형식의 방송인 <나는 꼼수다> 이하 (나꼼수)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IN>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4명이 민감한 정치현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사풍자 토크 프로그램이다.

‘국내 유일의 가카(각하)를 위한 헌정방송’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지난해 4월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놀라운 청취율과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신드롬으로 확산됐다.

<나꼼수>는 현안을 쉽게 풀어내 정치에 무관심하던 다양한 계층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추측과 사실을 적절하게 섞어 가면서 방송을 하고 기성 언론들이 전혀 다루지 않는 내용으로 인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나꼼수>는 ‘내곡동 사저’ ‘디도스 공격’ 등의 핫이슈를 생산해 현 정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종편 아이러니…버림받은 종편과 선택받은 대안언론
생사기로에 놓인 종편 은혜 잊고 ‘MB 뒤통수 때리기’

‘뉴스답지 않은 낡은 뉴스를 타파 한다’는 뜻을 담은 새로운 대안언론 <뉴스타파>는 <나꼼수>의 흥행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타파>는 전국언론노조와 이근행 전 MBC PD,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권석재 전 YTN 촬영기자 등 해직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뉴스 미디어다. 변상욱 CBS 대기자, 최상재 SBS PD,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 등도 참여했다.

신경민 전 MBC 앵커는 민주통합당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정식 참여가 아닌 측면 지원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기존의 기성언론들이 취재하지 않고, 취재해도 방송하지 않는 뉴스들을 꼼꼼하게 파헤치며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한 <뉴스타파> 첫회 방송은 조회수 25만을 넘겼다. 여기에 소설가 공지영 등 유명인사에서부터 파워트위터러, 블로거 등이 뉴스타파를 향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특히 첫 방송에서 ‘10?26 투표소 변경…선관위의 거짓말’ ‘MB 임기 말 14조 무기도입 추진…미국의 압력 의혹’ 등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공격적인 6개 꼭지로 구성됐다. 방송이 공개된 뒤 인터넷에는 누리꾼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계속해서 <나는 꼽사리다> <손바닥TV> <노회찬?유시민의 저공비행> 등 새로운 대안언론이 줄줄이 탄생하고 있다. 여론 역시 언론으로서 이들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는 상태다.

방송 장악과 방송 출산으로 여론의 쏠림을 기대했던 MB정부의 의도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 실제로 정부는 종편 출산에 앞서 방송 장악 역시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였던 구본홍, 김인규, 김재철 등의 인사가 줄줄이 KBS, MBC, YTN에 내려 보냈다.


권력 공고화 꿈꾼 MB
대안언론에 무릎 꿇어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압박을 가했고, 노조원은 물론 진행자와 아나운서까지 해고하거나 좌천시켰다. 이 같은 무리한 방송장악에 어느 시기보다도 방송노조와 많은 갈등을 빚어졌다.

특히 MBC의 경우 김 사장이 2010년 취임한 후에 지금까지 총파업 두 번째로 이어지고 있다. <MBC>뉴스 기자들과 함께 MBC직원 대부분은 이런 조롱 받는 뉴스와 우편향적인 방송사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면서 지난달 30일 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게다가 종편 출산에 심혈을 기울여준 은혜에도 조중동이 임기 말 MB 때리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계속된 시청률 굴욕과 여론의 뭇매에 생존진로 모색이라는 평이다.

언론장악을 꿈꾼 MB정부는 스스로 판 함정에 빠진 꼴이 되었다. 종편은 아이러니하게도 MB정부의 의도와 반대로 언론권력의 판도마저 뒤집어 놓고 있다. 버림받는 종편과 환호 받는 대안방송. 언론장악과 정보통제로 권력 공고화를 꿈꿨던 MB의 ‘싹수 노란’ 바람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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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