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대리운전’ 변종 성매매 기승

“취하셨는데 저랑 잠깐만 쉬었다 가세요~”

무등록 대리운전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특히 여성운전자만으로 구성된 여성대리전문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 대리업체에서도 여성대리기사를 찾는 손님이 늘자 생활정보지 광고 등을 통해 여성 대리기사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여성 대리기사 대부분은 ‘투잡’이나 아르바이트 형태지만 일부는 노래방 도우미 생활을 했던 30~40대 여성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영업 손실액 정도를 팁으로 받고 손님과 술자리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성매매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도 후텁지근한 밤거리를 종횡무진 달리고 있을 여성 대리기사들의 삶과 애환을 들어봤다.

늘어난 여성 대리기사…무등록 대리운전 ‘우후죽순’
‘섹시한 대리, 여대생 대리운전’ 하며 은밀한 유혹

워낙 많은 대리운전 업체들이 난립하며 최근에는 ‘제살깎기’ 영업경쟁까지 벌어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대리운전을 윤락과 연결시켜 영업을 감행해 신종 매춘으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직장인들 사이에서 때 아닌 ‘꽃마차’가 유행하고 있다. 꽃마차란 일명 여성 대리운전기사를 일컫는 말로 최근에는 변종 성매매의 일환으로 자리 잡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여성 대리운전기사와 고객들 사이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

대리 불렀더니 온
‘섹시 대리운전’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지난달 중순, 밤 10시께 ‘유흥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을 찾았다. 밤이 깊어지자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내려앉은 강남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넥타이 부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곧 이들에게 벌떼 같이 삐끼들이 몰려들었다. 이중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늘어난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들이 뿌린 명함에는 ‘섹시한 그녀’에서부터 ‘여대생과의 은밀한 만남’ 등 낯 뜨거운 문구들로 가득했다. 대리운전을 지향하는 것인지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인지 혼돈될 지경. 이와 관련, 회사원 황모(28)씨는 “얼마 전 여성대리운전 기사에게 차를 맡겼는데 장난삼아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니까 ‘미리 연락을 달라’며 명함을 건네줬다”면서 “실제로 서로 마음만 맞으면 영업비 정도만 주고 술을 같이 마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황씨는 얼마 전 회사 회식을 마치고 대리운전을 부르던 찰나, 그날 받았던 문제의 명함이 떠올랐다고 했다. 재미삼아 그곳에 전화를 건 황씨.

그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이제는 단골이 되어서 자주 부르는 여성 대리운전기사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애초에 호기심 삼아 부르게 된 여성대리운전을 이제는 중독처럼 자주 이용하게 됐다는 것이 황씨의 전언이다. 일주일에 몇 번 정도 대리운전을 이용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직업상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이용한다”면서 “자주 이용을 하니 금방 VIP고객이 됐다.

지금은 전화하면 업주가 농담 삼아 원하는 연령대와 스타일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성대리운전을 선호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여성 운전자가 훨씬 친절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는 것이다. 또 농담을 잘 받아주는 여성 운전자가 많아져 심심하지 않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점도 여성 운전자를 선호하게 된 이유라고. 뿐만이 아니었다. 황씨는 “요즘은 여성 운전자들이 더 적극적”이라며 “여성 운전자가 차에 타자마자 ‘도착지가 어느냐, 중간 어디쯤에서 쉬어 갈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만취 승객 노린
변종 성매매 ‘주의보’

주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과 대구등 영남의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같은 대리운전 윤락은 밤업소 등과 연계해 취객들에게 여성 대리운전자를 소개한 뒤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던 대리운전 윤락은 초기에는 한물간(?) 전직 나가요 출신 아가씨들이 개별적으로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주로 호텔가와 유흥업소가 많은 지역에 상주하며 취객들에게 “대리운전이 필요하냐”고 접근해 은밀한 거래를 제시했다는 것.

그러나 최근에는 ‘대리운전 보도방’같은 전문 업소가 생기면서 조직적으로 윤락을 알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대리운전 보도방’은 소개비를 따로 챙기고 시간당 2~3만원의 티켓을 끊어주는 속칭 티켓다방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게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1박2일식 출장형 대리운전 윤락도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불법 매매춘 행위를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하고 있는 대리운전 윤락의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업소 은퇴한 30대~40대 초반 여성접대부가 주류
만취남 노린 성매매…성폭행 누명+돈 협박 ‘주의’


만취한 취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은 물론 성추행범으로 몰아 돈을 갈취하는 전문 꽃뱀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일부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의 불법 영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쪽은 같은 직업을 가진 대부분의 여성 기사들이다. 실제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주부 김수현씨는 “일부에서 행하는 일 때문에 남자 손님들이 성적인 농담을 자주 한다”며 “아이들 학원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데 요즘은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렇다고 모든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이 불법 매매춘 영업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학생과 20대 직장 여성들이 심야 대리운전기사로 활동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취업난과 아르바이트난에 허덕이는 20대 여성들이 대리운전업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소문은 업계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퍼졌고, 이들 여성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 손님들도 부쩍 늘었다. 대리운전 경력 6개월째인 임수진(가명·29)씨는 심야 대리운전업계에서 이른바 ‘얼짱’으로 통한다.

“여성기사 모자라요”
인기는 여전해

밤이면 고정 고객들의 전화가 이어지기 때문에 유흥가 주변에서 헤매고 다닐 필요도 없다는 것이 그녀의 전언이다. 어학연수를 준비하고 있는 임씨는 “공부를 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게 됐는데 손님들이 ‘딸 같다’며 많이들 찾아준다”며 “여성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 당초 계획보다 어학연수 일정도 앞당겼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 20대 여성 대리운전기사들은 기존 ‘아줌마 대리운전기사’에 비해 탄탄한 영업망까지 구축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여성 운전자들이 최대 고객이다. 때문에 이들 간의 경쟁도 매우 뜨겁다. 마케팅 기법도 천차만별이다. 백화점과 스포츠센터, 아파트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여성 운전자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는 것도 일반 대리운전기사와 다르다. 그러나 여성 대리운전기사는 취객 운전자를 상대해야 하므로 남성 운전자에 비해 어려운 점도 많다. 운전 중 술 취한 남성 고객들의 추태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 이와 관련, 수도권에서 만난 한 여성 대리운전기사는 “주로 여성 고객들만 상대하다가 가끔 남성 고객을 태우다 보면 꼴불견일 때가 대부분”이라며 “비상시를 대비해 전자충격기 등을 소지하고 다닌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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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