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일요시사 선정>2011 이슈메이커 50인 - 연예계 10인

여기서 저기서 펑펑 ”바람 잘 날 없었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 매년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하며 습관처럼 서두에 꺼내는 말이다. 으레 하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2011년 연예계 역시 다사다난했다. 2011년 연예계에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화려한 조명 속에서 축하받은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동전의 양면처럼 우중충한 한 해를 보낸 연예인도 적잖았다. 지난 1년간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화제의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가요계 휘청휘청
서태지-이지아 비밀결혼 ‘발칵’ 속았네…

<수십억원대 탈세 의혹 강호동>

강호동(41)은 지난 9월 탈세 의혹이 불거진 뒤 비난여론이 크게 일자 즉각 잠정은퇴를 선언, 칩거에 들어갔다. 강호동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비롯해 KBS <1박2일> SBS <강심장> 등 지상파 3사를 모두 오가며 국민MC로 활약해 왔던 터라 전 국민이 깜짝 놀랐다.

강호동은 당시 탈세 논란이 단순 의혹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즉각 잘못을 인정하며 잠정은퇴를 선언해 물의를 일으키고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다른 스타들과 대조를 이뤘다. 국세청이 부과한 수억의 추징금도 곧바로 납부했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평창 땅투기 의혹 등이 불거져 나오며 곤경에 처했다.

현재 강호동은 예전에 가족들과 함께 자주 방문하던 양평 별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두문불출 상태다. 일부 네티즌들은 "다시보고 싶다" "없으니까 허전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강호동의 방송복귀를 바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이르다" "죄를 지은 것은 사실이니 조금 더 자숙의 기간이 필요할 것"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드스타다운 모범적 군생활 비>

지난 10월11일에는 월드스타로 발돋움한 가수 비(본명 정지훈·29)가 경기도 의정부 306보충대에 입대했다. 비는 입대 직전 기자회견 형식의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으며 케이블 방송으로 입대 현장이 생중계 되는 등 월드스타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비는 육군5사단 신병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았으며 사격훈련에서 주간사격 20발 중 19발, 야간사격 10발 중 10발을 각각 명중시켜 특등사수로 인정받기도 했다.

비는 훈련소 퇴소식 때 훈련병 대표로 사단장 표창을 받아 포상휴가도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2일부터 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조교로 본격적인 군복무를 시작했다.

비는 이곳에서 현역으로 21개월간 복무한 후 2013년 7월10일 만기전역할 예정이다.

<해병대 자원입대한 현빈>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30)은 비보다 한발 앞서 지난 3월 경북 포항시 해병교육훈련단에 자진 입소했다. 평소 현역 입대의사를 밝혀오던 현빈은 지난해 12월 해병대 지원서를 접수하고 같은 날 수원병무청에서 면접을 본 후 해병대 1137기로 합격했다. 현빈은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성공과 영화 <만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연이은 흥행으로 군 입대 전 활발히 활동했다. 현빈이 입소하던 날 그의 입대를 격려하기 위해 1000여 명의 팬과 5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으며 케이블TV는 생중계로 그의 입대를 방송했다. 특히 일본의 NHK를 비롯해 홍콩, 대만 등의 해외언론도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장사진을 이뤘다.

현빈은 백령도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으며 입대 후 발생한 해병대 총기사고와 자살사건 등으로 인해 예정보다 한 달여 가량 늦은 지난 7월27일 첫 휴가를 나왔다. 현빈은 휴가기간 동안 특별한 행보 없이 가족, 지인들과 시간을 보냈으며 9월에 일병으로 진급했다.

현빈은 스스로 해병대를 선택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연예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입대 전 촬영해 놓은 CF덕에 그의 인기는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오홍홍홍으로 최고 전성기 정재형>

실력있는 뮤지션이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재형(41)이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후 정재형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까칠하고 도도하지만 쪼잔하고 소심한 구석까지 가지고 있는 그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와 함께 남성의 웃음소리라기엔 어울리지 않는 "오홍홍홍" 소리까지 더해지면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파리에서 유학까지 한 엘리트 뮤지션이라는 딱딱한 이미지 대신 유재석, 박명수, 정형돈 등 무한도전 멤버의 끼에 뒤지지 않는 예능의 신으로 탈바꿈 했다.

<은둔형 가수에서 스타 도약 임재범>

임재범은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은둔형 가수였다. 그는 가수 데뷔 25년 만의 예능 출연에서 여러분(윤복희), 빈잔(남진)을 불러 대중의 심금을 울렸으며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로 단박에 국민스타로 변신했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연예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최대수혜자는?이라는 설문조사에서도 당당히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임재범은 <나가수> 이후 여성 의류 브랜드 TV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자신이 주축이 된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에 출연했으며 생애 처음으로 앨범 쇼케이스를 여는 등 관심의 중심에 선 톱가수가 됐다.

<"뼈가 있어야 개그" 최효종>

최근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상승세의 일등공신은 단연 최효종(26)이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하 애정남)와 사마귀유치원 코너로 <개콘> 내 인기순위 1위를 선점했다. 지난달에는 아나운서 성희롱 논란으로 한나라당에서 퇴출된 무소속의 강용석 의원이 사마귀유치원에서 보여준 최효종의 국회의원 풍자 개그가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에 해당한다면서 고소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얼마 전 강 의원이 "최효종에게 미안하다"며 고소를 취하했지만 최효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지도가 급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KBS공채개그맨 22기인 최효종은 봉숭아학당의 행복전도사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 남성인권보장위원회 최효종의 눈 트렌드쇼 등의 코너를 줄줄이 히트시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비밀결혼과 이혼 서태지·이지아>

지난 4월 문화대통령 서태지(39)가 탤런트 이지아(33)의 남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연예계만의 파장이 아니었다. 국회에서도, 회식자리에서도 모두들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BBK사건 판결을 묻으려고 두 사람의 위자료 소송이 터져나왔다는 음모론까지 나돌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지아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고 만들어진 이지아닷컴은 이후 유명연예인들에 대한 논란이 터질 때마다 생기는 ○○○닷컴의 원조가 되었다.

"군입대도 날 막진 못해…" 입대 후 잘나가는 스타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출연만 하면 뜬다 <나가수>

1997년 이지아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에서 결혼해, 3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했다는 내용에 이어 위자료 청구소송가지 벌이며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던 두 사람은 마침내 7월 합의하에 고소를 취하했다.

누리꾼들은 두 사람의 과거를 캐내기에 바빴고, 이로써 데뷔 후 20년 동안 유지해온 서태지의 신비주의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말이 와 닿은 사건이어서 지금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카라>

인기 아이돌그룹 카라는 지난 2월 해체위기를 맞으면서 국내 정상급 아이돌그룹에서 가요계 밑바닥까지 순식간에 추락했다. 니콜, 한승연, 강지영, 구하라 등 무려 네 명의 멤버가 소속사 DSP미디어와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냈고, 남은 한 명의 멤버인 박규리 왕따설까지 나돌았다. 이후 하루 만에 구하라는 DSP미디어와 재계약했고, 나머지 3인의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부모까지 동반된 분쟁에서 투명한 정산과 매니지먼트 전문 인력을 요구하며 DSP미디어와 갈등을 거듭한 끝에 100일 만인 4월 극적으로 화해했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만큼 매체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고 자극적인 루머들이 일파만파 전파를 탔다.

이런 큰 갈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에 발표한 스텝은 순식간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고, 일본에서는 여신이라는 칭호와 더불어 오리콘차트 1위를 석권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촬영거부·잠적 혹독한 한 해 보낸 한예슬>

배우 한예슬(본명 김예슬이·29)은 갑작스런 드라마 촬영거부 후 돌연 미국으로 출국하는 초유의 행보로 비난을 샀다.

한예슬은 촬영 스케줄 조율, 촬영현장 개선 등의 문제로 연출자와 마찰을 벌이다 촬영거부를 선언했고,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해 혹독한 구설수에 올랐다. 제작진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팬들 사이에서 기대를 저버린 행동이란 비난이 일자 이틀 만에 자진 귀국한 한예슬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드라마 촬영에 임했다.

한예슬의 이런 행동에 대해 동정론도 일었지만 그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스파이 명월>은 저조한 시청률로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티끌모아 로맨스>에서도 송중기와 호흡을 맞췄지만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뺑소니 교통사고 무혐의지만 씁쓸 대성>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대성(22)이 교통사망사고에 연루된 일은 국민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대성은 지난 5월 서울 양화대교 남단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정차해 있던 택시와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연이어 들이받았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경찰은 대성을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성은 지난 8월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반성의 시간을 보내다 최근 YG패밀리콘서트와 MBN드라마 <왓츠 업>으로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했다.

팬들은 대성이 이번 작품으로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잊고 가수이자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지길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2011년 한 해 연예계는 탈세, 교통사고, 이혼, 군입대, <나가수> 등으로 어느 해보다 시끌벅적했다. 전무후무한 사건들이 연달아 이어졌고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상태에서 연예계 또한 밝고 좋은 소식보다는 어둡고 슬픈 소식이 더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다가오는 2012 임진년 용띠해에는 하늘로 솟구치는 용처럼 연예계가 용솟음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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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