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제

욕먹으면서 갈 길이 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 총수가 8개월간 자리를 비웠던 만큼 산재된 현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에 대한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대외활동보다 당분간 은둔 경영을 통해 내부 결속 다지기와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신 회장의 복귀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낼 롯데 그룹의 현안을 짚어봤다. 
 

지난 8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전 9시5분 집무실이 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했다. 8일이 롯데지주 휴무로 지정된 날임에도 신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곧바로 경영 복귀를 알렸다. 

초고속 복귀

롯데그룹은 지난 5일 신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그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했던 일들을 챙겨 나가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2심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서울구치소를 나서던 신 회장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기업 총수가 8개월간 자리를 비웠던 만큼 산재된 현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인 만큼 신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신 회장은 이번 판결에 대한 논란 때문에 일단은 대외활동은 자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그룹 내부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일단 4일간의 행보로 전체 행보를 판단하는데 무리는 있지만 앞으로 있을 상고심과 산적한 그룹 현안, 앞으로 있을 연말 인사까지 대외활동에 나서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신 회장은 오전에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이봉철 재무혁신실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오성엽 커뮤니케이션 실장 등 롯데지주 주요 임원과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유통 등 4개 사업부문(BU) 부회장단과 만나 경영 현안을 보고받았다.

롯데 측에 따르면 신 회장은 임원들에게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은 사내 직원식당서 임원들과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도 계열사별 사업 현안을 보고받았다.

개운치 않은 집유 석방
비판 여론에도 업무부터

현재 신 회장의 최종 결정이 보류된 굵직한 현안은 3조원 규모의 중국 선양 롯데월드사업, 지주체제 마무리를 위한 호텔롯데 상장계획, 4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추진,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 매각 등이다. 


먼저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는 공사가 중단된 중국 선양 롯데월드 건설사업이 꼽힌다. 총 3조원이 투입돼 쇼핑몰, 테마파크, 호텔, 오피스텔,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그동안 롯데그룹의 핵심 현안으로 거론돼왔다. 
 

그러나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며 현재 공정률 60%서 공사가 멈췄다. 선양시의 건축 허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90여개에 달하는 현지 롯데마트를 매각하면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인 만큼 신 회장으로서 선양 롯데월드는 절대 무너져서는 안되는 사업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을 롯데지주에 포함하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는 식품과 유통 등 국내 91개 계열사 가운데 55개 계열사를 편입했다. 

하지만 알짜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은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를 완성하기 위해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케미칼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롯데지주에 편입해야 하는데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사업 계획이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규모만 약 4조원에 해당하는 이 사업은 2023년에 에틸렌 100만톤을 비롯해 에틸렌글리톤 70만톤, 부타디엔 14만톤, 폴리에틸렌 65만톤, 플로프로필렌 60만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화학단지 조성 사업이다.  

롯데케미칼의 동남아시아 자회사인 LC타이탄이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에 NCC(납사분해시설)를 포함한 대규모 화학 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글로벌 화학업체 도약을 위한 지렛대가 될 예정이다.  

국내외 산적한 현안들
사회적책임 추가 발표

2013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은 당초 올해 하반기 현지 사업장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화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2월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논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였다.

신 회장이 돌아온 만큼 롯데그룹의 금융 계열사 매각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하는 국내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2017년 10월에 설립된 롯데지주는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2년 안에 매각해야 하는데 2019년 10월까지다.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마이비, 부산 하나로카드 등이 있다. 

이외에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제과업체와 유통업체, 유럽 화학업체 등 총 10여건의 투자 계획도 신 회장의 복귀와 함께 급물살을 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함에 따라 대규모 고용창출을 포함한 사회적책임(CSR) 정책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2016년 10월 경영비리 관련 검찰수사가 끝난 뒤 롯데그룹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5년간 7만명 신규 채용과 총 4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각종 해외사업 점검과 신규투자, 인수합병 검토 및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사 전환 작업 마무리 등 그동안 최종 결정권자가 없는 상황서 경영 시계가 멈춰 있었던 만큼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일단은 전반적인 사업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11일 사내 게시판에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며 회사를 위해 헌신해준 직원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정상화 강조

신 회장은 “그래도 저를 믿고 롯데를 든든히 지켜준 여러분이 있었기에 저 역시 힘을 낼 수 있었다”며 “그간 자리를 비운 만큼 최선을 다해 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회장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롯데의 도전과 성공의 역사가 100년 롯데를 향해 이어질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힘을 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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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