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손학규의 ‘작심’ 속내

10‧26에 대권운명 달랑달랑 ‘구원투수는 외로워’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권의 유력 잠룡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선에 뛰어들며 판세가 역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야권에서 제3의 인물들이 부각되며 손 대표에겐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다. 결국 작심한 손 대표가 칼을 빼들었다. 10‧26 재보선의 최전방에 나서며 ‘정면돌파’로 승부수를 띄운 것. 사지에서 그를 건져 올린 지난 4‧27 분당대첩의 학습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총동원령 지시, MB정권에 각세우기 전략
강원·충북서 연속 박근혜-손학규 불꽃 튀는 맞대결

‘돌아온 선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안풍‧문풍’의 직격탄을 맞고 대선 지지율이 반토막 난데 이어 ‘사퇴파동’으로 책임감‧리더십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권의 유력 잠룡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선에 뛰어들며 보수진영의 표를 결집시키는 효과로 서울시장 유력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당초 서울시장 유력후보인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는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를 10%p 이상 앞섰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더불어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나 후보에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펼치며 두 후보의 격차는 단숨에 초박빙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 총동원령
‘손’의 긴급처방

지난 18일 KBS‧MBC‧SBS 등 방송 3사의 공동여론조사 결과에서 박 후보가 40.5%를 나 후보가 38.2%를 기록하며 오차범위 내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일 CBS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 후보가 44.8%로 41.8%의 박 후보를 앞섰다. 이처럼 두 후보는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서울시장 재보선의 범야권 후보 선출에서 손 대표의 지지와 당의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박영선 후보가 시민후보인 박 후보에 맥없이 무너지며 민주당은 ‘불임정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여기에 범야권 후보인 박 후보마저 나 후보와 혼전양상을 보이며 위기감이 감지되자 손 대표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위기상황에 처한 손 대표는 작심하고 선거전의 최전방에 나섰다. 이번 10‧26 재보선이 내년 총·대선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에 손 대표는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 사전에 ‘박풍’을 차단시키고 추락하는 지지율의 상승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앞서 지난 4?27 재보선 당시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분당을 지역구에 출마하여 승리를 거머쥐며 동시에 대권지지율까지 15%로 치솟았다. 이러한 분당대첩의 학습효과로 손 대표는 다시 한 번 재보선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권력의 요직이자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직을 잡을 경우 손 대표의 대권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서울시장은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로 내년 총?대선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이에 손 대표는 박 후보가 비록 무소속이긴 하지만 ‘대통합 정신’에 입각해 정치적 공간을 민주당이 아닌 야권 진영 전체로 확장시켜 총력 지원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민주-진보 진영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민주당에 선거 총동원령을 내렸다.

‘박’과 정면 승부
본격 맞대결 펼쳐

그는 지난 18일 의원총회에서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생각해 너무 앞장서지 않았다”면서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만큼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최후까지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또 “박 후보의 승리를 통해 야권통합과 정권교체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당원과 지지층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당에 주문했다.

게다가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가 공개됨에 따라 손 대표가 두팔을 걷어붙이고 전방위적 지원유세를 펼치며 부동층 흡수와 바닥민심을 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초반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 10% 미만이었던 부동층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20%대로 늘어나면서 선거 막판 중요 변수로 떠오른 것.

손 대표는 의총 이후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범 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에 박 후보와 함께 참석했다. 이어 사당동 태평백화점과 신림역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거리유세를 하고, 신대방삼거리 인근 성대시장에서 상인과 주부들을 상대로 표심을 공략했다. 이밖에도 서울시내 곳곳에서 지원유세를 펼치며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했다.

손 대표는 또 박 전 대표와 동시에 출격하며 ‘정면대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박 전 대표가 강원도 인제군수 재보선에 출마한 이순선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쳤던 같은 날 손 대표 역시 최상기 후보를 지원하며 정면승부를 펼친 것.

사실상 강원도는 한나라당 텃밭이었지만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민주당이 터전을 일구기 시작했다. 이광재 전 도지사에 이어 지난 4·27 재보선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정상철 양양군수까지 모두 민주당 출신이 당선되는 등 강원도의 정치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것.

‘정권 심판론’ 주장
MB와 각세우기


이번 재보선에서도 민주당 출신 군수가 나오면 그 바람이 내년 총?대선으로 확산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손 대표는 지난 14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인제를 방문해 인근 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인제읍 상동리 구터미널에서 유세를 하며 강행군을 펼쳤다.

게다가 다음날인 지난 20일에도 박 전 대표가 충북 충주시장 재보선에 출마한 이종배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자 손 대표 역시 박상규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이틀연속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손 대표는 사전에 ‘박풍’을 차단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는 특히 여야를 대표하는 차기 잠룡들의 본격 맞대결로 선거정국에서 누가 더 큰 힘을 발휘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손 대표는 또 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과 더불어 한-미 FTA 처리의 부당성을 역설하며 ‘정권 심판론’을 고리로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인제군수 선거지원에서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에 “우리나라는 시끄러운 나라”라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이 퇴임 후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 혈세를 이용해 땅이나 보러 다니는데 안 시끄러울 수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손 대표는 또 야당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30대 재벌기업의 계열사 수가 2007년에 500개였는데 올해 1870개가 됐다”면서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차지해서 서민들이 살기 어려워졌는데, 인제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 이명박 정권이 오판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부동층 ‘숨은 표’ 단속과 바닥민심 쓸려 고군분투
제3의 인물 부각…‘안풍·문풍’ 사전 차단 나선 ‘손’

내친김에 손 대표는 이 대통령을 겨냥한 작심발언까지 쏟아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손 대표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박희태 국회의장 등 5부요인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현재대로의 한-미 FTA 협정안은 이익균형을 상실했고, 손해를 보는 당사자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준비도 충분치 않아 문제가 많은 만큼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방향이 잘못된 한-미 FTA를 강행처리하지 말라”고 반박하며 강하게 날을 세웠다.

그간 이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비리폭탄이 연일 터졌고, 이 대통령 본인마저 내곡동 사저 의혹을 둘러싸고 도덕성을 의심받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들은 기존 정치권에 혐오와 불신을 느끼며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지닌 ‘제3의 인물’에 열광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제3의 인물’이 거론될 때마다 국민 신뢰를 한몸에 받으며 ‘블랙홀’처럼 민심을 빨아들여 정치 지형도를 변화시켰다. 손 대표의 사퇴 파문 당시 ‘손학규 대안론’에 회의감이 짙어지자 시선은 자연스레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쏠렸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현재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 후보의 위기론이 제기되자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원장의 ‘구원 등판’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시민후보의 위협
정당정치의 위기

이처럼 시민후보에 열광하는 민심의 변화에 발맞춰 결의에 찬 손 대표 역시 민주당의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 현장 곳곳을 누비며 바닥민심을 살피고, 서민행보를 펼치며 표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제 손 대표의 운명은 재보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보선에서 선전할 경우 ‘박풍‧안풍‧문풍’을 사전에 차단해 대권행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10?26 재보선의 최전방에 나선 손 대표. 과연 그가 재보선을 야권의 승리로 일궈 4‧27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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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