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코리아의 이상한 리콜 고발

고객센터 전화 하니 ‘뚜뚜뚜’ 불통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6월 유아용품 제조업체 보니코리아의 제품이 유해물질 논란에 휩싸였다. 피해자가 속출했고 보니코리아에선 사과문을 발표하고 전액 환불을 약속했다. 그 후로 1년. 환불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계속된 환불 요청에도 보니코리아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못해 무시 수준이다. 피해자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지난해 6월 보니코리아가 판매한 신소재(아웃라스트) 유아용 매트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육아커뮤니티에선 “아기를 매트에 눕혔더니 몸에서 발진이 번져 입원까지 했다”며 피해를 주장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발진·두드러기 등 피부질환과 호흡기질환 증세를 호소하는 글이 대부분으로, 특히 해당 매트서 흰색 가루가 묻어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소비자들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신소재 원단 매트를 원인으로 추정했다.

피부 발진 왜?

논란이 된 제품은 신소재 ‘아웃라스트’로 만들어졌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을 위해 개발한 소재로, 더울 때 피부의 열을 흡수해 시원하게 만들고 서늘해지면 저장된 열을 방출해 적정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아용품업체인 보니코리아는 이 소재를 수입한 뒤 매트(아웃라스트 에어매트) 등에 사용해 완제품을 생산·판매해왔다.


해당 제품은 아이들의 태열과 아토피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서 20만여개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은 100일 전후의 신생아 용품으로 사용됐다. 당시 유해 물질 논란과 함께 보니코리아가 아웃라스트 신소재가 피부에 직접 닿으면 안 된다는 독일 본사의 권고 사항을 간과한 채 반대로 피부에 직접 닿는 방식을 권유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고객들 사이에선 '빨래를 해도 흰 가루가 떨어진다'는 의문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일부 고객이 흰 가루에 대한 의구심을 풀고자 직접 보니코리아에 연락을 취해도 “간혹 흰 가루가 생길 수 있으니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먹으라고 하시면 먹을 수도 있다” “공기보다 안전하다”는 등의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가기술표준원은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해당 제품서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인 방부제가 검출됐다. 또 제품서 흰 가루가 떨어지는 과정서 피부에 직접 노출된 것을 유아 피부 발진의 원인으로 봤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조사 과정서 ▲건강 영향 조사 ▲피부 노출에 의한 위해평가 ▲피부 관련 동물시험 등을 실시했다. 건강영향조사 참여자 396명 가운데 제품을 사용하면서 71명(17.9%)은 피부질환, 47명(11.9%)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다고 진단 받았다.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의 접촉성피부염 등 피부질환 진단율이 전국 통계보다 유의미하게 높고, 제품 사용을 중단한 이후 회복된 점을 고려할 때 제품이 피부질환을 불러온 것으로 추정됐다. 

1세 미만 접촉성피부염 진단율은 제품사용자 20.2%, 전국통계 11.9% 수준이었다.


보니코리아의 제품은 일반적 화학섬유로 구성됐으며 제품 사용 중 발생한 흰 가루서 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와 BIT(벤질이소치아졸리논) 등 2종류의 화학 방부제가 검출됐다.

지난해 6월 유해물질 검출 “전부 환불”
1년 넘게 감감무소식 “소통 전혀 안돼”

검출된 방부제를 2세 이하 유이 기준으로 피부노출에 의한 위해평가를 실시한 결과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BIT는 1㎏당 10㎎이 검출됐으며 MIT는 1㎏당 2㎎이 검출됐다.

아울러 제품 사용 중 발생한 흰 가루의 피부독성을 예측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 피부와 눈의 점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평가됐다.

홍성우 보니코리아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유해물질 사태에 대해 책임질 것을 약속했다. 홍 대표는 “이번 아웃라스트 사태에 대해 다시 한 번 관련된 모든 분들, 그리고 부모님들께 사과를 드린다”며 “처음 아웃라스트를 외국에서 접했을 때 이런 이불이 다 있구나 우리 아이들 태열이나 아토피에 정말 좋겠다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증 받은 검사서, 수입 통관 시 문제가 없었던 점, 한국서 진행하는 어린이안전인증의 검사를 모두 통과했기에 아무 의심 없이 판매를 시작했다”며 “이미 사용되고 있는 원단이었고 가루가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유를 불문하고 아웃라스트 제품에 대한 환불 및 리콜, 교환 관련해 법적으로 적합한 절차에 따라 모두 처리해드릴 예정”이라며 “금번 사태를 끝까지 마무리 한 후 모든 것을 책임지고 대표이사직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의 사과문 게재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품을 사용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환불을 약속했지만 이에 대한 보니코리아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었던 것. 

피해자들의 불안은 높아져만 갔다. 특히 피해보상과 관련해 “병원 진단서 상에 아웃라스트로 인한 증상이라는 것이 명기돼있어야 가능하다”고 못을 박아 피해보상 책임에서 빠지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제기된다. 

한 소비자는 “현실적으로 병원에서 아웃라스트로 인한 증상이라고 명기된 진단서를 받기 어려운 점을 알고 이용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 후로 1년이 지났다. 피해자들이 우려했던 대로 아직까지 환불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맘카페 등 인터넷 사이트에는 아직도 환불받지 못했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 A씨는 “초기에는 통화가 돼서 ‘기다려 달라’는 말이라도 들었지만 지금은 고객센터에 연결조차 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실 확인을 위해 실제로 보니코리아 본사에 10번 이상 전화를 해봤지만 자동응답으로 넘어갈 뿐 단 한 번도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환불과 피해보상 그리고 원활한 소통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셋 중 하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 B씨는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B씨는 “전화는 왜 받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고 관계자는 “전화상담하는 부서는 전부 퇴사해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서는 오히려 “우리는 잘못 없는 것으로 판결됐다. 환불 진행도 도의적인 책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환불을 받은 사람도 있긴 있다. 얼마 전 한 맘카페에는 ‘드디어 환불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아웃라스트 사건이 터진 지 3일 만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이제야 환불받았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환불 받을 수 있는 요령’을 묻는 피해자들의 댓글들이 줄이어 달렸다.

도대체 언제까지…


직접 보니코리아 사무실을 방문했던 한 피해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2700번대까지 환불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총 대기자의 수는 알 수 없지만 지난해 6월 환불요청을 했던 피해자의 순번은 5000번대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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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