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보수적인 재계서 오너 일가 여성 경영인의 숫자는 많지 않다. 통상 주요 그룹에선 장자 승계원칙을 따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여성에게 기회가 적게 돌아가기 마련인 탓이다. 이 때문에 소수 여성 경영인은 더욱 주목받는다. 구설에 오르면 거센 질타를 받기도 한다. 다소 억울할 수는 부분. 시험대에 섰던 여성 경영인을 정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금호리조트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3일 단행한 인사였는데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계열사의 인사에 눈길이 쏠렸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녀 박세진씨가 상무로 입사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제대로 된 경영수업 없이 박 신임 상무가 경영진으로 직행하자 뒷말이 나왔다. 최근 재계는 평사원부터 단계를 밟아가는 경우도 많다.
박 상무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 도쿄’를 거쳐 ‘르 코르동 블루 런던’을 졸업했다. 르코르동 블루 조리 자격증과 일본 국가조리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과는 무관하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아나호텔도쿄서 근무했다.
박 상무는 이번 인사전까지 평범한 가정주부로 있었기 때문에 경영자로서의 자격에 더욱 의심의 시각이 미치는 것은 불가피했다.
재계서 여성 경영인의 경우 남자에 비해 더욱 많은 관심의 받는다. 현재 재계의 오너 및 경영진 가운데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높은 관심은 자연스레 검증의 기준을 높였다. 경영인으로 나선 여성 경영인들은 자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다. 가정주부였던 최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하면서 2007년 부회장이 됐다. 이듬해에는 회장직에 오르면서 한진해운을 이끌게 됐다.
장자 승계원칙 옛말…딸들 진출 늘어
회사는 어려운데 낙하산 타고 ‘훨훨’
당시 해운업계 국내 1위, 세계 4위였던 한진해운은 지난해 2월17일 파산했다. 해운업의 한파가 한진해운에까지 불어닥친 것이다. 파산과 함께 최 회장의 경영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왔다.
특히 경영자로서 도덕적 흠결을 남겼다.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미리 매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에게 지난 5월 열린 항소심서도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한진그룹은 여성 경영인의 나비효과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3월 한진그룹의 막내딸 조현민 전 대한한공 전무가 회사 회의 도중 직원에게 물을 뿌리는 등의 물컵 갑질 논란이 일면서 사건이 확대됐다.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여론마저 악화됐다. 조 전 전무는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지난 4월,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갑질 사건은 오너 일가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밀반입 의혹까지 확대됐다. 해외서 구매한 물품 등을 적절한 관세를 부과받지 않고 몰래 반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과정서 회사 직원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악화된 여론은 가족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몇 해 전 땅콩회황으로 논란에 중심에 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피해가지 못했다. 밀수와 탈세 혐의로 인천본부 세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그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운전기사, 직원 등을 대상으로 폭언 등을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그 역시 관련 내용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의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보수적 재계 높은 관심
편견극복, 하나의 과제
결국 조 회장 일가가 경영서 물러나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문제는 위기가 그룹사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조 전무가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재직한 위법사항에 대해 면허 취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현재 6개월 동안 평가가 유보됐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이사도 2015년 30세의 나이에 여성 경영인으로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현재까지는 경영능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임 대표는 보해양조 창업주 임광행 회장의 손녀다.
임 대표는 ‘부라더소다’, ‘아홉시반’ 등 저도주·과실주 등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고 했으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주력 상품인 ‘잎새주’의 점유율이 기존 90%서 50% 대까지 떨어지면서 경영능력에 물음표가 찍혔다.
결과적으로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취임 첫해 성적표인 2016년 매출은 115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6.7% 감소한 수준. 영업이익 역시 적자로 전환됐다. 타격은 고스란히 임직원에게 미쳤다.
임직원 전체가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 등 뼈를 깎는 쇄신을 감내해야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잠시 해외사업총괄로 자리를 옮겨 숨을 고른 후 지난 3월 다시 국내 영업파트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가 경영인으로서 우려를 극복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의문 꼬리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풍이 재계에도 불고 있지만 여전히 장자 승계가 원칙이라 보수적인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남녀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여성 경영인에 대한 고리타분한 편견을 극복하고 재계의 리더로서 성공적인 모습을 갖춘 경영인들이 더욱 많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