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신의 아들 병역 면제 리스트 완전공개

핑계없는 무덤 없다지만…“해도 너무 한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재벌가 자제가 병역면제를 받는 건 이미 우리사회의 익숙한 풍경이다. 잊을만하면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병역비리 때문이다. 알만한 집안이면 빠짐없이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미 세인들에겐 ‘가진 자들’의 석연치 않은 면제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없는 게 죄’라는 자조 섞인 체념만 읊조릴 뿐이다. 이번에도 역시 재벌가의 군면제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엔 이전과 조금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면제율이 올라가는 모습이 포착된 것. 일반인의 면제율이 급감추세인 것과 정반대다. 대체 누가, 어떤 이유로 면제를 받은 걸까. <일요시사>가 재벌가 ‘신의 아들’들의 리스트를 전격 공개한다.

재벌가, 62세 이상 23.1%…32∼41세 41.7%로 증가
일반인, 1940년대생 38.5%서 1980년대생 9.8% 급감


국내 재벌가 남성들의 병역 면제율이 공개됐다. 삼성·현대·LG·SK 등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성 124명 중 아직 미정인 20대를 제외한 114명을 조사한 결과, 면제율은 35.1%로 나타났다. 일반인 29.3%보다 5.8% 높은 수치다.

문제는 재벌가 남성들의 면제율dl 세대를 거듭할수록 높아진다는 데 있다. 올해 62세 이상(1930∼1940년생) 세대에서 재벌가는 13명 중 3명이 병역을 면제받아 면제율이 23.1%였다. 이어 ▲52∼61세(1950년대생) 27명 중 9명(33.3%) ▲42∼51세(1960년대생) 27명 중 10명(37.0%) ▲32∼41세(1970년대생) 36명 중 15명(41.7%) 등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허리디스크
정의선·정몽근 병력

일반인의 병역 면제율이 ▲1940년대생 38.5% ▲1950년대생 33.8% ▲1960년대생 30.5% ▲1970년대생 18.3% ▲1980년대생 9.8%로 급감 추세인 것과 정반대다.

1950년대생 이전까지는 일반 국민보다 오히려 낮았던 재벌가의 면제율이 1960년대생에서는 역전돼 일반인보다 6.5% 높아졌다. 특히 1970년대생에서는 일반인의 2.3배(23.4%p 차)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집안별로 보면 범삼성가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한때 정신질환 판정으로 면제를 받은 것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입대해 군복무를 하다가 전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면제됐다. 수액탈출증, 즉 허리디스크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1990년 6월8일 신체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으나 1년6개월 뒤인 1991년 11월8일 재검에서 이처럼 진단받았다.

당시 이 사장의 군면제와 관련해 몇가지 의혹이 떠올랐다. 이 사장은 승마 중 몇 차례 낙마로 허리디스크를 입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장은 1991년부터 1992년까지 약 6개월간 승마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각종대회에 출전했다. 멀쩡한 몸으로도 쉽지 않은 국가대표 생활을 치명적인 부상을 안고 했다는 얘기다. 허리디스크 판정을 척추전문병원이 아닌 산부인과에서 받은 점도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이 사장의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지난 1990년 과체중으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아서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면제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서울대 재학 당시 정 부회장의 학생카드에는 키 178cm에 체중 79kg으로 기록돼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체중을 유지한 것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정 부회장은 매일 2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것은 물론 모터사이클을 비롯한 각종 스포츠도 즐기면서 다부진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신체검사를 받을 당시에만 몸무게가 부쩍 늘어났다. 무려 25kg이나 불어난 104kg에 이르러 당시 면제 기준인 103kg을 1kg 초과했다. 당연히 고의적인 살찌우기 의혹이 떠올랐고 정 회장은 고무줄 몸무게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또 다른 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건강상의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았으며, 이재관 새한그룹 전 부회장이 갑상선기능 항진증이란 특이한 병명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 이밖에 이인희 한솔 고문의 세 아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조동만 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조동길 한솔그룹 회장도 나란히 면제됐다.

범현대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등은 모두 군에 다녀왔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병력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됐다. 담장결제 때문이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도 건강상의 문제로 군에 가지 않았다.

정용진·최태원
고무줄 몸무게

범LG가에서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정상적으로 군에 다녀왔다. 반면, 구철회 회장의 장손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은 신체검사 결과 질병 등 사유로 제2국민역을 통보받았다. 고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3남 구본진 LG패션 부사장도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세대 내려갈수록 면제율↑…1970년대생 일반인 2.3배
“사회적 연대책임의식이 갈수록 희박해 질수도” 우려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의 장남 동범씨와 차남 동진씨도 모두 병역을 면제받았다. 당시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국가에 영원히 체류할 수 있는 권리인 영주권은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SK가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군에 가지 않았다. 최 회장의 면제 사유는 정용진 부회장과 다르지 않다. 과체중 때문이었다. 신검 당시에만 100kg이 넘는 거구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현재 최 회장은 테니스로 다져진 키 179cm에 몸무게 85kg의 다부진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그의 면제를 둘러싼 불편한 시선들까지도 똑같았다.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은 근시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모두 이중국적으로 군대를 가지 않았다. 신 회장은 지난 1955년 2월 일본에서 태어나 같은 해 4월 한국 호적에 이어 10월에는 일본 호적에도 올랐다.

외국 국적 취득자는 한국당국에 취득사실을 신고해야 하지만 신 부회장은 이를 어기고 41년간 이중국적자로 활동했다. 국적문제가 불거지자 일본 호적을 버리고 당국에 신고, 지난 1996년 8월에야 한국국적을 회복했다. 신동주 부사장도 1996년 한국국적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그 아들이 면제됐으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셋째 아들도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병역 특례를 통보 받았다. 또 조현준 효성 사장, 한진가의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등도 병역에서 면제됐다.

연대·책임 의식
희박해질 가능성

물론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저마다 군대에 안 가는 사연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독 재벌가 자제의 면제율이 높게 나타나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모두 병역의 의무가 있다. 군복무는 질병, 가난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 누구나 거쳐야 할 관문이다.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 면제에 대한 세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특히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 면제가 3·4세로 내려올수록 많아진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연대의식과 책임의식이 갈수록 희박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벌가 아들들이 일반인에 비해 입대 면제자가 많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사람들이 멀지 않은 미래에 회사 지휘봉을 잡았을 때 과연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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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