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실세’ 엄삼탁 전 안기부 기조실장 ‘빌딩 암투’ 전말

테헤란로에 600억 묻고…아직 눈 못 감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국민들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6공 실세’ 엄삼탁씨가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의 유족과 옛 측근이 3년째 소송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들은 강남 수백억원대 빌딩을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고인이 생전 명의신탁” vs “제값 다 주고 샀다” 
유족-측근 18층 건물 소유권 두고 3년째 진실공방


고 엄삼탁씨는 ‘6공 황태자’ 박철언씨와 함께 노태우 정권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인물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6공화국 실세 중 실세였다. 1965년 경북대 사범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학군단(ROTC) 3기로 임관한 엄씨는 수도경비사령부에 재직 당시 연대장이던 노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으로 6공 시절 이름을 날렸다.

특유의 충성심으로 노 전 대통령의 궂은일을 도맡아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가 정권을 잡자 승승장구하다 예비역 소장으로 전역, 국가정보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보좌관(1989년)과 기획조정실장(1990∼1993년) 등을 역임했다.

노태우 정권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려

기조실은 안기부 조직관리와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었다. 따라서 역대 안기부 기조실장은 최고 통치권자의 ‘측근 인사’가 기용됐다. 이들은 안기부의 예산을 관장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사금고지기’ 역할까지 맡았다. 엄씨는 노태우 정권 5년 중 무려 3년씩이나 기조실장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의 총애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엄씨는 YS정부가 들어선 뒤 1993년 병무청장으로 기용됐으나 곧바로 슬롯머신 사건에 휘말려 낙마했다. 이후 끊임없이 정치적 재기를 노렸다. 1997년 대선 때 재경 경북도민회장을 맡으면서 반대편에 섰던 DJ 진영에 합류했지만, 이듬해 대구 달성 보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어 패배하는 등 정치 재기가 여의치 않자 체육계로 돌아섰다.

군 시절 국군체육부대장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부회장(1993년),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회장(1998년), 한국씨름연맹 총재(1999∼2002년) 등을 지냈다. 민주당 부총재와 대구시지부장을 역임하고 2002년 탈당한 뒤 또 다시 2005년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처리되면서 완전히 정치생명을 잃었다. 그리고 2008년 2월 지병인 당뇨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68세.

이렇게 국민들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6공 실세 엄씨가 최근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의 유족과 옛 측근이 3년째 소송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들은 강남 수백억원대 빌딩을 두고 한 치 양보 없는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때 가깝게 지내던 이들은 무슨 이유로 어쩌다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것일까. 사건은 엄씨가 별세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엄씨의 유족에 따르면 엄씨는 사망 직전 지인에게 “차명으로 맡겨 놓은 강남 빌딩을 찾아 달라. 내 소유인데 다른 사람 명의로 명의신탁을 해 놓은 것이니 원래대로 내 가족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엄씨는 인감증명이 첨부된 확약서와 위임장, 각서 등도 건넸다. 문서엔 ‘위 부동산은 본인 명의로 돼 있으나, 부동산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엄삼탁이고 본인은 단순한 명의수탁자입니다’란 내용이 적혀있었다.

유족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주였던 권모씨 등이 엄씨로부터 돈을 빌렸는데, 이를 변제하기 위해 2000년 부동산을 엄씨에게 팔았다”며 “당시 강남에 신축 중인 빌딩의 부지를 다른 사람의 명의로 옮긴 뒤 공사비용을 엄씨가 대줘서 2001년 건물을 완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인에 대한 계좌 추적을 피하기 위해 엄씨가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 명의를 맡기고 관리하도록 했던 것”이라며 “엄씨는 실소유주가 노출될 만한 금융 자료를 전혀 남기지 않는 등 빌딩과 토지가 다른 사람의 재산으로 보이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자금 추적 피해 숨겨둔 재산”
무슨 돈으로…출처 의문 증폭


‘명의신탁’은 소유관계를 공시하도록 돼 있는 부동산 등의 재산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제3자의 명의로 등기부에 등재한 뒤 실질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종중(문중)재산의 위탁관리 등을 인정하기 위해 허용된 당사자간의 계약관행으로, 그동안 법률적인 규정이 없어 취득세·양도세 등의 조세부과를 회피하거나 각종 규제를 피하는 등 재산도피 수단으로 악용됐었다. 그러나 1995년 7월부터 시행된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외조항을 제외하고 명의신탁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엄씨가 자신의 빌딩을 명의신탁했다고 지목한 사람은 생전 측근인 박모씨였다. 박씨는 엄씨의 고교 1년 선배로, 평소 호형호제하던 막역한 사이였다. 박씨는 이같은 각별한 친분으로 엄씨가 회장을 맡았던 국민생활체육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또 엄씨가 한국씨름연맹 총재로 재직할 때 연맹 이사로 함께 일하기도 했다.

“차명건물 찾아달라”
사망 전 유언 남겨
 
엄씨의 사망 직후 지인에게 유언을 전해들은 유족은 명의수탁자인 박씨에게 빌딩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씨는 “내가 엄씨로부터 사들여 소유권을 이전받은 빌딩”이라며 유족들의 반환 요청을 거부했다.

박씨는 “내가 엄씨에게 130억원을 주고 신축 중이던 건물과 땅을 샀다. 이후 내 돈 160억원을 더 들여 건물을 완공했다”며 “매매대금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지불했는데, (엄씨와 작성한) ‘잔금 완불 시 그 전의 관련 문서는 모두 효력을 상실한다’는 내용의 확약서까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거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내 명의의 7개 계좌에 매달 일정액을 입금하면 엄씨가 그 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빌딩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엄씨의 유족과 박씨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빌딩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박씨 명의의 ○○빌딩은 2001년 5월 XXX-XX번지 외 2필지에 지어진 지하 6층 지상 18층 건물로, 대지면적 1128㎡(약 340평)에 연면적 1만6690㎡(약 5100평) 규모다.

이 빌딩의 매매가는 약 600억원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건설교통부 조회 결과 빌딩 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1월 기준 단위면적(㎡)당 2990만원으로 나타났다. 땅값만 약 34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여기에 국세청이 산정한 건물 기준시가를 더하면 총 50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이 빌딩은 건축된 지 10년 정도 됐지만 대한민국 중심인 강남, 그중에서도 ‘노른자 중 노른자’라 할 수 있는 테헤란로 변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지가와 기준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빌딩과 비슷한 규모의 주변 빌딩들이 60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박씨는 빌딩 신축 전 부지를 먼저 사들였다. 등기부등본상 땅 주인이 된 것은 2000년 4월. 박씨는 1980∼90년대 잘나가던 △△그룹 오너 권씨 형제로부터 토지를 매입했다. 이듬해 7월엔 완공된 빌딩 소유자로 등기됐다.

문제는 엄씨가 세상을 뜨면서다. 유족인 부인 정모씨와 두 아들은 엄씨가 사망하고 일주일 뒤 박씨를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하는 한편 박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명의신탁 무효로 인한 소유권보존등기말소를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반환 요구 거부하자 민·형사 ‘줄소송’
형, 대법원 “증거 없다”측근 손들어 
민, 1심 측근 ‘승’…2심선 유족 ‘승’


우선 형사 소송은 박씨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7월 대법원이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박씨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대법원 형사재판부는 “박씨의 딸이 엄씨의 부인에게 80억원에 합의를 시도하는 등 박씨가 엄씨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그를 위해 관리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박씨가 명의수탁자였다는 사실이 의심의 여지없는 진실이라는 확신을 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아내·자녀에 넘겨라”
원심 깨고 유족 승소

하지만 민사 소송은 1·2심이 각각 다른 결과가 나왔다. 1심은 박씨의 승소.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는 지난해 1월 엄씨의 유족이 박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보존등기말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엄씨가 지인 권모씨 등으로부터 토지 및 미완성 건물을 박씨의 명의로 사들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엄씨가 권씨 등으로부터 토지 등을 산 뒤 등기를 생략한 채 박씨에게 팔았으며 박씨는 대금을 여러 차례 나눠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로부터 약속어음을 교부받은 것과 130억원에 이르는 매매대금을 수차례 분할해 지급하는 방식도 매우 이례적이기는 하나 정치인인 엄씨의 신분상 자금추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러한 매매대금 지급 방식이 약정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박씨는 엄씨로부터 사들인 미완성 건물을 160여억원을 들여 모두 지었고 이 과정에서 엄씨는 자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실제 건축주의 사정으로 미완성인 건물을 인도받아 완성했을 경우 완성을 한 사람을 소유주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2심에선 유족이 이겼다. 서울고법 민사31부는 지난 2일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이 건물 소유권 가운데 엄씨의 아내에게 지분 7분의3을, 두 자녀에게 각각 7분의2씩 이전등기하라”며 “원고 측의 주된 청구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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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