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엘리엇 실체 해부

잊을만하면 나타나 ‘감놔라 배놔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전방위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엘리엇은 과거 적폐 청산과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 중인 우리 정부의 약한 고리를 파고드는 모양새다. 엘리엇이 국내 정부와 재계를 상대로 공세를 강화하면서 그 실체와 속셈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28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그간 공정위로부터 해결 압박을 받아온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시키고 이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이 합병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를 기아차 산하 기업으로 만들어 현대모비스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구상이었다. 

3년 만의 귀환
대기업 노리다

그간 증권가서 많이 거론됐던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3사를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정리해 현대모비스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고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직접 지분 매입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증권가서도 호평이 쏟아져 현대차의 구상은 곧 현실화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일주일 후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달 4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투자자문사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의 보통주 10억달러(한화 약 1조500억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의 추가 조치를 주문하고 나섰다. 


일단은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다. 하지만 과거 삼성그룹이 추진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강력한 태클을 걸었던 전력 때문에 이번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과정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투자금융업계가 엘리엇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주시하는 이유다. 
 

엘리엇은 일반적으로 행동주의(Activism)를 표방하는 헤지펀드(hedge fund)로 분류된다.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기업형 펀드다. 이 중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주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택한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전략으로는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지배구조 개편 등이 있다. 한마디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 관철시키는 펀드다. 

과도한 기업 경영권 침해로 인해 일각에선 ‘기업 사냥꾼’으로 매도되기도 하지만 헤지펀드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행동주의 펀드의 투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977년 미국서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 폴 싱어가 설립한 헤지펀드다.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의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최근까지 순 투자 수익은 14.6%이며 현재 전체 운용자산은 340억달러 이상이다. 

엘리엇의 포트폴리오 중 3분의 1 정도는 부실 채권을 초저가에 사들여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2014년 아르헨티나를 두 번째 국가부도 사태로 몰아넣은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2001년 아르헨티나가 950억달러 규모의 국가부도를 냈을 때 아르헨티나 정부는 자국의 국채를 매입한 해외 투자자들과 여러 차례 협상을 벌여 채무의 70% 내외를 탕감받았다. 하지만 엘리엇 등 헤지펀드들은 국채 탕감을 거부했다. 

특히 엘리엇은 국가부도 당시 4800만달러라는 폭락가에 구입한 아르헨티나 국채에 대해 액면가 6억3000만달러의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 

국가부도 몰아
여러나라 피해

헤지펀드들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약 15억달러의 국채를 상환하기 전까지는 채무 조정된 다른 빚들도 상환할 수 없게 해달라고 미국 법정에 소송을 걸었고, 2014년 6월 미국 대법원은 엘리엇 등 헤지펀드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궁지에 몰렸다. 

아르헨티나로서는 헤지펀드들에게 액면가로 전액을 상환하게 되면, 앞서 채무 조정을 약속한 다른 채권자들에게도 같은 조건을 적용해야 했다. 결국 아르헨티나 정부는 13년 만에 다시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엘리엇은 비슷한 전략을 페루 등 빈곤 국가에 적용해 거액을 벌어들였다. 2000년 말 반정부 시위의 격화로 망명을 모색하던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이 사례다. 엘리엇은 액면가 200만달러어치의 페루 국채를 1140만달러에 사들인 뒤 액면가와 이자를 합쳐 5800만달러의 지급소송을 냈다. 

페루 정부가 돈을 내지 않자 해외로 도피하려는 후지모리 대통령의 전용기를 압류해 원하던 금액을 모두 받아냈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관련 투자서도 2003년 미국 피앤지(P&G)가 독일기업 웰라를 인수하며 제시한 우선주의 가치가 부당하다며 독일 펀드와 손잡고 주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2006년에는 스위스 인력컨설팅업체 아데코가 독일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해 지분가격을 주당 54.5유로서 113유로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엘리엇은 헤지펀드 특성상 특정 기업 주식을 사들여 일정 의결권을 확보한 뒤 그 기업의 약한 고리를 공격하며 주로 단기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리도록 요구하기도 하고,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하기도 하며 때로는 지배구조 개선, 자산매각, 자기편 이사 선임 등도 요구한다. 

국내서 엘리엇이 이름을 알린 것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추진할 때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약 7000억원에 매입한 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가치를 높여 팔고 나갔다. 

이어 2016년에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설이 퍼졌을 때 지분 0.67%를 인수한 후 30조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하고 최소 3명의 독립적인 이사 선임과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1조원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무기로 지배구조 개선 추가 조치와 이익 주주환원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어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노골적인 주가 띄우기라고 비판받았다. 


엘리엇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부를 상대한 것이다. 엘리엇은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3일 우리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재의향서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후 약 3년이 지난 시점에 엘리엇이 이 문제를 다시 들고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국정 농단 걸림돌
정부 압박하기?

엘리엇은 2015년 6월 합병을 결정하는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의를 금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 등을 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지며 특검은 국민연금이 직권을 남용해 합병에 찬성했다고 판단했고, 법원은 1·2심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에 손해를 초래(업무상 배임죄)했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는 엘리엇이 ISD에 나설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결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기업의 법무 담당 임원은 “2015년 합병이 진행된 시기는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던 때”라며 “주가 하락이 합병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엘리엇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이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재판을 지켜보면서 치고 들어갈 우리 정부의 ‘약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엘리엇이 우리 정부에 ‘앞으로 있을 한국 기업에 대한 경영권 공격에 개입하지 말라’는 신호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엘리엇은 현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라’며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런저런 기업의 일에 정부가 함부로 개입했다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고했다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엘리엇의 제안은 금산분리 원칙을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제안”이라며 현대차를 두둔하는 듯한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관계자는 “35년간 연 평균 20%가 넘는 수익을 올린 엘리엇이 ISD를 통해 얻는 실익은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비용을 고려할 때 그다지 크지 않다”며 “다른 곳에 투자해 얻는 이익이 더 큰데도 ISD를 감행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엘리엇이 노리는 한국 기업은 삼성·현대차만이 아니다”라며 “지배구조 개편, 주주 이익 환원 등을 요구하며 한국 기업을 압박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에선 정부가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를 힘들게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 측은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각종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서 합병 적절성 논란이 다시 불거진 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는 엘리엇의 중재에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 경우 엘리엇은 3개월 후인 7월부터 한국 정부에 대한 제소가 가능하다. 

정부는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등과도 중재 없이 ISD에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이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 명확하게 입증돼야 하는데 중재의향서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담겨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엘리엇의 행동은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 청산과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맞물려 있는 약한 고리를 공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약점 간파해야…
적절한 대응 필요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의 사례를 봐도 엘리엇은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집단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정부를 상대로 한 엘리엇의 공격은 자신들의 이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우리 정부 길들이기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헤지펀드 특성과 약점을 간파해 적절한 대응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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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