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오싹’ 공포체험 성지 베스트10

전국 폐가 수만채…이번 피서는 여기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영화 <곤지암>의 흥행이 성공하며 전국에 공포체험 붐이 일고 있다. 이슈가 됐던 국내 공포체험 장소들은 수십 곳에 달한다. 세월이 흘러 대부분 리모델링됐거나 철거됐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공포 매니아들 사이서 회자되고 있는 명소들. <일요시사>서 자세히 알아봤다. 

▲곤지암 남양정신병원 = 영화 <곤지암>이 관객수 260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이 됐다. 영화에 모티브가 된 곤지암 남양정신병원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길 114에 위치해 있다. 영화서처럼 원장의 자살로 폐업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사실무근이며 건물주가 미국에 사는 관계로 관리가 안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2011년 6월 건물주가 대리인을 내세워 관리를 시작했다. 여기가 논란이 많은 이유는 ‘CNN 선정 7대 괴기 장소’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소설 같은 소문
괴기현상 계속

▲늘봄가든 = 충북 제천시의 ‘늘봄가든’은 90년대 중반 제천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약 20%가 이 가게 앞 도로서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며 유명해진 곳이다. 이곳에 대한 소문은 한편의 소설 같다. 

늘봄가든은 아주 맛있다고 소문 난 고깃집이었는데 주인 부부에게 식물인간이 된 딸이 있었다. 지극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딸은 결국 죽었고, 얼마 후에는 부인이 종업원과 함께 거래처에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졸지에 딸과 아내를 잃은 남편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주방서 가스를 틀어 자살했는데, 이후부터 이곳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발생해 결국 흉가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늘봄가든에 대한 이야기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곳의 원래 주인은 친구 사이로 동업했으며 폐업 이유는 가게 앞에 4차선 고속도로가 생기며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복잡한 채무관계가 얽혀 건물이 방치되며 흉가로 전락한 이 곳은 2012년 카페 등으로 리모델링된 후로 이제는 흉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영덕 흉가 = 경상북도 영덕군 남정면 동해대로 3533-10 소재. 달님펜션 인근에 있으며 한때 황금목장, 늘봄가든과 함께 ‘국내 3대 흉가’로 통했다. 

한국전쟁 때 지하실에 사람들이 숨었다가 폭격으로 몰살당해 원귀가 됐다거나 학도병들의 시신을 묻은 곳이라는 설이 있다. 이곳에 왔다가 환각 및 환청을 겪는 사람도 많고 기계가 망가지는 현상을 겪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한 TV 프로그램서 밝힌 바로는 집 뒤쪽 산에 큰 레이더 기지가 있어서 강렬한 전자파와 자기장이 나오기 때문에 환각을 보거나 전자기계가 망가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설로는 원래 횟집이었던 건물이 가게 앞 도로가 확장되면서 오히려 차량 진입이 여의치 않게 되자 원래 가게 주인이 장사를 접었다고 한다.

<곤지암> 260만명…올 여름 ‘공포 붐’ 예상
전해지는 소문과 사연 마니아들 호기심 자극

그러나 레이더기지의 영향이라면 다른 집도 같이 영향을 받아야 하는데 이 집만 영향이 있다는 반론도 있고, 또 다른 프로그램에선 원래 가게 주인이 인터뷰를 통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흉가”라고 말했다는 주장이 있어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인터넷 상에서 실제로 통학하고 원생으로 있었다는 경험담을 추억삼아 말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다만 어린 시절 다녔던 유치원이 공포 체험장으로 쓰이거나 근거 없는 루머가 퍼지는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도 종종 있으니 주의. 실제 원생으로 있었던 사람의 추측으로는 위 소문은 근거없는 루머고 그냥 경영난 문제나 원장이 고령이 됐기 때문이라는 이유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추정된다고 한다.

▲오산 계성제지 = 경기도 오산시 오산천로 128 소재. 오산역을 지나 철로 건너편에 있다. 웅장한 폐공장과 어마어마하게 넓은 부지에 걸맞게 수많은 귀신들이 떠돌아다니며 사고로 인해 끔찍하게 죽은 원혼들이 많아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큰 화를 면치 못한다는 경험담들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귀신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로 많은 호러 매니아들에게 각광받는 곳이었다. 현재는 입구는 철저하게 봉쇄돼있고 좌측의 초소에는 경비들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랜드마크 등극
익사사고 발생

이 곳에 방문했던 어떤 사람이 경비에게 진실을 물어본 결과 이 곳은 원래 계성제지 오산공장으로 회사 재정난 때문에 문을 닫았다고 하며 직후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난 후 수많은 불청객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불량 청소년들의 비행 장소, 사진 동호회 출사, 공포카페의 흉가체험 등이 빈번해지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자꾸 발생해 지금은 24시간 철통 보안을 유지하는 중이라고 한다. 몰래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개인 사유지므로 함부로 들어갈 경우에는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10년 동양건설산업이 부지를 매입해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하려 했으나 2011년 해당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바람에 사실상 무산됐다. 

오산에는 ‘오산 3대 흉물’이라는 이름으로 10년 가까이 공사 방치 중인 ‘오산 버스터미널’, 근 30년 가까이 공사 방치 중인 ‘오산 호텔’, 70년대 만들어져 관리감독사의 도산으로 80년대부터 이미 흉물이 된 ‘오산 종합시장’이라는 또 다른 거대 폐건물이 존재하니 폐가 매니아들은 늦기 전에 들려볼만한 폐가 전문 도시다. 

아쉽게도 오산터미널은 공사가 다시 시작됐고 오산호텔은 2017년 현재 철거됐다.

남은 건 오산 종합시장과 계성 제지뿐인데 오산 종합시장도 철거가 예정됐다. 진정한 오산 흉물 계성제지는 당분간 오산의 랜드마크로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충일여자고등학교 = 대전광역시 유성구 원내동 156 소재. 본래 이 학교는 이곳에 있었던 충남방적(현재 SG충남방적) 공장서 일하는 여공들을 위해 1979년에 개교한 산업체 부설학교였다. 당시 여공들이 3교대로 일을 하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서 개교됐다. 


한때는 전국서 많은 학생들이 몰렸으나 시대가 흐를수록 한국 섬유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충남방적은 경영난에 시달렸고, 이에 따라 직원들 수도 대폭 줄어들면서 2005년 2월 폐교됐다. 

민간인 학살?
심령사진 스팟

폐교 후 충일여고 건물과 부지는 충남방적 부지와 함께 건설업체인 부영이 인수했다. 하지만 학교 교실은 그대로 방치돼있으며 온갖 집기들이 부서지는 등 흉물스럽게 변했고 현 소유자인 부영도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을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방송에도 몇 번 나오고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폐교 체험 코스로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2016년 8월에는 한 남성이 공포 체험을 위해 방문했다가 고인 물에 빠져 익사하는 사고를 당했다.

▲파주 흉가 =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리(세부 주소 불명) 소재. 문산역 인근에 있었으며 흉가 동호회서도 체험을 꺼릴 정도로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말이 돌고 있는 곳이었다. 

채널A의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서 2012년 7월23일 방영된 내용에 따르면 살고 있던 거주자가 자신의 고향이 개발되면서 그곳으로 이주를 하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폐가가 됐던 곳이며 흉가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이다. 말이 많아서인지 2014년경에 철거됐다.


▲경산 안경공장 = 경상북도 경산시 평산1길 37-35 소재. 백자산 산기슭에 위치했던 코발트 폐광으로 주변에는 대구한의대학교, 대구미래대학교가 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코발트를 채굴하던 광산이었으며 코발트가 고갈되자 폐광이 됐다. 인터넷 등지에 퍼진 소문으로는 1960년대 섬유공장이 들어섰는데 화재로 공장이 망해 사장이 자살했으며 그 후에 들어선 구두공장도 같은 이유로 망해 역시 사장이 자살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들어선 것은 안경공장이라고 하는데 사장이 미쳐 공장과 기숙사에 불을 질러 22명의 직원이 모두 죽고 사장도 자살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안경공장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모두 미확인된 소문일 뿐이다.

1988년 이곳에 세워졌던 안경공장인 ‘국제광학’이 1997년 부도로 문을 닫은 것일 뿐이라고 한다. 

유명세로 리모델링·철거
소유주 있는 곳이 대부분

이 곳은 사실 한국전쟁 때 국군에 의해 보도연맹을 포함한 민간인, 재소자 학살이 일어난 후 유해들을 폐광 갱도로 집어던진 곳으로 당시 약 3500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돼 수백구의 유해가 발굴됐으나 2008년 무렵 인터불고 경산컨트리클럽 진입로를 개설하고 안경공장 건물을 파티마요양병원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상당량의 유해가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학살이 벌어진 코발트 폐광은 파티마요양병원 뒤에 여전히 있는데 철문으로 굳게 막아놨으나 아직도 무속인이나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지 주변에는 양초, 과자봉지, 술병 등 쓰레기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거기다 과거 유해 발굴했을 때 사용하던 도구들이 돌아다니고 발굴 현장이 그대로 방치돼있으며 컨테이너 안에는 유해들이 여전히 보관돼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갱도 내부에 얼마든지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리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이 곳은 2014년 9월27일 <그것이 알고 싶다>서도 다뤄졌는데 방송 초반은 괴담 소개로 시작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도연맹 학살 문제를 중점적으로 방송했다.

▲나주 흉가 = 전라남도 나주시 노안면 장동리 소재(세부주소 불명) 장림마을 인근에 있었다는 것만 알려졌으며 한때 무속인들이 굿을 했지만 계속 몰려드는 귀신들 때문에 10명이나 돌연사 및 의문의 질병으로 죽어나갔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속인들이 가기 꺼려하는 흉가였으며 나주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깎아내린 흉가다. 

그 밖에도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상당히 악명히 높은 폐가였으나 2014년 10월 철거됐다. 철거하려는 도중에 포크레인이 멈췄다는 설도 있었다. 철거된 이후 외국인 부부가 그 터에 집을 새로 짓고 살고 있다고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화성 백합어린이집 = 경기도 화성시 병점중앙로22번길 25 소재. 서동탄역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1995년에 개원했던 곳이다. 정문에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남수원중앙교회’라는 아치 구조물이 있는 정문이 있어 교회 부설로 보인다.

수업 도중에 화재가 발생해 80여명의 아이들이 그 자리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뒤 불에 탄 폐허로 방치됐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기이한 일들이 끊이지 않으며 심령 사진들도 심심치 않게 촬영되는 곳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거기다가 마을 전체가 유령마을처럼 텅 비어있어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진실은 어린이집서 화재 사고가 난 적도 없고 동탄신도시 개발 때문에 마을에서 주민들이 모두 떠나버리면서 자연스레 백합어린이집도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건물에 남아있던 불길에 그을린 자국은 바로 어린이집 폐업 이후에 소방서에서 실시한 방재 훈련 때문이었다고 한다. 2016년 현재 건물은 철거됐고 어린이집 인근 마을까지 아파트 건설로 싹 밀렸기 때문에 찾아가도 흔적조차 없다.

<곤지암>의 흥행으로 매니아가 아닌 일반인 사이서도 ‘한 번 가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작정 소개된 곳에 들어간다면 범죄자가 되기 십상이다. 전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치된 집, 아파트, 건물 등이 수만 채~수십만 채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 않다. 

주인 있는데…
무단침입 주의

이런 이미지를 살려 사람들이 체험을 할수 있도록 만든 곳이 있는가 하면 이미 철거됐거나 다른 용도로 리모델링된 곳이 많다. 대부분 관리가 되지 않을 뿐 소유자나 관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함부로 들어가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무단침입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그곳이 소유자와 관리자가 없는 폐가라고 해도 무단침입죄가 아닌 경범죄 처벌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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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