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4월15일에 일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신민당의 김영삼 총재가 신민당 속초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기자들에게 ‘20세 이상’으로 제한돼있는 선거권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김 총재는 18세로 선거권을 낮출 경우 180여만 명의 유권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젊은이들의 지적 수준이나 사회적 공헌을 감안할 때 선거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시 김택수 국회헌법개정심의특위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여건상 18세로의 선거연령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거부한다. 이와 맞물려 집권당이었던 공화당도 현행 20세를 주장하자 정치권은 ‘모든 국민은 성년이 되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공무원 선거권을 가진다’로 합의하기에 이른다.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선거연령 18세 논의는 신군부의 등장으로 수면 아래로 잠기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권 말기 개헌 과정서 선거 연령 규정을 헌법이 아닌 법률에 위임하게 된다.
이어 노무현정권 시절인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20세 이상이 19세 이상으로 바뀌며 선거연령이 하향 조정됐다. 그리고 최근에 선거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주장을 요약하면 김 전 대통령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학년제와 연계한 주장은 당시 집권당이었던 공화당과 맥을 같이한다. 38년이란 기간이 경과했지만, 그 양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를 살피면 필자의 정치권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이 그르지 않음을 알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사회는 급격하게 발전하는데 우리 정치권은 그 역으로 치닫고 있다는 일관된 주장 말이다.
각설하고, 우리 정치판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필자의 입장서 바라볼 때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은 근본적으로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 18세 청소년의 자질 여부가 아니라 이 나라 정치판의 실상을 제대로 살피고 접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서 18세 청소년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했을 때 발생할 문제들을 예측해보자. 당선을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우리의 정치 현실을 살필 때 선거기간 중 혹은 그 이전에라도 학교는 아수라장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필자가 왜 이렇게 확단할까. 멀리 볼 것도 없다. 선거기간 중 우리가 목격했던 현상을 살피면 바로 답이 나온다. 이웃 간 심지어 가족 사이에도 정치꾼들의 이전투구에 휘말려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모습을 살피면 된다.
18세 쳥소년은 순수한 의미서 접근하고자 하지만 더럽고 추잡한 정치 현실이 그들의 순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에 대한 상처는 고스란히 청소년들에게 돌아가게 돼있다.
필자의 변에 대해 18세 청소년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들은 정치꾼들에게 휘둘릴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고 말이다. 이는 그저 말로 끝나게 되어 있다. 그 심리까지도 철저하게 악용하는 게 현실 정치꾼들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당부하자. 18세 청소년은 정치꾼들의 봉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소중한 자산들이다. 아울러 그들을 정쟁의 도구로 삼기 이전에 그들의 순수한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성숙한 정치 문화를 형성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기울이라고 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