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자유한국당-경찰 전쟁 막전막후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인사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을 놓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경찰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당 대변인이 ‘미친개’ ‘사냥개’ 등 격한 언사로 경찰을 비난하자 수사 책임자인 울산지방경찰청장이 SNS에 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현직 경찰들도 한국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 측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경찰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몰랐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과 14만여명의 직원을 둔 경찰 조직이 정면충돌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6일, 울산시청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 A씨가 지역 건설공사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 일행을 지난달 21일 보안검색 없이 항공기에 탑승시킨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등 관계자 2명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울산 중부경찰서에 불려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국당과 경찰 전쟁의 시작이었다.

외나무다리
갈등 시작은?

울산 경찰이 연달아 한국당 주요 인사와 관련한 수사를 이어가자, 장제원 한국당 수석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논평을 통해 “경찰이 급기야 정신줄을 놓고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고 비난해 논란을 자초했다. 

홍 대표도 지난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선거를 앞둔 울산시장을 음해하려는 경찰의 이번 작태는 선거 사냥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날 열렸던 북핵폐기추진위 전체회의서도 홍 대표는 “소수의 검찰이 준동해도 (검찰이) 사냥개 노릇해도 힘든데 이런 엄청난 다수의, 전국에 읍면 단위 동네 구석구석에 1만4000명이 포진한 경찰한테 검찰과 동등한 수사권을 주면 그들이 떼거리로 달려들면 끔찍하다”고 발언했다. 

현직 경찰들은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사과를 요구했다. 현직 경찰들이 거대 보수 정당을 상대로 이처럼 거세게 반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달 23일 현직 경찰관 7000여명으로 구성된 경찰의 온라인 모임 ‘폴네티앙’은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경찰을 대놓고 모독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 “공당 대변인이 대한민국의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로 만든 데에 대해 14만 경찰관과 전직 경찰, 그리고 그 가족들은 모욕감을 넘어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나라 곳곳서 불철주야 국민의 안전을 위해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장 의원 눈에는 함부로 대해도 좋은, 하찮은 존재로 보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폴네티앙은 “법 집행기관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법치주의의 근간”이라며 “정치적 의도로 적법한 경찰 수사를 흔들어 대한민국 법치를 훼손하려는 (장 대변인은) 언행을 삼가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폴네티앙은 “장 의원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정도의 표현을 하여 14만 경찰과 가족들, 경찰관을 지원하는 수험생과 관련 학과 학생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며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과”를 장 대변인에게 요구했다. 

‘미친개’ 막말에 분노, 항의 인증 빗발
이철성 청장 눈물 글썽 “같은 마음”


이어 “우리는 경찰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며 “(장 대변인은) 경찰도 엄연한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주권자임을 명심하고 그에 합당하게 존중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성명과는 별개로, 현직 경찰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장 대변인을 비판하는 인증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항의를 이어갔다. 

경찰인권센터 페이스북 그룹에는 현직 경찰들이 “돼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는 무학대사의 경구를 인용해 장 대변인을 비판하는 인증 사진 릴레이가 이어지기도 했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25일 SNS에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힘들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이 문제의 논평을 내고 이에 대해 경찰공무원들의 반감이 거세게 번져나간 지 만 하루가 지난 뒤의 일이었다. 

황 청장은 글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울산경찰의 수사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며 “더구나 그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거칠어 심한 모욕감으로 분노감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한국당에 한껏 날을 세웠다. 

한치 양보 없다
수장들 맞비난

황 청장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서 자당 소속 후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할 것”이라면서도 “그간 공식 대응을 자제하며 참아 왔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항의방문 오신 국회의원들과 언론을 상대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공개적으로 충분히 소명해 왔음에도 울산경찰의 수사, 나아가 경찰조직 전체에 대한 참기 힘든 모욕적 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황 청장은 김기현 시장 주변인에 대한 수사에 대해 “경찰에 대한 야당의 모욕적 비판은 경찰이 공작수사, 기획수사, 편파수사를 한다는 주장에 기초하고 있다”며 “과연 합리적 근거가 있는 주장인가? 아니면 합리적 근거 없이 야당인사를 상대로 한 수사이니 무조건 편파수사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공박했다. 

황 청장은 압수수색 시점이 하필 한국당 울산시장 공천 발표일이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1월 초부터 시작해 수사 계획 수립, 관련자 조사, 통화내역 조사 등에 두 달 정도가 소요됐고 3월 들어 증거물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공천 발표일에 일부러 맞추려야 맞출 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여당 유력 인사인 송철호 변호사를 수 차례 만난 것이 ‘선거용 기획 수사’의 증거라는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야당 국회의원들도 1∼2차례씩 만났고, 그 즈음에 (김기현) 울산시장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만났다”며 “야당 국회의원과 시장을 만나는 건 괜찮고, 여당 인사를 만나는건 부적절한 처신인가?”라고 정면 반박했다. 

황 청장이 이처럼 조목조목 한국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도랑을 흙탕물로 만든다”며 “14만 경찰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주는 떡도 마다하는 울산 경찰청장의 행태를 보니 경찰 수사권 독립은 아직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청부 수사를 계속하면 할수록 우리는 지방선거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치안본부장 발표,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일부 경찰 간부들의 행태는 결과적으로 우리를 도와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과 했지만
싸늘한 경찰

김성태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서 “‘대통령의 친구’라고 일컬어지는 후보(송 변호사)의 당선을 위해, 김기현 시장을 떨어뜨리기 위한 추악한 정치공작 음모의 중심에 황운하 청장이 있다”고 역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며 “경찰 스스로가 구태의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경찰을 사랑한다. 앞으로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경찰을 ‘미친개’라 비난했던 논평을 사과했다. 장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치신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의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논평이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 경찰을 명시한 논평이었다. 경찰이 국민의 공복으로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 경찰들은 반드시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저는 경찰을 사랑한다”며 “의정생활 중 4년을 행정안전위원으로서 경찰의 인권과 권익향상 그리고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14만 경찰관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퇴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도 이날 한 언론사에 낸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치안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인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불철주야 활동하고 있는 15만명의 경찰과 135만명의 경우들의 헌신, 그리고 국민들의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울산경찰청의 정당한 수사에 대한 장 의원의 비난과 모욕적인 언사와 관련해 끓어오르는 모욕감을 억누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철성 경찰청장도 ‘경찰은 미친개’ 발언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에 공감을 표했다. 

“냉정을 찾자”며 자중을 당부했지만 분노가 잦아들지 않자 속내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지난달 30일 전국 경찰 화상회의서 “한국당의 논평 후 경찰 총수로서 강하게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직 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도) 같은 마음이었지만 국민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 대표 “검경 수사권 조정 재검토” 
경 “구걸하지 않겠다” 강경 기류 

이 청장은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글썽이며 두세 차례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상회의에 참석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 청장 말을 듣는 동안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나 역시 목이 메었다”고 전했다. 

화상회의서 이 청장은 최대 쟁점인 수사권 조정 문제에 대해 “국민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수사구조 개혁을 놓고 경찰권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안다”며 “자치경찰제 도입과 경찰위원회의 실질화 등 경찰권을 분산시키고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제1야당인 한국당과 14만여명의 직원을 둔 경찰 조직이 정면충돌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표면상으로는 과열 분위기가 차츰 수그러들 분위기지만 논란의 무게중심이 개를 둘러싼 설전서 조직 간 ‘힘 대결’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검경 수사권 조정 재검토를 천명한 데 이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도 사개특위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단호히 대처할 뜻을 밝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치경찰제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에 쏠린 국가경찰의 힘을 줄여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시장과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의 밑에 경찰을 두고 통제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 관련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한국당의 전략은 검찰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항상 자치경찰제 시행을 요구해 온 게 검찰이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한을 줄이는 대신 경찰 조직의 힘도 축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찰 수뇌부를 비롯한 일선 경찰관 대다수가 자치경찰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선거 영향?
팽팽한 신경전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이런 한국당에 ‘수사권을 구걸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기류다. 이들은 내심 지방선거를 벼르고 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하는 15만 명의 경찰관들이 6월 지방선거서 투표로 한국당을 심판하겠다는 것이다. 

한 경정은 “경찰 조직이 15만 명에 가까운데 가족, 친인척까지 동원하면 30만표는 되지 않겠냐”며 “호남, 영남 지역에 따라 표가 특정 정당에 쏠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선 이번 선거 때 한국당을 찍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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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