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GM 철수’ 적막한 도시 군산 가보니…

목줄 풀린 개만 왔다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마저 폐쇄가 결정되면서 군산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공장 폐쇄 결정 전까지만 해도 인근에 대학과 공장들이 있어 그나마 유동인구가 확보됐던 군산시 오식도동. 하지만 군산공장의 폐쇄가 결정된 지 한 달여가 흐른 상황에 찾은 이곳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이 감돌았다.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지 한달여가 지났다. 그동안 청와대, 정부, 정당 등 사회 각계는 파국을 막기 위한 제각각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할만한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군산은 현대중공업과 한국GM이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들 두 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했다. 하지만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GM공장까지 폐쇄되자 군산 지역 민심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텅 빈 거리

한국GM 군산공장 주변의 왕복8차선도로에는 근근히 대형 트럭 몇 대만이 이동할 뿐 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문을 지나쳐 동문으로 이동할때까지 공장으로 들어가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 
한국GM지부 군산지회 관계자를 만나기위해 도착한 동문은 철제 바리케이트로 굳게 닫혀 있고 경비초소에 직원 한 명만 오고가는 차량들을 경계하며 지켜서 있었다. 직원은 언론사의 방문이 처음이 아닌 듯 명함을 받고 출입증을 건네왔다. 
 

공장 안으로 들어섰지만 그 넓은 공장 안에는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GM 쉐보레 출고사무소 역시 황량한 모습이었다. 넓은 주차공간에는 몇 대의 차량만 남아 있었고, 텅 빈 공터의 모습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공장 가동률은 20%를 밑돈 지 이미 오래다. 공장 관계자에 따르면 1500여명이 일하던 한국GM 군산공장에는 현재 100명 정도가 나와 잔무나 업무 마무리를 하고 있다. 벌써 8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 시내는 물론 멀리는 전주와 익산까지 운행하던 36대의 통근버스도 5대로 줄었다. 

공장 안 천막에서 만난 한국GM지부 군산지회 유상협 교선실장은 “암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군산공장의 폐쇄는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현대 조선소 직원들의 경우 대부분 타 지역에서 일하러 온 사람들이었고, 군산공장의 경우 대부분이 군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유 실장은 “군산에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은 GM공장 하나뿐”이라며 “공장이 문을 닫을 경우 군산의 시장경제 자체가 뒤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폐쇄 여파…흡사 유령도시
실업률 증가와 지역상권 몰락

그는 “GM 군산공장 폐쇄는 전북 도내서 GM 군산공장 노동자 1500명뿐만 아니라 하청·협력업체 노동자 수만명의 생계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는다”며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당장 극심한 생활고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 실장은 “정부가 단호한 원칙 없이 GM의 문제를 풀려 한다면 문제는 더욱 꼬이게 될 뿐”이라며 “정부가 이번 사태를 적당히 봉합하려 든다면 3∼4년 내 훨씬 더 큰 파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M공장을 빠져나와 시내로 향했다. ‘군산시민은 분노한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가 웬말이냐’, ‘피눈물로 지켜온 군산공장 폐쇄결정을 철회하라’는 플래카드가 도시 곳곳서 눈에 띄었다. 

공장서 3km 정도 떨어진 인근에는 오식도동 상권이 자리잡고 있다. 군산국가산업단지서 일하는 직원들이 사는 원룸촌과 식당, 술집 등이 모여 있는 곳이다. 

골목과 대로를 몇 번이고 오갔지만 행인조차 보기 힘들었다. 목줄이 풀린 개 한 마리만 동네를 돌아다녔다. 

가게 앞에는 철지난 고지서가 쌓여있고 중국집, 고깃집 할 것없이 가게마다 ‘임대’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있었다.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외국인 자율방범 초소 역시 컨테이너 박스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풀옵션 원룸 임대 라는 글귀가 적인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원룸촌은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된 듯한 모습이었다. 

같이 동행한 기자들의 의견은 하나같았다. 

“유령도시 같다.”

자조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한 지역상인은 “GM과 현대중공업에 완전히 의존적이었기 때문에 지역의 자생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데 이 두곳이 문을 닫으면서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살벌한 플래카드 곳곳에
시내외 버스도 팍 줄어

지역 상인들은 GM의 월급 지급이 중단되는 6월부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군산 내 가장 번화가로 꼽히는 수송동 한 건물 1층 커피숍은 문을 닫은 후 6개월 지난 지금까지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권리금도 없앴지만 문의조차 없다. 


한 고깃집 사장은 “수송동 먹자골목 80% 이상이 임대물건으로 나왔다”며 “길에 사람이 없어서 더이상 영업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한국GM은 지역의 대표적 향토기업으로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군산지역 수출의 50%, 전북 지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기업 중 한 곳이다.

공장의 위기론 철수설 등이 불거질 때부터 군산시와 군산시의회, 군산 상공인들은 앞다퉈 ‘I love 쉐보레’를 외치며 GM 차 애용 운동을 펼치며 응원의 손길을 보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GM은 오는 5월 말이 되면 최소한의 관리 직원만 남기고 ‘쉐보레의 도시 군산’을 뒤로하고 기약없이 떠날 것이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GM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대규모 실업 사태가 우려되는 군산을 산업위기 특별대응지역 및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또 협력업체와 소상공인 등에 대한 대규모 금융 지원과 함께 민생안정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특별교부세와 전북도의 특별조정교부금이 지원된다. 

지역 붕괴


전북도는 특별자금을 긴급 투입해 도내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경영 안정화를 꾀하고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위기 상황에 따라 긴급복지 급여를 지원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GM 사태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세정지원, 전북도교육청은 GM 실직자 자녀에게 교육비 지원 등 정부 부처나 지자체가 충격을 완화하려는 발빠른 움직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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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