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73)제안

사로잡힌 백제의 비장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장군, 그런데 저 산의 이름이 무엇이오?”

의직이 산을 주시하다 이내 주변에 늘어선 병사를 바라보았다. 한 병사가 우물쭈물 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백화산이라고 산 중에 옥문곡이 유명합니다.”

“지금 옥문곡이라 하였는가?”

“그렇습니다, 대감.”


중상이 옥문곡을 되뇌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왜 그러시오, 대감.”

“옥문곡이면 적의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럽니다.”

“도대체 옥문곡이 뭐기에?”

원망의 눈빛

옥문곡, 십여 년 전 일이었다. 백제의 장군 우소가 신라를 침공하기 위해 매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신라의 궁궐 서쪽에 있는 옥문지에 두꺼비들이 떼로 모인 일이 발생했었다.

그를 살핀 선덕여왕이 백화산에 있는 옥문곡에 백제의 병사들이 매복하고 있을 터이니 그를 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신라의 장군이던 알천과 필탄이 반신반의하며 그곳에 이르자 백제의 군사들이 매복하고 있었다.

사전에 발각된 백제 군사들이 신라군에 의해 참몰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그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한다는 이야기입니까?”

중상을 바라보는 의직의 표정이 마뜩치 않게 변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고 이 지점이 매복 장소로 그만이라는 말입니다. 여하튼 수색병이 나갔으니 잠시 그들을 기다려 봅시다.”

의직이 신라군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 수색나갔던 병사들이 돌아왔다.

“어떤가?”

“대감께서 속으신 듯합니다.”

“뭐라!”

“신라군의 깃발은 보였으나 군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상이 막 뭐라 말하려는 순간 의직이 고개를 돌려 병사들에게 서둘러 신라군을 쫓으라 명을 내렸다. 

명에 따라 비장들이 앞을 다투어 산으로 내달렸다.


의직이 중상을 원망스런 눈치로 바라보며 저도 군사들의 뒤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백제의 주력군이 숲에 들어서기 무섭게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신라군이 응전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을 간파한 백제군이 온 힘을 다해 신라군을 치며 뒤를 쫓았다. 

백제군이 막 신라군의 후미를 잡았을 시점에 북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백제의 의직은 어서 목을 내놓지 않고 뭐하는 게냐!”

우렁찬 고함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상장군 김유신’이라는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그 옆에 칼을 든 유신이 신라 병사들을 독전하고 있었다.


순간 당황한 의직이 급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세 갈래로 난 숲에서 화살과 커다란 그물이 거세게 쏟아져 나왔다.  

함정임을 깨달은 의직이 급히 퇴각 명령을 내렸으나 이미 앞서 나간 백제 군사들은 화살에 그리고 그물에 걸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순간적인 전세의 역전으로 백제군이 정신없이 퇴각하여 요거성에 들어 성문을 닫았다. 

중상이 잠시 한숨을 돌리고 인원을 살피자 태반이 돌아오지 못했다.

“나 신라의 김유신이오. 의직 장군은 얼굴을 내미시오.” 

포로들과 성주 가족의 유골 교환
기세를 몰아 백제 국경 공략하다

중상이 혀를 차며 의직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중에 성 밖에서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중상이 다시 의직을 바라보았다. 

사색으로 변한 그의 모습을 흘낏 살피고는 대신 성루로 올라갔다. 

성 아래 저만치에 김유신 기를 들고 있는 병사 옆으로 김유신과 사로잡힌 백제의 비장 여덟 명이 죽을상을 짓고 서 있었다.

“김유신 장군. 나는 백제의 좌평인 중상이오. 내게 대신 말하시오.”

“누구라도 좋소. 내 긴히 제안하고자 왔소.”

중상이 가만히 상황을 살펴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시오.”

“지금 백제의 비장들이 내 포로로 잡혀 있소. 아울러 이 포로들과 지난 대야성 전투에서 희생당한 성주 가족들의 유골을 교환했으면 하오.” 

“김품석 성주 가족이라 하였소?”

“그러하오. 그들의 유골과 살아 있는 백제의 비장 여덟 명과의 맞교환을 원하오.”

중상이 생각을 위해 잠시 사이를 두고는 비장들의 몰골을 살폈다. 

살려달라는 표정이 간절하게 비쳐졌다.

“좋소. 내 궁궐로 돌아가면 반드시 그들의 유골을 관에 넣어 돌려보내도록 하겠소. 그러나 유골을 돌려주었는데 장군이 반드시 포로를 돌려 보내주리라 어떻게 확신하겠소. 그러니 지금 포로를 풀어주시오.”

“지금 한창 전쟁 중인 마당에 풀어줄 수는 없소. 아울러 유골을 받은 연후에 보낼 테니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시오. 나뭇잎 하나 떨어진다 해도 무성한 숲에는 손실 없고, 먼지 하나가 모인다 해도 큰 산에는 아무런 보탬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신다 하지는 않겠지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함은 신라군이 바로 물러서지 않음을 아울러 백제 비장 정도는 전세에 아무런 지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했다.

“하면, 왜 이 성은 취하지 않는다는 말이오?”

“어차피 거의 전멸상태인 백제군이 돌아가면 자연스럽게 우리 수중에 떨어질 터인데 무엇하러 수고하겠소. 그러니 어서 사비성으로 돌아가 맞교환을 서둘러 주시오.”

유신의 핵을 지르는 말에 가벼운 신음을 토해냈다. 

결국 백제군은 성을 내어주다시피 하고 사비성으로 돌아갔다. 

아울러 중상은 의자왕에게 보고하여 김품석 일족의 유골을 관에 담아 신라로, 이어 신라는 약속대로 포로로 잡힌 백제의 비장들을 돌려보냈다. 

그러나 유신은 곧바로 철수하지 않고 승전의 기세를 타서 백제 국경을 공략하여 악성 등 이십여 성을 쳐서 빼앗고서야 경주로 돌아갔다.

진덕여왕이 김춘추와 그의 둘째 아들인 인문을 당나라에 사절로 보냈다. 

당태종이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당한 부상을 위문하고 그간 신라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부분에 대한 사은의 사절이었다.

춘추 일행이 당나라에 도착하자 당태종은 광록시경(光祿寺卿, 외빈 접대를 받는 부서의 장)인 유형교로 하여금 중도에서 김춘추를 접대하여 함께 수도에 이르게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또한 유형교로부터 김춘추의 외모와 됨됨이를 전해들은 당태종이 여타의 다른 사절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선처를 베풀었다.

외형상으로는 춘추 개인을 들먹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아직도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해진 특별한 배려에는 그만큼 커다란 보따리를 가져간 때문이었다.

사절단의 규모도 그렇거니와 가져간 신라의 진귀품이며 특산품이 배를 두 척이나 띄울 정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으니 이세민으로서도 소홀히 대접할 수는 없었던 때문이었다.

파격적인 선처

당태종은 춘추를 위해 국학에서 석전(釋奠, 공자를 제사하는 의식)을 거행하면서 당고조가 여산(廬山)온천에 가서 지은 ‘온탕비(溫湯碑)’와 자신이 태원의 사당에 가서 지은 ‘진사비(晋祠碑)’의 비문 탁본과 새로 제작한 진서(晋書)를 주는 파격의 조처를 취했다.

또한 사사로이 춘추를 불러 연회를 베풀어 춘추에 대한, 아니 신라 조정의 대대적인 사은 행위에 나름의 예를 다했다. 

“폐하, 황은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연회를 베푼 이세민이 금과 비단을 하사하자 춘추가 머리를 조아렸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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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