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올림픽> ‘미리 보는 평창’ 철통경계 안전한 축제

테러 없는 '평화올림픽' 즐기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평창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불안정한 세계 정세와 맞물려 치러지는 올림픽인 만큼 테러에 대한 위험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이전 올림픽 때 있었던 테러 피해를 떠올리며 불안감을 표시했다. 이런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테러 없는 올림픽 만들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지난달 29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관으로 평창올림픽 기간 중 테러·재난·안전 등 위기상황 발생과 관련한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정 실장은 특히 “이번 올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됨과 동시에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며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조직위를 비롯하여 관련기관은 유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달라”고 당부했다. 

청, 만반의 준비
대검찰청도 가세

국가위기관리센터는 이를 위해 대회 조직위원회는 물론 대테러안전대책본부, 강원도청, 경찰청,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종합적인 위기상황관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우선 위기발생 시 18개소의 현장안전통제실로부터 대테러안전대책본부를 경유해 현장상황을 실시간 보고 받기로 했다. 

또 유관기관과의 상황평가를 통해 대응수준을 검토한 후 대통령 (또는 국가안보실장)에게 보고하고 관련 정부부처와의 통합적인 조치가 가능하도록 대응체계를 정립했다. 

이와 관련해 첨단 IT기술을 접목해 지형정보시스템(GIS) 기반의 올림픽 관련정보를 통합한 ‘올림픽 특별상황판’을 설치해 관련기관과 정보를 공유한다. 또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CCTV 및 화상회의망을 연동해 공통의 상황인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현장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행안부서 추진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 2300여대를 시범 운용해 위기관리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위기관리를 위해 현장 대응조직은 조직위·대테러센터·군·경·소방 등 19개 기관서 인원 6만여명이 편성돼 성공적인 대회운영과 우발상황 대처를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 구축된 범정부 위기관리체계를 바탕으로 올림픽 개회식으로부터 패럴림픽 폐막식까지 위기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안전하고 성공적인 평창올림픽을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검찰청도 평창올림픽 관련 테러 대비 훈련을 진행한다. 

대검 관계자는 “2월1일 또는 2일 중에 평창올림픽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를 가정해 시뮬레이션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검 공안부가 주관하며 공안 검사들과 사이버 테러 전담 검사들이 참여하게 된다. 대검에 따르면 훈련은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가정한 모의 대응 방식으로 진행되며, 훈련 중에 검찰 공안대책협의회도 함께 열린다. 

대검 관계자는 “화상 모니터를 통해 회의를 하면서 평창올림픽 테러준비 상황을 전반적으로 챙겨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종합적 위기상황관리 가능 시스템 재정비
군·경·소방 등 19개 기관 6만여명 편성

행사장소인 평창과 가까운 춘천지검, 강릉지청, 영월지청을 포함해 서울중앙지검과 수도권 지역 검찰청이 훈련에 참여할 계획이다. 물리적 테러뿐만 아니라 사이버테러 공격에 대한 대비훈련도 한다. 

대검 관계자는 “경기방송 중계 시 사이버테러 공격으로 화면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 등을 막기 위해 주요 방송사가 속해 있는 검찰청도 훈련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테러범을 어떻게 잡을지, 경찰 지휘를 어떻게 할지, 또 관계 법령은 뭘 적용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와 경찰청도 평창올림픽 안전 확보를 위해 외국인범죄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두 기관은 테러 사범·외국인 범죄자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들을 입국금지 조치해 대회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올림픽 전후인 7일부터 25일까지 외국어와 수사능력이 뛰어난 경찰 수사관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사팀으로 외국인범죄 신속대응팀을 구성해 권역별로 합동 순찰·검문검색 등 범죄 예방과 대응 활동을 벌인다. 

두 기관은 지난해 2월 경찰관이 사건 현장서 실시간으로 외국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외국인 체류정보 모바일 조회시스템’을 개발했고 2∼4월에는 불법 입·출국 브로커 등을 합동 단속해 640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바다는 우리가”
해양청 총출동

바다서도 테러대비가 한창이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달 12일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성공개최 지원을 위해 강릉 빙상경기장 주변 인근의 해상과 파출소, 경비함정과 여객선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하태영 경비안전과장을 팀장으로 한 경비작전 분야 실무자로 구성된 현장 점검팀 5명은 강릉항 현장을 찾아 해경파출소 근무실태, 항포구 출입항 선박 통제대책, 여객터미널을 점검했다. 

또 경비함정에 편승해 강릉항 인근 취약 해안에 대해서도 해상순찰을 실시했다. 


동해해경청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기간 해양 테러위협 증가에 따라 해경·해군과의 협업체제를 구축하고 우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강릉 경기장 주변 해상 일원에도 해경특공대와 경비함정을 전진배치해 순찰과 안전 활동 등 해상경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은 특공대는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서 인천항만보안공사(IPS) 등 유관기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중이용 국제여객선 폭발물 처리훈련과 무장위력(방탄헬멧, 방탄복, 기관총 등 착용) 순찰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평상시 정기훈련과 다르게 실제 다중이용선박인 국제여객선서 폭발물의심 물체를 발견하면 IPS보안팀이 승객을 대피시키고, 중부해경청 특공대가 투입돼 안전하게 폭발물을 제거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또한, 대테러 순찰 시 제1국제여객터미널 보안 상황실 CCTV를 통해 테러 취약구역을 분석하고 유사시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명구조 등 국민의 안전과 테러 대응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중부해경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며,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완벽한 해상대테러 순찰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목포항 업·단체 항만보안담당자를 대상으로 평창올림픽 대비 대테러교육을 지난달 30일 목포항 종합상황실 2층 회의실서 실시했다. 


목포항은 목포-제주항로를 이용하는 여객선과 화물선이 다수 입항하는 항만으로 대회기간 중 늘어나는 관광객과 함께 제주도를 통해 무사증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의 밀입국 시도도 같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이에 목포해수청은 테러 및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 테러 위협 요인 분석, 실제 테러 사례, 테러 예방대책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테러교육을 실시하고 테러 예방을 위한 보안 담당자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위기경보 ‘위기’
경찰 막중한 책임

아울러 목포해수청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대회 기간 중 테러 및 보안사고 예방을 위해 항만보안대책 수립·시행, 취약시간대 불시 점검 등 평창올림픽의 안전한 진행을 위한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도 성공적인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지원을 위해 화생방 테러 대비 출동준비태세를 마쳤다. 

화방사는 “완벽한 화생방 대비태세 확립을 위해 강도 높은 출동준비태세 최종 점검을 마쳤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화방사는 이번 점검서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중 화생방 테러 대비작전에 투입될 장병들의 임무 숙지 상태와 출동장비·물자의 가동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사령부는 그동안 평창과 강릉 일대서 수차례에 걸쳐 민·관·군 통합 화생방 테러 대비훈련을 진행, 화생방 테러 대응작전 능력을 키우며 성공적인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노력해왔다. 

허유봉(육군준장) 화방사령관은 작전에 투입되는 장병들에게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인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화생방 테러가 발생할 경우 현장서 즉각 조치할 수 있는 완벽한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우리의 임무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회의 성공 개최와 세계인의 안전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경찰은 13개 대회시설과 8개 지원시설에 대한 경비 및 대테러 활동을 수행한다. 

더불어 외국 선수단 및 주요인사 신변보호, 개·폐회식 경호 및 경비, 교통소통, 112 순찰 등 다양한 분야서 원활한 대회 운영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경찰은 경찰청 평창올림픽 기획단을 중심으로 치안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교태 기획단장은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지난달 25일부터는 단계적으로 경력 8975명이 경기장과 선수촌 곳곳에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양 위협에 해경-해군 협업
경찰 9000여명 곳곳서 활동 

최근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테러 위협에 맞서 경찰은 국내외 정보·대테러기관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테러 대비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월1일부터는 경찰특공대가 경기장 주변에 배치되며 서울을 비롯한 전국서 테러위기경보가 ‘위기’로 격상된다. 

국가중요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등 테러취약시설에 대한 대테러 대비태세를 보강하고 국내 공·관저에 대한 경비도 강화한다.

특히 경찰은 총기·폭탄·차량 테러 등에 대비해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사유총기 관리 및 단속을 강화하고 폭발물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경기장 주변에서는 2중, 3중으로 촘촘한 검문검색을 실시한다. 

경기장과 지원시설, 행사장에는 대인검색시설이 97개소 설치되고, 차량검색시설도 39개소 운영된다. 

김 단장은 “우리나라는 국가경찰 시스템이라 전국 어디서든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각종 설비를 총동원하고 촘촘한 망을 구축해 대테러 첩보수집 및 관리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며 “테러지원국 입국자를 포함한 테러 관련 인적위해자에 대한 정보활동을 강화,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입국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드론을 이용한 테러에도 철저히 대비할 계획이다. 경찰특공대가 곳곳에 배치되며 전파차단장치 등 최신장비도 활용한다. 대회시설 주변은 임시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되고 드론은 반입제한물품으로 지정된다. 

김 단장은 “드론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경기장 안으로 휴대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경기장 주변 고지대에 드론 감시팀을 운영, 공중서 위해 요소를 감시하고 최악의 경우 격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가 설 명절 연휴와 겹치는 만큼 김 단장은 교통소통과 민생치안에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국민 홍보를 통해 교통량을 분산, 소통을 확보하고 유연하고 탄력적인 교통관리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환승 주차장도 있고 경기장까지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되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줬으면 좋겠고 곳곳에 경찰관이 배치되니 어려운 일이 발생할 경우 112신고 등을 하면 즉시 현장조치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빈틈이 없다”
 1년간 준비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평창올림픽 기획단’을 중심으로 종합치안대책 및 세부시행계획 등을 단계별로 수립해 지난 1년간 빈틈없이 대회를 준비해왔다”며 “계획대로 현장서 실행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점검하고 대회 지역 및 전국 주요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