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판 보이콧 노림수

벼랑 끝 마지막 전술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재판 출석을 끝내 거부해 궐석재판이 진행되기도 했다. 궐석재판은 피고인이 스스로 항변권을 포기한 셈인 만큼 재판상 불이익이 불가피하다. 박 전 대통령이 이렇듯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이콧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벼랑 끝에 몰린 그녀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서 혐의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며 자신이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말해 사법제도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셈이다.

판을 흔들다

법원의 구속연장 결정이 나지 않았다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석방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 연장의 필요성이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추가 구속연장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을 결정하면서 검찰이 추가 적용한 SK와 롯데와의 뇌물 공여죄 혐의를 받아들였다. 이는 단순한 혐의 추가의 의미를 넘어 재판부가 그만큼 박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범죄 혐의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구속연기가 결정되자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변호인단이 총사퇴했고, 재판부에 의해 선임된 국선변호인과의 접견도 박 전 대통령은 거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열린 재판에도 끝내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심리할 사항이 많고 제한된 구속기간을 고려하면 더 이상 공판기일 진행을 늦출 수 없다”며 궐석재판을 진행했다. 

형사소송법 277조에 따르면,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피고인 출석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궐석재판은 피고인이 스스로 항변권을 포기한 셈인 만큼 재판상 불이익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처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이콧’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선 자신에 대한 재판이 문재인 정부의 ‘정치 탄압’에 의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는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질 판결에 대해 ‘불복’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효과도 있다. 


또한 자신에게 출당 조치를 내린 자유한국당을 향한 압박의도도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정 여론을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자유한국당을 궁지에 모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재용 부회장과 최순실 등 같은 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을 지켜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시간 끌기’ 전략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잇단 공판 불참 이유는…항변권 포기?
보수세력 결집해 막판 뒤집기 노리나

그런가 하면 최근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당일 최초 보고 시점 조작이나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수정 의혹 등 박 전 대통령을 더욱 곤궁에 빠지게 만드는 정황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부실 대응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는 빠져있는 상태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면 세월호 책임 은폐 혐의가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고, 이 과정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의문스런 행적이 공개될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관련된 의혹 등 박근혜 정권 시절 자행된 적폐들이 추가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렇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비등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재판부가 구속연장까지 결정하자 박 전 대통령 측으로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의 벼랑 끝 전술은 이런 상황서 나왔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문재인정부의 적폐 청산 움직임에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보수 야당 및 보수단체와 공동전선을 구축한 모양새가 됐다. 

이렇게 되면 박 전 대통령 재판의 본질이 법리적 양상을 벗어나 정치적 문제로 옮겨붙는 것은 시간 문제다. 박 전 대통령 측의 노림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재판을 법리 다툼이 아닌 정치적 문제로 몰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어차피 재판과정서 불리한 정황들이 드러난 만큼 법리로 맞서기 보다는 재판의 불공정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보수세력의 결집을 시도하고, 그를 바탕으로 판을 크게 뒤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움직임을 두고 당사자들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도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음모’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돌출행동이 사법부의 판단을 이른바 ‘정치적 결단’으로 혼란스럽게 하려는 의도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재판에 대한 반발과 재판부에 대한 압력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속죄”라며 “한편으로 새 정부도 ‘적폐 청산’의 분명한 경계를 제시하는 노력에 힘을 기울여 반발에 편승하는 토양을 더 이상 제공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는 “특검 수사 당시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고 헌재 탄핵 심판 때 출석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점에 비춰볼 때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주장과 재판부 비판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보복 프레임

그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재판과 구속기간 연장을 정치보복이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잘잘못을 따지는 모든 행위가 정치 보복이라면 아예 재판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 정치 공방이 심해지고 사회 분열이 부추겨질 것임을 알고서도 정치보복을 언급했다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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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