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기 내각 대해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5:48:45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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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겨우 모양새는 갖췄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는 ‘캠·코·더 인사’ ‘인사 검증 실패’ ‘인사 원칙 위배’라는 오명을 쓴 채 역대 정부 중 가장 늦게 1기 내각을 완료했다. <일요시사>는 지역, 성, 나이, 학력, 인맥, 등으로 나눠 문 정부 1기 내각을 총정리해봤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끝으로 문재인정부 초대 내각 인선이 완료됐다. 정부 출범 후 195일 만으로 ‘인사 참사’ 논란 속에서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명박정부가 출범 18일 만에, 박근혜정부가 출범 52일 만에 각각 장관 인사를 마무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은 편이다. 이는 문 정부가 대통령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 참사?

일각에서는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에 연루된 인사는 공직서 배제한다는 '5대 인사원칙'에 스스로 발목을 잡혀 인사가 늦어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해 인사 검증에 있어서는 무능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난 6월5일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각종 구설로 사의를 표한 것을 시작으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헌번재판관 후보자가 줄줄이 인사 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가 고배를 마신 뒤에는 청와대가 그의 임기까지 소장 권한대행을 맡기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밖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되는 오점을 남겼다. 

국무총리와 18부 장관을 포함한 주요 입각자의 평균 나이는 만 62세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1949년생으로 연장자였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1964년생으로 가장 낮았다. 

고위공직자 등용문으로 여겨진 고시 출신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 3명에 그쳤다. 

사법시험과 외무고시 출신은 한명도 없었다. 고시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외교부와 법무부의 수장인 강경화, 박상기 장관도 모두 비고시 출신이다. 

문 정부 1기 내각서 정치인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 입각에 성공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이다. 

이밖에 김영록 전 의원과 홍종학 전 의원이 각각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합류했다. 전현직 의원 출신 장관은 7명으로, 전체 장관의 3분의 1이 넘는다. 


정치인 출신 장관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 대통령 과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만큼 예산 등 정부 차원서 힘을 실어주는 면도 작용한다. 반면 지나치게 많은 정치인들이 내각을 차지하게 되면 정부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정부서 정치인이 포진한 부처는 대부분 적폐 청산 작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행안부와 해수부는 세월호 참사, 문체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토부는 4대강 사업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정치인 장관들의 적폐청산 과정 및 결과가 향후 본인의 정치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95일 만에 구성 완료
여성·호남 출신 약진
캠·코·더 인사 숙제

연고지로는 영남권이 6명(31.6%)으로 가장 많았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등이다.

호남권과 서울·수도권 출신은 각각 5명(26.3%)으로 그 다음을 이어갔다. 호남 출신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록 농림식품수산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박상기 법무부장관 등이 있다.

서울·수도권 출신으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은경 환경부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있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등 3명은 충청권 출신이다.

새 정부서 여성 국무위원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다. 여성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은경 환경부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등 5명으로 전체 중 26.3%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 내각 30%’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수치지만 역대 정권에 견주어 봤을 때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외교부와 국토교통부서 최초의 여성 장관이 탄생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야당은 문재인정부 내각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대선서 문 대통령의 예비·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인사가 5명(김상곤, 유영민, 송영무, 백운규, 김은경)이고 대선 자문그룹 인사가 1명(박능후)이다. 문 대통령 지지층인 시민단체 출신도 2명(박상기, 정현백)이다.

전·현직 민주당 의원 출신 장관 7명을 합하면 15명에 달한다. 역대 정권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인선처럼 좌우와 진영을 가리지 않는 능력 위주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양한 구성


출신 학부를 살펴보면 서울대가 5명(26.3%), 연세대 4명(21.05%), 고려대 2명(10.52%) 순이었다. 이어 국제대, 건국대, 방통대, 부산대, 성균관대, 충북대, 한양대, 해군사관학교가 각각 1명씩 국무위원을 배출했다. 역대 정권보다 출신 학교 구성이 다양해졌다는 평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조직 개편안 보니…

문재인정부 정부조직 개편안이 지난 7월20일 국회를 통과했다. 개편안 통과로 중소벤처기업부, 국가보훈처, 소방청, 해양경찰청 등이 새롭게 출범했다. 

문재인정부는 1996년 산업부 외청으로 신설된 중소기업청을 21년 만에 장관급 부처로 승격했다. 부가 됨으로써 중기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독자적인 법령 입안권을 보유하고 중소기업 정책 입법 수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소방청은 독립된 부서로 승격됨에 따라 소방대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폐지됐던 해경은 3년여 만에 해수부 산하 독립 외청이 됐다. 보훈처의 경우 장관급 부처로 격상됐다. 보훈처가 격상되자 직원들뿐 아니라 국가유공자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는 후문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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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