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야권통합 전도사’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당권, 대권보다 중요한 역할 할 수 있어…‘통합’에 올인”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지금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쇄신바람’이 강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의 특징이라면 지역색이 배제된 젊은 정치인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다. 하지만 전대보다 야권통합에 올인해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이 최고위원. <일요시사>에서 직접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대의 위해 작은 차이 극복해야”
“한나라당의 개혁·좌클릭 행보는 ‘헐리웃 액션’에 불과”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과거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전대협 초대 의장출신이다. 그는 민주화에 대한 들끓는 열망으로 가득했던 80년대 치열한 투쟁의 시대를 보냈다. 87년 6월 항쟁당시 직선제 개헌운동으로 구속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제도권 정치인과 싸우는 운동권에서 활동하다 정치인의 길을 택한 이 최고위원. 아이러니하게 보이지만 그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시대상황으로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제도권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화’라는 일관된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17대 총선에서는 원내진입에 성공했지만 18대 총선에서 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당 10·3전당대회에서 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 ‘Big 3’ 다음인 4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돌풍’을 일으키며 최고위원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정치권에 불고 있는 ‘쇄신바람’을 타고 다시 당내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다. 여기에 ‘40대 기수론’까지 더해지면서 차기 당권 유력주자로까지 탄력을 받은 상태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당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오로지 야권통합에 매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 실제로 그는 민주당 통합특위 위원장으로 야권대통합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민주당에 통합특위가 결성되었고 위원장이 되셨는데 통합의 명분과 전망은?
▲ 내년 총?대선의 결과가 대한민국의 20~30년의 운명을 결정한다. 따라서 정권교체로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끌고 가 서민층이 진보하고, 집권세력이 진보하여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 진보하는 길로 가자는 취지다. 이같은 대의를 위해 작은 차이를 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 또 정권교체를 이루었을 때 정권을 감당할 수 있는 통합적 수권정당이 필요하다. 이에 ‘단일연합정당’ 형태로 나아가면 어떨까 구상중이다.

- 통합의 시기는 언제쯤 윤곽이 드러날까?
▲ 시기는 올해 말쯤 예정된 전당대회를 생각해서 10월이었으면 한다. 올해 안에 통합이 법적으로 완료돼야 내년 총선 공천작업을 할 수 있다. 따라서 9월말에서 10월까진 윤곽을 잡아야 할 것이다. 성사될 경우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단일정당 창당대회가 될 수도 있다.

- 단일정당 창당대회가 성사될 경우 당 대표가 다른 범야권에서 선출돼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인가?
▲개인적으로는 국민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아직은 섣부른 얘기다. 지금 내 입장에서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4·27재보선을 앞두고 범야권에서 4·13 선언문을 채택했지만 KBS수신료나 한-EU FTA문제로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을 불신하고 있다.
▲ KBS수신료는 민주당이 빠르게 원칙으로 돌아와서 입장을 취했고, FTA도 휘청한 것이 사실이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민주당은 자기원칙을 지킬 정도의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점차 이러한 진동과 요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니깐 안돼’라는 말부터 꺼내는 것이 옳은가? 이보다는 ‘걱정했는데 멈추고 되돌아와 다행이야’ 하는 게 맞다. 이것은 진보정당 쪽에서도 다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 정파등록제 형태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 단일연합정당화는 정파의 고유한 정치적 가치와 독자성 보장해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당내 여러 준교섭단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원, 당규에 입각해서 정파를 등록해 대외적으로는 연합정당이면서도 대내적으로는 후보단일화를 실현하는데 효율적이고 연합공천이 훨씬 쉬워진다. 이태리의 경우 이 방식이 정치적으로 보장되고 잘 (운영)되고 있다.


- 선거만을 위한 졸속 연대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 통합을 선거를 위해서라고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는 입장이 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책연합을 만들었고, 이것이 더 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통합을 통해 보수 대 진보 양당구도를 조성해 선진적 정치질서를 만들 수 있다. (정치 선진국인)미국과 유럽의 경우 보수와 진보의 양자 대결구도 형태를 보이고 있다.

- 수도권 출마를 비롯해 영남행을 택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호남물갈이론’의 시각이 제기됐다.
▲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수도권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임에 틀림없지만 호남 물갈이나 통합 시 지분 할애한다는 것은 오해이고 별개의 문제다.

- ‘공천룰 최종안’이 기득권 양보를 골자로 해 사실상 공천물갈이로 보고 있다.
▲ 당 개혁특위에서 물갈이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라 과정을 어떻게 해야 개혁성을 띠는지 검토한 것이다. 즉 공천과정을 국민의 뜻에 따라 개방적이고 민주적 절차를 밟도록 연구한 것이다. 기득권구조를 고수하는 것도 아니고, 기득권을 가진 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닌 객관적인 절차다.

- 민주진보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정책을 가장 먼저 제시할 건가?
▲ 현재 민주당의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정책과 더불어 비정규직문제와 주거복지를 추가하여 3+3을 제시할 것이다. 그 정도는 기본적으로 실천돼야 한다.
실업구조와 부동산 투기로 실제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집을 구하기 어렵다. 때문에 중형·소형·임대 주택을 많이 만들어 주거복지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보육·교육·의료·복지·일자리·주거 등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비정규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 비정규직 비율이 51%인 현실을 두고 사회적 통합이 가능하고 잠재적 성장이 가능할까? 너무 방치하면 사회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IMF당시 경제위기에 따라 파견법, 기간제법 등 법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멍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IMF때와 다르다. 따라서 ‘사용사유제한’을 도입하여 임신·출산·병해·계절적 사업 등 한시성이 분명한 곳에서만 기간제 일자리를 두고 나머지는 제한해 비정규직 양산 구멍을 막아야 한다. 따라서 동일업종·동일노동·동일임금화가 돼야한다. 우리(민주당)가 집권한다면 공기업 등직접고용 형태를 늘려갈 생각이다.

- 최근 한진중공업, 쌍용차 사태와 관련한 입장은?
▲ 무역 세계 7위, 수출규모 10위 등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중심산업이 10권내로 경제외양문화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기업의 내부문화는 후진적이다. 기술개발보다는 임금을 후려쳐서 가격경쟁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고, 노동자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는 파트너십보다는 지배하는 구조다. 언제든지 돈벌이가 안되면 노동자부터 해고해 버린다. 쌍용?한진이 회사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를 자르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이다. IMF시대의 구시대적 방식으로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경제적으로 후진성을 띤다.

- 그렇다면 경제 선진국이란?
▲ 선진적 노사문화가 정착되려면 리스크(위험)를 감당하는 재량이 중요하다. 위기 속에서도 노동자를 배려해서 임금 상승폭을 줄이거나 억제하더라도 해고하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같이 어려움을 안고 가야한다. 이처럼 고용승계와 고용안정화 속에서 전체적으로 경제를 성장·발전시키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 ‘종북진보’를 놓고 당내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 ‘종북’이라고 보는 것은 날조된 인식이다. 그간 우리의 포용정책은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있다. 북한에 인권신장, 민주화, 개혁개방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핵개발 반대 등 분명한 선이 있다. 서해교전 당시 DJ도 단호하게 대응했다. 지난 10년 동안 DJ정부의 6·15정신과 참여정부의 10·4선언이 즉각 실천돼야 한다. 현재 남북관계가 악화되었지만 인도적 지원과 교류가 필요하다. 이런 신뢰를 밑바탕으로 평화구조를 정착시키자는 것이 포용정책이다.

-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주장에 비판여론이 거센데.
▲ 2018년은 우리 민족사에 있어 절묘한 시점이다. 북한도 정치적 변화를 할 가능성이 있는 시점으로 평화를 거쳐 통일이냐 아예 분단으로 갈 것이냐 갈릴 것이다. 때문에 국제적 올림픽 행사를 남북이 협력으로 치러내는 것은 상징적 조치다. 이는 굉장히 중대한 시기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라는 좋은 촉매로 민족사에 중대한 정기를 만들어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계승할 수 있다.

“노동자 임금 후려치고, 지배하는 기업문화 후진적 발상”
“남북통일의 가교역할과 교육
·복지에서 능력 발휘하고파”

- 한나라당 전대가 끝났고, 소위 좌클릭으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잘할 수 있도록 북돋아 줄 필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레토닉(수사)에 머물거나 흉내만 내는 수준이라 비판적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 반값 등록금은 자기들 공약이었으나 하는 둥 마는 둥 슬그머니 아주 슬쩍 내린 상태며, 감세 철회에도 우유부단하다. 무상급식을 두고도 주민투표하게 내버려 두고 있다. 이렇게 시늉만하는 헐리웃 액션이 돼서는 안 된다.


- 한나라당의 젊어진 지도부 구성에 민주당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면 낡은 정치문화와 이념을 뛰어 넘는 것이 중요하지 나이는 상관없다. 젊어도 구시대적 사고에 갇혀 있으면 소용없다. 때문에 민주당이 나이에 상관없이 생각이 젊은 민주당이 되었으면 한다.

- 최근 40대 기수론에 탄력 받아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 전당대회보다는 현재로서는 통합에 주력하고 싶다. 내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통합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통합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임팩트, 그리고 좌클릭 행보를 보인 리프레싱에 대한 효과로 볼 수 있다. 일시적인지 중장기적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일시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다시 점검해보고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 정권 교체를 위해 차기 민주당 대권후보는 누가 적합하다고 보는지?
▲ 대통령은 국민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민심을 얻는 자가 곧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읽는다 해서 도둑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뜻에서 큰 뜻 가지고 열심히 수련해나가야 한다.

- 직접 대선에 도전할 생각은?
▲ 아직 대선을 생각할 입장이 아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할 생각이지만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짊어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역할을 할 것이다.

- 최고위원 재임기간 혹은 앞으로 정치생활 하면서 이루고 싶은 것은?
▲ 교육·복지에서 많은 부분 이뤄보고 싶었는데 짧게 해봐 못한 것이 많다. 실제로 복지가 성공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게 역할을 성공적으로 잘해내고 싶다. 또 남북이 평화로, 통일로 가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DJ시절은 남북 교류협력 수준이었다. 이제는 평화까지 또 누군가는 통일까지 가야 한다. 나는 통일로 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대통령 아니면서도 중요한 역할이 있는 만큼 이런 일들을 해내는데 기여하고 싶다.

- 지금껏 정치를 하면서 기뻤던 일과 가장 힘들었던 일은?
▲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떨어졌을 때가 힘들고, 당선되었을 때가 가장 기쁘다. 2008년 총선에서 떨어지니 힘들었다. 정치인들이 선거에 연연하면 좀팽이 정치밖에 못해, 당선에만 급급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큰 정치하려면 초연해야 하는데…. 그래도 떨어졌을 땐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힘들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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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