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까지 썩은 ‘인사비리’ 파문

남이 하면 ‘인사비리’ 내가 하면 ‘보은인사’?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토론회와 각종 공개행사에서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왔다. 하지만 정작 이 대통령 자신은 고질적인 낙하산 인사로 빈축을 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 인사문제는 더 이상 청와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까지 불거져 ‘뿌리까지 썩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대규모 ‘낙하산 인사’와 도봉구의원의 의장 폭행사건을 살펴봤다.

송 인천시장 1년간 측근 75명 낙하산 인사
지인 추천 발탁되지 않자 의장 폭행한 구의원


지난 5일 인천의 한 시민단체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이하 인천연대)가 송영길 인천시장(민주당) 취임 후 1년 동안 이뤄진 낙하산 인사 명단을 전격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인천연대’는 “송 시장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97명이 인천시와 산하 공기업 등 기관에 인사발령을 받았다”며 “이 가운데 75%인 73명은 학연, 지연, 정당 등 시장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라고 주장했다.

75%가 낙하산

지난 6월22일부터 접수한 제보와 자체 조사를 토대로 배포한 이 자료에 따르면 송 시장 취임 후 위촉·임용된 인사는 총 97명이다.

이중 인천연대는 송 시장과 학연·지연, 국회의원 시절 비서진, 민주당, 시장직 인수위 등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원이 73명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 송 시장의 지인으로 분류된 인사 중 인천에 살지 않는 이들도 33명이며 전체의 45%에 이르렀다.

이에 인천연대 관계자는 “송 시장의 보은 인사는 대단히 이율배반적”이라며 “부채 등 재정위기를 강조하는 반면 정작 자신과 관련된 인사들을 시와 산하기관 곳곳에 임용시킨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인천연대는 송 시장의 해명과 사과가 없을 경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규탄시위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는 당일 해명자료를 통해 “심려를 끼친 것 자체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하고, 향후 인사정책에 참고토록 하겠다”며 “그러나 지난 1년 간 인사는 해당 직무의 전문성, 적법한 절차, 성과 등을 고려했고 부당 절차, 부족한 자격과 능력, 성과를 어그러뜨리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일자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경악’이라고 평하며 “송 시장 취임 이후 각종 공직 인선의 과정에서 법적 절차 무시와 전문성을 무시한 측근 챙기기, 특정인에게 과도한 힘 몰아주기, 적자기업에 과도한 자리 만들기 등 다양한 행태는 인사전횡의 교과서라고 할 만 했지만 이 정도인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공기업과 주요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의 임원 자리, 그리고 시 체육회와 같은 전문분야를 책임지는 특수기관에도 어떤 전문적인 경력과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정치권 관계자들이 임용된 사례는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계속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 “공직이나 그 주변 자리는 선거승리의 전리품이 아니다”라며 “공공기관의 인사는 금도가 지켜져야 함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맹공에 민주당 인천시당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무급 특보까지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 것은 발표기준에 대한 불신을 불러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관례적으로 시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사람들이 임용되는 시장 비서실 직원들까지 낙하산 인사로 끼워 넣고, 단지 당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민주당을 통한 낙하산 인사로 규정한 것은 인원을 부풀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들은 송 시장의 인사와 관련해 논란이 지속되었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과도하게 인사를 부풀리는 것은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앞으로는 좀 더 세밀한 조사로 발표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송 시장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논란에 대해 시의회 시정질문에 출석해 “시장 임기가 끝날 때 시의 정무직 인사 전원이 사표를 내도록 해 후임 시장의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본청 공무원들은 “낙하산 인사를 앞으로 3년이나 더 데리고 가겠다는 얘기가 아니냐”면서 송 시장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시장 취임 후 공사, 공단 등의 운영실태 점검 결과 방만한 조직운영이 사실로 판명돼 분위기를 일신하고 시정방침에 부응할 수 있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사들을 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 도봉구의회 신창용(44) 의원이 의회 사무국 인사에 불만을 품고 지난 6월28일 이석기(62) 구의회 의장을 때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신 의원과 이 의장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으로 각각 재선과 4선 의원이다.

신 의원은 구의회 정례회기 기간 중인 지난 6월28일 오후 3시30분께 술에 취한 채 구의회 의장실을 찾아가 “왜 내가 추천한 사람을 의전팀장으로 추천해주지 않느냐”며 이 의장에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과 목 등을 마구 때려 이 의장은 사건 직후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의장이 추천하고, 구청장이 임명하는 구의회 사무국 의전팀장 인사 문제였다.

이 의장은 “전임 의전팀장이 진급해 지난 1일부터 자리가 비자, 신 의원이 모 구의회 사무국 전문위원을 의전팀장으로 추천해 달라 요청했다”며 “자신이 요청한 사람을 임명하지 않았다고 나를 찾아와 욕설을 하며 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의회 의사진행과 관련해 의장과 업무적으로 논쟁을 했다”며 “이 의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사 관련 시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말싸움이 격해져 신체적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점심 때 소주 2~3잔 정도 마셨다”며 술을 마시고 폭행한 사실은 인정했다.

전치 3주 ‘폭행’

이번에 불거진 ‘인사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어져온 우리 사회의 ‘악관례’이다. 청와대와 국회,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악습이 얼마나 만연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최근 이 대통령의 레임덕 이유 중 하나로 ‘불공정 인사’를 들었다. 출범 때부터 측근·보은 인사를 되풀이 하면서 공직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는 특히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 크다”며 “모든 것은 자신이 자초한 일이다”고 말했다.
 
잘못된 인사의 책임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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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